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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표 태양광' 경제성 없다? "시장만 바뀌었을 뿐인데..."

서울시, 베란다형 미니태양광 중단 검토에 "박원순 지우기-탄소중립 역행" 비판론

등록|2021.07.01 07:31 수정|2021.07.01 07:31
 

▲ 서울시 은평구 한 아파트 단지 베란다에 설치된 태양광 미니발전소. ⓒ 김시연


"시장이 바뀌었을 뿐인데... (태양광 확대 정책에) 서울시 스스로 흠집 내기를 하고 있다."(최승국 서울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회장)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180도 달라진 서울시 태양광 정책에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역점 사업 가운데 하나였던 '태양광 미니 발전소(아래 미니태양광)'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미니태양광은 아파트 베란다나 단독주택, 건물 옥상 등에 태양광 모듈을 설치해 전기를 스스로 생산하고 소비하는 가정용 소형 발전소다. 서울시는 지난 2012년 에너지 전환 사업인 '원전 하나 줄이기'를 시작하면서 미니태양광 설치비용 75% 정도를 보조금으로 지급했다. 260~300와트(W)정도인 베란다형 미니태양광의 경우 설치비용이 60만 원 정도인데, 서울시에서 45만 원, 자치구에서 5만 원 정도 지원하면 본인 부담은 10만 원 정도로 줄어든다.

서울시가 최근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2020년까지 9년간 예산 680억여 원을 들여 미니태양광 32만 3909건을 설치했다. 이 가운데 7년간 보급업체에 지급한 보조금은 592억 원이다.

하지만 오세훈 시장이 취임 전 미니태양광을 비롯한 태양광 관련 사업을 모두 보류하거나 폐기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서울시도 최근 과도한 보조금 예산 등 경제성 문제와 주민 갈등을 들어 출구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매일경제> 등 일부 언론도 지금까지 미니태양광의 에너지 생산량이 원전 1기의 일주일 분에 불과하다며, 수백억 원의 예산과 행정력만 낭비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미니태양광 사업자들과 에너지전환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은 서울시가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정책에 역행한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오세훈 시장 들어서자 흔들리는 미니태양광 사업

<매일경제>는 지난 22일 '10년 돌려 원전 일주일 분 전기 만든 박원순표 태양광' 기사에서 지난 9년간 미니태양광 에너지 생산량이 4만 5487 토(TOE, TOE는 석유 1톤을 연소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로, 원전 1기가 1년 동안 생산하는 200만 TOE의 2.3% 수준이라면서 "8년 동안 원전 한 기의 일주일 치 분량의 전기를 생산하는데 그친 셈"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는 원전 1기당 약 4조 원에 이르는 건설비용은 물론 핵연료 등 사후관리비용, 송전 비용 등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이헌석 정의당 기후에너지정의특별위원회 위원장은 28일 "태양광 발전은 전력사용 피크 때 전력수요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어 총발전량보다는 피크 기여도를 따져야 한다"면서 "에너지원마다 특성도 다르고 원전 건설비용 등 총비용도 함께 따져야 하는데, 발전량만 비교하는 건 화석연료, 핵발전 등 대용량 발전 중심의 시각일 뿐 의미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전력소비량 대비 발전량(전력자립도)이 2019년 기준 3.9%로, 대전(1.8%)에 이어 전국 최하위권인 서울시가 탄소중립 정책에 역행한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서울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서울시에너지자립마을네트워크·지역에너지전환전국네트워크 등 미니태양광 사업 관련 단체들은 지난 28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가 미니태양광 사업을 중단하겠다는 것은, 시민들이 에너지생산에 참여하는 '에너지 프로슈머(생산자와 소비자의 합성어)'의 길을 가로막겠다는 발상이며, 나아가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 자체를 부정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최승국 서울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에 "미니태양광 사업은 양문형 냉장고를 사용할 정도의 전력을 생산하지만, 그보다는 시민 참여를 통해 에너지 소비자이자 생산자인 프로슈머로 인식을 전환하고 태양광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데 더 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서울시가 그동안 '원전 하나 줄이기'를 통해 원전 3기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생산하거나 절약했는데, 생산 분야보다는 에너지 효율화와 절약 부분 비중이 컸다"고 밝혔다.

실제 서울시 '원전 하나 줄이기' 사업에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생산량이 차지하는 비중도 1/10 정도에 불과하다. 서울시는 원전 하나 줄이기 1단계(2012년 4월~2014년 6월)와 2단계(에너지살림도시 2014년 7월~2019년 12월 기준) 7년 동안 원전 3기분에 해당하는 에너지 598만 TOE를 생산하거나 절감했다. 이 가운데 건물 에너지 효율화, LED 조명 보급 등 에너지 효율화(388만 TOE), 에코마일리지 등 에너지 절약(152만 TOE) 비중이 높았고, 전력 생산은 58만 TOE에 그쳤다.

박원순 지우기?... 서울시 "태양광 정책 원조는 오세훈"​ ​​​​​​
 

▲ 서울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서울시에너지자립마을네트워크·지역에너지전환전국네트워크 등이 지난 28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의 미니태양광 사업 중단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최승국 제공


이에 이문주 서울시 녹색에너지과 과장은 28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서울시가 태양광과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모두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전체 사업 가운데 주민 갈등, 경제성, 도시미관 저해 문제가 있는 베란다형(미니태양광)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주민 갈등이 적은 옥상형이나 태양광 실증단지 사업 등은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베란다형은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집에 설치하려고 했지만 아파트 주민 반대가 심했다"면서 "전기 생산하는 쪽에선 좋아하지만 미관 문제와 생활 편의성, 집값 문제까지 제기해 주민들과 합의해야 하고 관리 주체 동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원순 지우기'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그는 "태양광 사업은 오세훈 시장이 처음 기반을 닦았고 박원순 시장이 대중화한 것"이라면서 "전체적인 탄소중립·신재생에너지 보급 사업의 효율성을 따져 비효율인 부분은 축소하고, 도시 미관 등을 고려해 건축자재 자체가 태양광 모듈인 '건물 일체형 태양광(BIPV)' 등 차세대 사업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실제 오세훈 시장은 지난 2007년 4월 청계천 태양광 발전시설 준공식에서 '친환경에너지선언'을 통해 당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이용률을 2020년까지 10%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싱크탱크인 서울연구원도 지난 2020년 2월 '2040 제5차 지역에너지계획' 보고서에서 "(베란다 미니 태양광은) 과도한 보조금으로 인해 설치업체의 난립과 과잉경쟁이 발생하고 사용자가 태양광 설비를 효율적으로 유지·운영하도록 하는 데에 적절한 유인책을 제공하기 어려운 문제점이 발생"한다면서 "향후 서울시 태양광의 본격적인 확대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를 기대할 수 있는 킬로와트(㎾)급 건물·주택형 태양광 확대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헌석 위원장은 "베란다형 미니태양광은 대도시 한가운데에도 설치할 수 있어 (에너지 절감뿐 아니라) 교육 홍보 효과도 크다"면서 "앞으로 건물 일체형이나 옥상, 지붕 등에 좀 더 규모 있게 설치하는 방향도 맞지만 미니태양광 보급도 더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베란다형에 대한) 주민 반발이 있더라도 역설적으로 태양광 발전에 대해 설명하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면서 "우리 주변에서 전기를 직접 생산한다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이런 논란이 생기는데, 당장 눈앞에 갈등을 피하자고 아무도 설명하지 않으면 (태양광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서울시는 지난 2017년 11월 '태양의 도시, 서울' 태양광 확산 5개년 종합계획에 따라 오는 2022년까지 원전 1기 설치용량인 1000메가와트(MW)를 확보하기 위해 아파트, 단독주택, 건물 등 100만 가구에 태양광을 보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지난 2월 목표를 그 절반인 500MW로 낮췄다. 2019년 12월 현재 서울시 태양광 누적 보급용량은 250.1MW 정도로 목표량의 절반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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