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 줬다는 수산업자는 수산업자가 아니었다
[에디터스 뉴스+] 검사와 <조선> 논설위원 금품 수수 의혹 사건, 수산업자의 정체
▲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 권우성
지난달 23일 경찰이 금품 수수 의혹을 받는 현직 부장검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이 일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경찰청이 1991년 내무부 치안본부에서 독립된 뒤 3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이라고 말해 더 잘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현직 부장검사에 이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변인을 맡았다가 사퇴한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과 한 방송사 앵커도 같은 이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이들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지난달 30일 <한국일보>는 "수산업자 A(43)씨가 실제론 수산업을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수산물 매매 사업에 투자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며 투자자를 모았지만 수산업체로 소개한 회사 주소는 A씨가 한때 살던 경북 포항 구룡포읍 빈 집으로 드러났다고 합니다.
빈 집이 있는 구룡포읍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올 2월에 수산업체를 찾는 사람들이 나타났는데 그중에는 자신을 김무성 전 의원의 친형이라고 소개한 남자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 남자가 "'A씨를 아느냐' '수산업체를 하는 게 맞느냐'고" 묻고는 "'그런 회사가 없다'고 알려주자 온 몸을 떨며 돌아갔다"는 주민의 증언을 <한국일보>가 전했습니다.
A씨는 이런 수법으로 2018년 6월부터 2021년 1월까지 서울과 대구 등을 오가며 7명에게 모두 116억 원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런 사기 행각을 벌인 A씨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올 4월 구속·기소돼 현재 수감 중입니다.
A씨는 수산업자로 사기를 치기 전에도 법률사무장이라고 속여 돈을 뜯어냈다가 감옥에 간 적이 있습니다. <동아일보>는 지난달 30일 A씨가 2016년 사기 혐의로 기소돼 같은 해 11월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2017년 12월 말 특별사면으로 출소했다고 보도했습니다.
2016년 사기로 기소될 때 그의 범죄 내용에 대해 <동아일보>는 "A씨는 자신을 법률사무소 사무장이라고 소개하고 '파산 선고와 면책 결정을 받아주겠다' '집안에 검찰 관계자가 있어 합의금을 더 받을 수 있다'며 수백만 원씩을 받아 챙겼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A씨는 "2008∼2009년 36명에게서 약 1억 6000만 원을 뜯어냈다"고 합니다.
사기 행각과 검사-논설위원의 연결고리
법률사무장과 수산업자로 사기 행각을 벌인 A씨와 현직 검사·<조선일보> 논설위원의 연결고리는 뭘까요?
<연합뉴스>는 지난달 30일 A씨가 "1천억원 상당의 유산을 상속받고 경북 포항에 어선 수십대와 풀빌라, 고가의 외제차량을 소유하고 있는 것처럼 꾸며 재력가 흉내를 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평소 재력 외에 넓은 인맥을 과시하며 주변인들의 신뢰를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라며 "그는 지난해 한 생활체육단체 회장으로 취임했는데, 여야 정치권 인사들이 취임식에 축사를 보내 눈길을 끌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금품 수수 혐의로 입건된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도 이 취임식 행사에 참석했다고 <연합뉴스>는 보도했습니다.
<뉴시스>는 조선일보 논설위원에게 A씨를 소개한 인물은 야당 대표를 지냈던 정치인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시스>는 이어 "논설위원 역시 A씨를 소개한 인물은 야당 대표출신 정치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라고 했습니다.
A씨와 안면이 있다는 한 정치권 인사는 <연합뉴스>에 "기자들과 사업가들이 만나는 자리에 참석했다가" A씨를 알게 됐다며 "각 분야에 아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았다, 모임이 끝나면 참석자들에게 메시지도 보내고 여기저기 돈도 주고 하는 사람인 듯했다"고 말했습니다.
사기 사건이 현직 검사와 <조선일보> 논설위원, 방송국 앵커 금품 수수 의혹으로까지 확산한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었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