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돌담과 능소화의 조화, 발품을 팔 만하다
7~8월이면 골목길에 만개... 경남 고성 학동마을에 가다
▲ 옛 돌담과 능소화의 조화가 아름답다. ⓒ 김숙귀
고성 학동마을 돌담길에 능소화가 피었다는 소식을 듣고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경남 고성군 하일면 학림리에 있는 학동마을은 대한민국 등록문화재 제 258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전주 최씨 안렴사공파의 집성촌이다.
▲ 학동마을 가는길에 어느 집 담에 피어있는 능소화를 만났다. 길가 한쪽에 차를 세우고 한참을 바라보노라니 마음은 어느덧 풍성해지는 느낌이었다. ⓒ 김숙귀
▲ 마을 돌담위에는 거의 대부분 능소화가 피어 있었다. ⓒ 김숙귀
마을의 담장은 수태산 줄기에서 채취한 납작돌과 황토를 결합하여 층층이 쌓은 것으로 다른 마을에서는 볼 수 없는 고유한 특징이 있다. 마을에 있는 모든 집들의 담과 집이 앉은 기단, 그리고 텃밭을 두른 낮은 담도 모두 돌로 정성스레 쌓았다. 담은 돌과 흙이 서로 부등켜 안은 듯 옹골차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마을에 들어서니 입구에서부터 활짝 핀 능소화가 환한 얼굴로 나를 맞는다. 느릿느릿 골목길을 거닌다. 마음은 여유롭고 편안하다. 돌담마다 길게 줄기를 늘어뜨리고 소담하게 꽃을 피운 능소화가 돌담과 어우러져 조화로운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화려하지만 지나치지 않고 정갈하다.
▲ 골목 한쪽에 접시꽃이 가득 피었다. ⓒ 김숙귀
▲ 마을에 있는 찻집, 학동갤러리 입구. ⓒ 김숙귀
능소화는 7~8월에 꽃을 피우는 덩굴나무다. 예전에는 양반꽃이라 하여 서민들은 키울 수가 없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사찰이나 시골 돌담, 그리고 삭막한 도시의 시멘트담에도 반갑게 피어난다.
골목길을 걷다가 매사고택(최영덕씨고가,경남문화재자료 178호)을 둘러보았다. 밥지을 때 나는 연기를 밖에서 보이지 않도록 담장보다 낮게 만든 굴뚝과 돌담에 있는 구휼구(求恤口)는 가진자들의 넉넉한 베품을 생각하게 한다.
이즈음의 고성은 제대로 발품을 팔아볼 만하다. 상리연꽃공원의 수련과 제법 유명세를 타고 있는 만화방초, 그리고 글래이스정원에는 수국이 만개하여 안복을 누리기에 모자람이 없다.
또한 통영 쪽으로 조금만 발걸음을 옮기면 광도천변의 수국길도 충분히 볼 만하다. 여름한철 고성 월평리 국도변에서 주민들이 즉석에서 삶아 파는 따끈따끈한 찰옥수수 맛은 일품이다.
▲ 학동마을의 여름은 아름답고 풍성하다. ⓒ 김숙귀
▲ 마을풍경. ⓒ 김숙귀
▲ 정갈하고 단아한 능소화의 모습. '명예,영광'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는 능소화는 왕을 사랑한 어느 궁녀의 슬픈 이야기도 전해져 온다. ⓒ 김숙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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