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원 아이 입양한 고릴라, 이례적이었던 선택
[BIKY 리뷰] 개막작 <고릴라 별>
▲ 제16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개막작 <고릴라 별>의 한 장면. ⓒ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차별과 편견의 대상들이 서로를 아끼고 품어줄 수 있을까. 흔히 사회적 약자로 보호받을 대상으로 묘사되곤 했던 보육원 아이와 홀로 삶을 살던 중고물품상 여성이 가족이 되는 이야기가 애니메이션으로 탄생했다.
제16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아래 비키, BIKY) 개막작으로 선정된 애니메이션 <고릴라 별>은 입양을 기다리는 소녀 요나와 그를 입양한 한 고릴라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비키에서 애니메이션이 개막작으로 선정된 건 이례적인데, 영화가 품고 있는 메시지나 시의성 면에서 충분히 공감대 형성이 가능하다고 주최 측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시청 공무원은 이 보육원이 달갑지 않다. 입양 실적을 올리라며 보육원 책임자를 압박하고, 나아가 보육원을 허물고 자신의 이름을 딴 호화 워터파크를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 그 와중에 사람의 형상이 아닌 한 고릴라가 보육원을 찾고 단번에 요나를 입양해간다. 크고 거친 생김새, 대화에 서툰 고릴라를 두고 아이들과 보육원 관계자는 겁에 질리지만 무슨 일에선지 요나 만큼은 태연하다.
고릴라와 요나가 주변의 방해와 압력을 이겨내고 참 가족이 되어가는 이야기다. 얼핏 평이한 주제의식으로 볼 수 있지만 <고릴라 별>이 반영하고 있는 주제의식과 별개로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캐릭터들 면면을 보면 그리 단순한 소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사회적 약자로 늘 대상화되거나 객체로 남아 있던 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만큼 어떤 영화들보다 구체적으로 소외된 자들의 마음을 오롯이 들여다 볼 수 있다.
요나를 입양한 고릴라 또한 요나에겐 엄마이지만 사회적으론 온갖 편견과 멸시에 시달리는 대상이다. 인간의 말을 쓰고 인간처럼 생각하고 행동하지만 같은 사람의 얼굴이 아닌 고릴라로 표현한 건 특정 민족 중심, 특정 인종 중심의 배타적 문화를 꼬집는 은유로 이해할 수 있다. 인종차별, 난민 혐오, 나아가 나와 모습이 다른 사람에 대한 배척 등. 혐오의 시선을 온몸으로 이겨내며 살아온 캐릭터가 바로 이 고릴라인 셈이다.
▲ 제16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개막작 <고릴라 별>의 한 장면. ⓒ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이 영화는 한국계 스웨덴인 린다 함박의 두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유명 작가 프리다 닐슨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는데 감독 스스로도 한국에서 태어난 뒤 어린 나이에 스웨덴으로 입양이 된 경우기도 하다. "나의 뿌리를 찾는 과정만큼 흥미롭고 설레는 일은 없다"며 이번 작품을 통해 자전적 경험을 물씬 반영했음을 알린 바 있다.
시청 공무원, 보육원 관계자, 그리고 고릴라까지. 이 작품엔 크게 세 종류의 어른이 나온다. 이들이 요나와 서로를 대하는 방식을 보고 나면 한국이나 북유럽의 복지국가로 알려진 스웨덴이나 비슷한 사회문제를 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 이상의 혐오나 차별은 안된다. 잔잔한 <고릴라 별>을 통해 온 가족이 함께 생각해볼 거리가 많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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