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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가 국내에서 건전한 스포츠로 자리잡게 하고파"

한국의 체스 인플루언서, 체스인사이드를 만나다

등록|2021.07.15 08:51 수정|2021.07.15 08:51
"저는 그저 앞에 서있는 사람일 뿐이에요.
그 말은 언제든지 뒤로 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죠."
 

▲ 대국을 두던 중 포즈를 취한 체스인사이드 ⓒ 정현석


체스라는 단어는 한국에서는 아직 낯설다. 하지만 한국의 체스라는 황무지에 열심히 물을 주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유튜버 '체스인사이드'다. 그는 한국의 체스 산업을 키우는데 앞장서는 인플루언서다. 그의 열정만큼 뜨거운 6월, 종로의 카페 온그라운드에서 그를 만나봤다.

- 유튜브 영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모든 제장 과정을 혼자 해요. 하루에 하나씩 올리는데, 나름의 기준이 있죠. 자동화가 안 된 채로 새로운 걸 도전하게 되면 감당이 안 되거든요. 보기 흉하지 않게 깔끔한 느낌을 주려고 노력하죠."

- 성실성의 원천은 무엇인가'
​"이게 일이니까요. 나름의 직업윤리 같은 걸 정했어요. 저는 집에서 혼자 일하다 보니, 자고 일어나면 출근이고 마음 먹으면 퇴근이에요. 단호한 기준이 없으면 유지하기가 힘들죠.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힘이 많이 돼요. '구독과 좋아요가 힘이 된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라 정말이죠."​
 

▲ 고민에 빠진 모습 ⓒ 정현석


- 목표하는 바가 있다면.
​"체스를 알리는 선구자가 돼서 '나 하나로 뭔가를 만들겠다, 슈퍼스타가 되겠다'는 마인드도 나쁘지는 않겠죠. 하지만 문화를 만드는 과정 속에서 저도 같이 성장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저 앞에 서 있는 사람일 뿐이에요. 그 말은 언제든지 뒤로 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죠. 또 개인적으로 뒤로 가고 싶기도 하고요."

- 사명감이 엿보인다.
​"그런 게 없으면 못해요. 그리고 사람들이 알아차리죠. 대중들은 바보가 아니니까요. 가식적이고 연출된 모습을 보이면 곧바로 반응해요. 체스가 국내에서 건전한 취미이자 스포츠로 정착할 수 있는데 이바지하고 싶어요."

- 체스가 크게 성장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죠. 바둑 같은 경우는 이미 시장이 크게 형성돼 있어요. 사실 전 세계적인 시장은 체스가 바둑 장기보다 훨씬 넓어요. 올림픽에 계속 들어가려고 노력 중이기도 해요. 정식 종목이 되면 분명히 지원이 생기고 한국 대중한테 더 알려지기도 하겠죠. 전 세계적인 체스 붐이 있는 상황이기도 하고요."
 

대국에 집중하고 있는 체스인사이드그는 오프닝으로 '런던 시스템' 즐겨 쓴다고 말했다. ⓒ 정현석


- 체스닷컴에서의 업무는.
​"한국 시장을 맡고 있어요. 체스닷컴은 되게 자유분방한 회사에요. 딱히 지시를 하지 않죠. 중요한 대회가 있으면 '너희 나라는 네가 제일 잘 알지 않느냐, 알아서 해라'라는 뉘앙스죠. 또, 입사하고 국내 매출이 오르는 지표를 보여주기도 해서 신뢰를 얻기도 했고요.

좋은 점과 나쁜 점이 공존하는 것 같아요. 결국 하나부터 열까지 다 혼자서 해야 하죠. 저는 방향을 잡고, 제가 하는 결정들에서 오는 즐거움들이 소중한 원동력이에요. 힘든 점은 외로움이죠. 앞서갔던 사람이 있으면 쉬워요. 적당히 따라가면 되니까요. 제가 앞에서 가고 있다 보니 '이게 맞는가?'에 대한 고민을 항상 해요. 하지만 답이 없어요. 어떻게든 해야 하고 결정을 계속 강요받는 위치죠."

- 힘듦을 견뎌내는 방법은.
​"저는 성장을 좋아해요. 성장하는 방법은 기본적으로 시행착오라고 생각해요. 시행을 하고 거기서 잘못된 점이 있으면 개선해서 다시 시도하는 게 사람이 성장하는 방법이라고요. 성장하려면 무언가에 도전해야 해요. 그러니 자연스레 실패가 생길 수밖에 없죠. 실패에 대한 경험이 쌓이면 두려움이 잦아들고 회복력도 증가해요. 넘어졌을 때 곧바로 일어서지는 못해도, 결국 일어나야 된다는 걸 알기 때문에 일어나게 되는 거죠. 그래서 많이 넘어져 봐야 하는 것 같아요."

- 요즘의 일과는 어떤가.
"아침에 일어나서 요가와 수영을 하고 오전에는 체스닷컴 일을 해요. 주로 텍스트와 관련된 것들이죠. 오후에는 영상을 만들어 업로드해요. 6시까지를 업무시간으로 정했어요. 주말은 없다고 보면 되고요. 가끔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을 하기도 하지만, 요즘은 계속 야근이에요. 책을 쓰고 있어서 바쁘거든요."
 

체스의 정석 '기초편'을 읽고 있는 체스인사이드기초편 이후 전술, 전략 편이 출간될 예정이다. ⓒ 정현석


- 책을 집필한 계기는.
"학원 강사를 할 때부터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일을 하고, 개인적인 사정 등으로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책이 나름의 돌파구가 됐죠. 원래는 훨씬 더 캐주얼한 모습이었어요. 좀 더 본격적으로 만들기 위해 2, 3번쯤 갈아엎었죠. 원래 '체스의 정석' 뿐이었는데,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나중에 '기초편'을 붙였어요. 지금은 다섯 권으로 마무리 지으려고 해요."

- 사람 성진수의 목표는.
"자연스럽게, 인간답게 살고 싶어요. 인위적인 것보다는 순리에 따라 살고 싶다는 마음이죠. 억지로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살고 싶은 대로요."

- 체스인사이드의 목표는.
"체스를 배우거나 체스에 흥미가 생겼을 때 가장 먼저 접할 수 있는 이름이 되고 싶어요. '체스가 이런 게임이고 이런 재미가 있는 거구나'라는 걸 느껴주셨으면 해요."
   

체스인사이드와의 대국 기자는 레이팅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기권했다. ⓒ 정현석


- 체스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체스는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집중할 수 있는 스포츠에요. 게임을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하는 자신을 발견하곤 하죠. 나중에는 상대를 이겼다는 것보다 '내가 이렇게 했다'는 즐거움이 더 커져요. 계속해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끝이 없는 스포츠라고 생각해요."

- 지금 삶에 만족하는가.
"만족해요. 가끔씩 무너져 내릴 때도 있지만, 그런 순간은 누구나 다 있죠.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돌아보려고 노력해요. 그럴 때면 '이 정도면 만족할 만한 삶이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할 수 있는 것, 편한 것,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에 집중하는 게 만족스러운 삶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그러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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