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에 진심인 나, 여름엔 '물회' 아닙니까
내 체질은 '물'과 안 맞는다지만 좋은 걸 어떡하나요
나는 도통 '음식'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다. 어쩜 늘 맛있는 음식 한 번 찾기가 쉽지 않은 건지. 입맛이 까다로워서가 아니다. 어떤 음식을 먹든 함께 먹는 '사람들'이 더 좋았고, 그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더 좋을 뿐이다. 내게 맛있는 음식이 적을 뿐이지, 음식을 아예 멀리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런 나도 '회'만큼은 진심이다. 회로 만든 초밥이나 물 회는 말해 뭐해. 귀신이다 귀신. 부산에서 나고 자라서인지 '회'와 '해산물'은 일찍이 접한 편인데, 어릴 적부터 곧잘 '회'만큼은 다른 음식들보다 잘 먹었고, 멍게 해삼과 같은 해산물까지 꿀떡꿀떡 잘만 삼켰다고 한다.
'초밥'을 처음 접했을 땐 거의 신세계였다. 밥과 같이 먹는 회는 금상첨화였다. 기억에 남는 초밥 집은 20여 년 전 편입시험 치러 서울로 올라갔을 때, 세종문화회관 뒷골목에 있던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곳이었다. 따뜻하고 알싸한 밥 위에 두툼하고 큼직한 회 한 조각이 올려진, 그때 나는 혼자 열여덟 접시나 먹었더랬다.
내 고향 부산에는 초밥 대중화에 앞장 선 'M' 스시 집이 있는데, 본점만큼 인기몰이를 하는 분점들이 남천동, 해운대 바닷가까지 문을 열었고 그 뒤로도 더 생긴 것으로 안다. 언제든 맛있는 스시를 즐길 수 있는 집이 늘어간다는 소식은 절로 반갑다.
지금 살고 있는 경남 진주는 남강이 흐르고 내륙지역이라 생선과는 좀 거리가 있는데, 희한하게 민물장어가 유명하다. 익혀서 먹는 생선보단 날 것이 좋은 나는 여기서도 초밥 집을 전전하며 내 입맛에 맞는 곳을 찾아 헤맸다.
겨우 찾은 곳은 초전동의 '○○초밥'. 두어 달 전, 첫째 딸을 도서관에 데려다 주고 배가 고팠던 나는 일부러 점심시간을 훌쩍 넘겨 이 초밥 집에 들어섰다. 아이 셋을 키우면서 밥 때를 제때 지키지 못한 생활도 6여 년째. 그래서 혼밥은 늘 익숙하다.
모듬 초밥 한 세트를 시켰다. "좋아하는 생선이 있으면 말씀하세요" 익숙한 사장님의 단골 멘트. 무뚝뚝하게 생겼지만 꽤 자상하신데 이번엔 "모자라면 더 말씀하세요"라는 말을 덧붙이셨다.
"더 달라고 하면 더 주실 수도 있나요?"
예의상 하셨던 말일 수도 있는데, 이런 바보 같은 질문을 해버렸다. 그런데, 사장님은 의외의 대답을 던지셨다.
"혹시, 물 회 좋아하세요?"
"물 회는 사랑이죠."
그렇게 나온 물 회가 이 물 회다. 여름시즌으로 내놓는 새 메뉴라며 날씨가 빨리 더워질 것 같아서 만들어보는 중이라 하셨다. 우와. 이게 무슨 횡재인가!
"그냥 주신다고요?"
"그런 사람 드문데, 얼마나 회를 좋아하시면 혼자 오셨을까 싶어서요."
한눈에 알아보셨던 거다. 내가 회에 진심인 것을 말이다. 서비스라서 좋았던 게 아니라, '회'로 마음이 통했다는 사실에 신이 났다. 광어, 연어, 전복들이 살짝 얼기 직전의 다양한 야채들과 최고의 조합을 만들었다.
내가 초밥을 15ps나 먹은 게 실화인가. 국물까지 싹 비워내는 걸 보고 사장님은 어떤 생각이 드셨을까. 정식 메뉴로 내놓기 전이라 피드백을 원하실까 싶어서 최대한 상세히 말씀드렸고, 귀담아 들어주셨다. 기분 좋게 가게를 나선 후 차에 올라탔는데, 물 회가 얼마나 시원했는지 햇볕에 세워둬 열기 가득한 차 안이 기분 좋게 따뜻했다.
오래 전에 한의원에서 체질 검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내 몸은 '물'과는 맞지 않다는 말을 들었다. 당연히 '해산물'도 궁합이 맞지 않는다고 했고, 수영보다는 등산을, 바다 보다는 산을 가까이 하는 게 좋다고 했다.
근데 이게 웬일.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회'와 '초밥'인 것도 모자라 바다의 도시 '부산'에서 태어나 '낚시'를 가장 좋아하는 '인천' 출신의 남자를 만나 살고 있는데 뭐가 어째?! 하하하.
사주와 궁합을 떠나 아무튼! 나는 올 여름이 다 지나가기 전에 입안을 얼얼하게 만들고 머리를 쨍하게 만드는, 내 사랑 물 회로 이 더위를 싹 다 얼려버릴 테다.
그런 나도 '회'만큼은 진심이다. 회로 만든 초밥이나 물 회는 말해 뭐해. 귀신이다 귀신. 부산에서 나고 자라서인지 '회'와 '해산물'은 일찍이 접한 편인데, 어릴 적부터 곧잘 '회'만큼은 다른 음식들보다 잘 먹었고, 멍게 해삼과 같은 해산물까지 꿀떡꿀떡 잘만 삼켰다고 한다.
내 고향 부산에는 초밥 대중화에 앞장 선 'M' 스시 집이 있는데, 본점만큼 인기몰이를 하는 분점들이 남천동, 해운대 바닷가까지 문을 열었고 그 뒤로도 더 생긴 것으로 안다. 언제든 맛있는 스시를 즐길 수 있는 집이 늘어간다는 소식은 절로 반갑다.
지금 살고 있는 경남 진주는 남강이 흐르고 내륙지역이라 생선과는 좀 거리가 있는데, 희한하게 민물장어가 유명하다. 익혀서 먹는 생선보단 날 것이 좋은 나는 여기서도 초밥 집을 전전하며 내 입맛에 맞는 곳을 찾아 헤맸다.
겨우 찾은 곳은 초전동의 '○○초밥'. 두어 달 전, 첫째 딸을 도서관에 데려다 주고 배가 고팠던 나는 일부러 점심시간을 훌쩍 넘겨 이 초밥 집에 들어섰다. 아이 셋을 키우면서 밥 때를 제때 지키지 못한 생활도 6여 년째. 그래서 혼밥은 늘 익숙하다.
모듬 초밥 한 세트를 시켰다. "좋아하는 생선이 있으면 말씀하세요" 익숙한 사장님의 단골 멘트. 무뚝뚝하게 생겼지만 꽤 자상하신데 이번엔 "모자라면 더 말씀하세요"라는 말을 덧붙이셨다.
"더 달라고 하면 더 주실 수도 있나요?"
예의상 하셨던 말일 수도 있는데, 이런 바보 같은 질문을 해버렸다. 그런데, 사장님은 의외의 대답을 던지셨다.
"혹시, 물 회 좋아하세요?"
"물 회는 사랑이죠."
▲ 사장님이 서비스로 주신 물회 ⓒ 백지혜
그렇게 나온 물 회가 이 물 회다. 여름시즌으로 내놓는 새 메뉴라며 날씨가 빨리 더워질 것 같아서 만들어보는 중이라 하셨다. 우와. 이게 무슨 횡재인가!
"그냥 주신다고요?"
"그런 사람 드문데, 얼마나 회를 좋아하시면 혼자 오셨을까 싶어서요."
한눈에 알아보셨던 거다. 내가 회에 진심인 것을 말이다. 서비스라서 좋았던 게 아니라, '회'로 마음이 통했다는 사실에 신이 났다. 광어, 연어, 전복들이 살짝 얼기 직전의 다양한 야채들과 최고의 조합을 만들었다.
내가 초밥을 15ps나 먹은 게 실화인가. 국물까지 싹 비워내는 걸 보고 사장님은 어떤 생각이 드셨을까. 정식 메뉴로 내놓기 전이라 피드백을 원하실까 싶어서 최대한 상세히 말씀드렸고, 귀담아 들어주셨다. 기분 좋게 가게를 나선 후 차에 올라탔는데, 물 회가 얼마나 시원했는지 햇볕에 세워둬 열기 가득한 차 안이 기분 좋게 따뜻했다.
오래 전에 한의원에서 체질 검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내 몸은 '물'과는 맞지 않다는 말을 들었다. 당연히 '해산물'도 궁합이 맞지 않는다고 했고, 수영보다는 등산을, 바다 보다는 산을 가까이 하는 게 좋다고 했다.
근데 이게 웬일.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회'와 '초밥'인 것도 모자라 바다의 도시 '부산'에서 태어나 '낚시'를 가장 좋아하는 '인천' 출신의 남자를 만나 살고 있는데 뭐가 어째?! 하하하.
사주와 궁합을 떠나 아무튼! 나는 올 여름이 다 지나가기 전에 입안을 얼얼하게 만들고 머리를 쨍하게 만드는, 내 사랑 물 회로 이 더위를 싹 다 얼려버릴 테다.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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