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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경설'의 현대적 가치

[김삼웅의 인물열전 / 해월 최시형 평전 20] 최시형이 말하는 한울

등록|2021.07.11 16:46 수정|2021.07.11 16:46
 

동학 2세 교조 해월 최시형수운 최제우로부터 도통을 물려받아 동학을 민중 속으로 더 넓게 전포한 해월 최시형 선생 (이 사진은 해월 선생이 처형 당하기 직전 찍은 사진에, 1900년에 몸통 부분을 편집하여 제작한 사진이다) ⓒ 박길수


하늘ㆍ사람ㆍ자연 섬기기를 똑같이 하라는 '3경설'은 그가 1872년 1월 5일 소백산의 깊은 골짜기에서 49일간의 기도를 마치고 「대인접물(對人接物)」이라는 제목의 법설에서 시작되었다. 한 해전 이필재의 '영해항쟁'으로 다시 관의 집중적인 추적을 받고 있던 때이다.

주요 대목을 살펴본다. 먼저 한울을 섬기라는 '양천주(養天主)의 법설이다.

한울을 양(養)할 줄 아는 자리야 한울을 모실 줄 아나니라. 한울이 내 마음 속에 있음이 마치 종자의 생명이 종자 속에 있음과 같으니, 종자를 땅에 심어 그 생명을 양하는 것과 같이 사람의 마음은 도에 의하여 한울을 양하게 되는 것이라. 같은 사람으로도 한울이 있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은 이는 종자를 물속에 던져 그 생명을 멸망케 함과 같아서, 그러한 사람에게는 종신토록 한울을 모르고 살 수 있나니, 오직 한울을 양한 자에게 한울이 있고 양치않는 자에게는 한울이 없나니, 보지 않느냐, 종자를 심지 않은 자 누가 곡식을 얻는다고 하더냐. (주석 3)

최시형이 말하는 한울(하늘)은 초월적인 대상이 아니라 내재적인, 자신의 심중에 모시는 신령의 종자(種子)를 말한다.

"내 혈귀(血鬼)가 아니거니 어찌 시비의 마음이 없으리오마는 만일 혈기를 내어 추궁하면 천심은 상케 할까 두려워하여 내 이를 하지 않노라."

"내 또한 오장이 있거니 어찌 물욕을 모르리오마는 그러나 내 이를 하지 않는 것은 한울을 양하지 못할까 두려워함이니라."

"내 이제 제군의 행위를 본즉 자존하는 자 많으니 가탄할 일이로다. 내 또한 세상 사람이거니 어찌 이런 마음이 없겠느냐마는 내 이를 하지 않음은 한울을 양하지 못할까 두려워함이니라." (주석 4)
 

▲ 해월 최시형의 법어 ⓒ 이상기


다음은 사람을 하늘처럼 섬기라는 '경인론'이다.

둘째는 경인이니 경천은 경인의 행위에 의지하여 사실로 그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경천만 있고 경인이 없으면 이는 농사의 이치는 알되 실지로 종자를 땅에 뿌리지 않는 행위와 같으니, 도 닦는 자 사람을 섬기되 한울과 같이 한 후에야 처음으로 바르게 도를 실행하는 자니라. 도가(道家)에 사람이 오거든 사람이 왔다 이르지 말고 한울님이 강림하였다. 이르라 하였으니, 사람을 공경치 아니하고 귀신을 공경하여 무슨 실효가 있겠느냐. 우속(愚俗)에 귀신을 공경할 줄은 알되 사람은 천시하나니, 이것은 죽은 부모의 혼은 공경하되 산 부모는 천시함과 같으니라. 한울이 사람을 떠나 별로 있지 않는지라, 사람을 버리고 한울을 공경한다는 것은 물을 버리고 해갈을 구하는 자와 같으니라. (주석 5)

다음은 경천ㆍ경인에 경물이 함께해야 한다는 '경물론'의 주요 대목과 전문가의 평가이다.

셋째는 경물이니 사람은 사람을 공경함으로써 도덕의 극치가 되지 못하고, 나아가 물을 공경함에까지 이르러야 천지기화(天地氣化)의 덕에 합일될 수 있나니라. (주석 6)

그의 경물론은 독특한 생명사상이다.

"물을 경공하는 것은 생물 무생물을 포함한 만물 속에 내재하는 한울을 모시고 한울을 키우는 것이니 경물이 곧 시천주와 양천주의 실천이라고 본 것이다." (주석 7)

언제부터인지는 정확치 않지만 「삼경가(三敬歌)」라는 가사가 전한다. 소천(笑泉)이라는 분의 작품이다. '삼경론'을 잘 정리하고 있는 듯 하여 전문을 소개한다.

        삼경가(三敬歌)

             경천

 한울님을 공경하는 지극할 정성
 수심정기 솔성수교 높은 공부라
 내게 모신 내 한울을 내가 깨달아
 내 한평생 잊지말고 공경합시다.

 한울님은 대우주의 원리이시라
 순천순리 하는것이 제일이로다
 무사불섭 무사불명 한 이치이니
 그 근본을 잊지말고 공경합시다.

           경인

 사람마다 내유신령 모시었으니
 사람이 곧 한울일세 분명하여라
 사람위에 사람없고 아래도 없이
 평등으로 대합시다 공경합시다.

 나도 너도 한울님을 모시었으니
 내맘이 곧 네맘일세 분명하여라
 너와 나와 서로 같은 그 마음으로
 사람마다 한울같이 공경합시다.

           경물

 물건마다 한울이오 일마다 한울
 한울속에 있는 물건 모다 동포라
 내가 나를 생각하는 그 마음으로
 물건마다 일 마다 공경합시다.

 바닷물과 땅의 흙도 아끼어 쓰고
 풀 한포기 벌레 하나 해롭지 않게
 내가 나를 아껴하는 그 마음으로
 물건부터 공경하기 시작합시다. (주석 8)


주석
3> 『해월신사법설』
4> 앞과 같음.
5> 앞과 같음.
6> 앞과 같음.
7> 허호익, 「해월 최시형의 천지인 삼경론과 천지인의 신학」, 『한국기독교신학논총』27, 453쪽, 2003.
8> 『신인간』, 제27호, 28쪽, 신인간사, 1963.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인물열전 / 해월 최시형 평전] 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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