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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 아이스팩 수거함 설치, 주민·상인 모두 '대만족'

'기후위기 화순행동 준비위' 아이스팩 재사용·쓰레기 수거 운동 '눈길'

등록|2021.07.14 11:34 수정|2021.07.14 11:34

▲ 기후위기 화순행동 회원들은 매주 토요일 오전 아이스팩 수거 및 세척에 나선다. ⓒ 박미경


지난해 12월 15일 구충곤 화순군수는 "'아이스팩' 재사용을 비롯한 환경보호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겠다"고 약속했다.

인터넷 쇼핑 등을 통해 냉장 또는 냉동 식품을 구매할 때 필수적으로 딸려온 후 마땅한 처리방법을 찾지 못해 버려지는 아이스팩의 공유와 재사용을 권장하는 '더 늦기 전에' 챌린지 동참을 통해서다. '더 늦기 전에' 챌린지는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아이스팩 재사용 활성화를 위한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리면서 전국으로 확산됐다.

그 후 6개월여가 지났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화순 곳곳에서는 여전히 아이스팩이 재사용되지 못하고 버려졌다. 아이스팩은 소각도 어렵고 매립할 경우 자연분해에 500년 이상 걸린다고 알려졌다. 보다 못한 아줌마들이 '기후위기 화순행동'이라는 이름으로 나섰다.

'기후위기 화순행동'은 진보당 화순군위원회 여성당원들을 중심으로 꾸려졌다. 당원이 아닌 이들과도 함께 하기 위해 '기후위기 화순행동 준비위원회(대표 김지숙, 이하 화순행동)'를 구성했다.
 

▲ 수거된 아이스팩을 세척하고 있는 기후위기 화순행동 회원들 ⓒ 박미경


김지숙 대표는 "기후위기와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고 생활 속에서 실천 가능한 일을 찾다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아이스팩 재사용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상당수 주민들이 처리방법을 고민하지만 결국은 종량제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려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 6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화순행동은 한양립스, 광신프로그래스, 한국아델리움, 미륭 등 화순지역 아파트 4곳과 자연드림 매장에 아이스 팩 수거함을 설치했다.      회원들은 수거된 아이스팩을 일일이 세척한 후 지역 상가 등에 매주 전달한다. 상인들의 반응은 좋다. 아이스팩을 전달받은 상인들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한 푼이 아쉬운데 아이스팩 구입부담을 덜게 돼 감사하다"고 입을 모은다.

주민들의 반응은 더 좋다. "언젠가 쓸데가 있을 것이라고 모아둔 아이스팩의 수량이 많아져 종량제봉투에 넣어 버려야 하나 걱정하던 차에 수거함이 생겼다. 환경운동에 함께 한다고 생각하니 반갑다"고 말하는 이들도 많다.

수거함 설치를 요구하는 아파트들도 늘고 있다. 수백여 세대가 거주하는 아파트의 수거함 설치 문의는 회원들에게 보람으로 다가온다.
 

▲ 자체적으로 마련한 아이스팩 수거함을 들고 있는 김지숙 기후위기 화순행동 대표 ⓒ 박미경


아이들에게 깨끗한 화순을...작은 실천·큰 변화

김지숙 대표에게 일요일은 '쓰레기 줍는 날'이다. 시작이 순수했던 것은 아니다. 쓰레기 줍기는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인 화순에서 '진보당'을 알리기 위한 봉사활동으로 시작됐다.

처음에는 화순읍을 가로지르는 만연천과 도심 곳곳의 눈에 보이는 쓰레기만을 주웠지만 시간이 갈수록 종량제봉투에 담기지 않고 재활용품과 뒤섞여 불법적으로 버려진 쓰레기들이 눈에 들어오면서 불법 투기된 쓰레기의 분리배출로 활동 영역이 넓어졌다.

토요일에는 아이스팩을 수거해 세척해 나눠주고, 일요일에는 화순 곳곳을 누비며 쓰레기를 줍고, 불법 투기된 쓰레기를 분리 배출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요즘처럼 더위가 기승을 부리면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지치는 탓에 악취를 풍기는 쓰레기를 뒤적이다보면 기운이 빠진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보다 깨끗한 화순, 보다 살기 좋은 지구를 물려주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에 힘을 낸다. 진보당을 알리기 위한 활동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깨끗한 화순'을 위해 열심히 달린다.

김 대표는 "환경운동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환경오염을 예방하고자하는 작은 실천들이 환경운동이다"며 "작은 실천을 통해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내고자하는 '기후위기 화순행동'에 관심과 성원을 보내 달라"고 전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화순클릭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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