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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된 '민어 껍질' 맛 검증하러 나섰습니다

양반들이 전답 팔아 사 먹었다는 건 옛말... 6월 초부터 8월까지가 민어철, 부레 맛은 아주 특별

등록|2021.07.18 12:05 수정|2021.07.18 12:05

▲ 민어껍질이다. 입맛 차이일까, 사실 데친 민어껍질에 밥 싸 먹는 맛에 빠져 전답까지 내다 팔 정도는 아니었다. ⓒ 조찬현


"전답 팔 정도까지는 아닌데, 이거 순 뻥이잖아!"

그랬다. 민어껍질에 밥을 싸 먹어봤다는 지인은 '맛이 너무 좋아, 전답을 팔 정도'라는 말에 동의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설명이 필요하다. 지난 번에 쓴 '민어탕 1인분이 5천원? 여기는 목포입니다'란 제목의 기사 내용을 보면, 민어껍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미식가들은 민어회보다는 민어 부레와 껍질을 더 선호한다고 한다. 옛말에 '데친 민어껍질에 밥 싸 먹는 맛에 빠져 전답을 다 팔아먹은 사람도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전해져 온다.

이 기사가 포털 사이트에도 걸리면서 지인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었다. 나는 분명 '(이런) 우스갯소리도 전해져 온다'라고 밝혔는데 그 내용에 대해 죽자고(?) 덤비는 약간 난감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하여 그 내용에 대해 다시 검증코자 기자가 민어잡이(?)에 직접 나섰다. 이 기사에 등장하는 활민어와 민어 회는 '완도 금일수협 활선어 위판장'과 바로 건너편에 자리하고 있는 '완도 우성 회센터' 두 곳에서 잡은 활민어다. 지난 11일이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때마침 민어로 복달임을 한다는 초복 날이다.

완도 활선어 위판장 우성 회센터는 의외로 한산했다. 적막강산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정도로 손님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당시(11일) 완도 지역에 3명의 코로나 19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에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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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어의 활기찬 몸짓 ⓒ 조찬현


아이러니하게도 활선어 위판장과 우성 회센터가 한산한 탓에 가게마다 활민어가 활기를 치고 있다. 수족관에서 힘차게 유영하는 민어를 동영상으로 담고 있는 모습을 빤히 바라다본 아주머니는 저쪽(바닷가 수족관)에 가면 살아있는 귀한 민어가 정말 많다고 귀띔해 준다.

"쩌쪽에 가면 활민어가 진짜 많이 있어요."

그랬다. 우린 그곳에서 그 귀하디 귀하다는 활민어의 퍼덕임을 봤다. 힘찬 몸짓으로 수족관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니는 민어의 활기찬 몸짓을 원 없이 보았다. 누구랄 것도 없이 오늘의 생선은 민어다. 그것도 은빛 퍼덕임으로 유혹하는 활민어를 선택했다. 활민어의 위판장 가격은 시가다. 그날 활민어 1kg의 값은 4만~5만원 선이었다. 민어가 클수록 가격은 높았다.
 

▲ 40년째 전남 완도에서 활어를 판매하고 있는 김영렬(74)씨가 민어를 포장하고 있다. ⓒ 조찬현


완도 우성 회센터에서 40년 내공을 지닌 회 뜨기 달인 아저씨 한 분을 만나봤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다음 주 수요일(21일)부터 민어가 진짜 많이 나와요. 보통 6월 초부터 8월까지 나와요. 8월에 나오는 암치는 안 알아줘요. 수치가 최고죠. 민어는 뱃살과 부레가 맛있어요."
 

40년째 전남 완도에서 활어를 판매하고 있는 김영렬(74)씨다. 그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민어 하면 목포, 신안을 얘기하는데 지도와 임자도에서 많이 나오죠. 민어 잡히는 시기가 조금씩 달라요. 물때 때문에 그래요. 민어 부레 맛은 아주 특별해요. 부레 기름은 일반고기하고는 틀린 진짜 기름이지요."

"뭐 특별히 아는 건 없습니다만 완도에서 중매인 한 40년 했는데요. 옛날에는 민어를 이렇게 안 찾았어요. 옛날에는 안 그랬는데 한 10여 년 전부터 민어를 선호하는 것 같더라고요. 사실 완도의 대표 생선은 자연산 돔, 참돔 농어지요."

우리는 민어를 회로 먹으면 저작감이 없다고 말하는데 선어가 아닌 활민어는 전혀 다르다고 그는 말했다.

"민어 씹는 맛이 없다고 그러는데 이 정도면 굉장히 찔겨요. 쫄깃쫄깃해요 한참을 씹어야 해요."
 

우리 일행들이 논란 거리였던 민어껍질쌈에 대해 검증코자 그의 의견을 물었다. 하지만 그는 그저 빙그레 미소지을 뿐 답이 없다.

- 데친 민어껍질에 밥 싸 먹기 위해 전답을 팔 의향은 있나요?
"......"(그저 빙그레 웃음)
 

▲ 완도 우성회센타에서 사 온 민어회가 있는 한상차림이다. ⓒ 조찬현


결론은 이렇다. 데친 민어껍질에 밥 싸 먹기 위해 자신의 전답을 내다 팔 위인은 없어 보인다. 현대를 살아가는 요즘 젊은이들은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민어 맛은 선어보다는 활어가 월등했다. 회로 먹어도 그렇고 탕이나 어죽으로 끓여내도 마찬가지다. 사실 맛에 관한 것은, 순전히 개인적인 입맛 차이다.

느낌 있는 맛을 찾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음식을 소개하는 것도 그렇다. 누구라도 만족할 만한 그런 맛을 품은 음식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함에도 산지에서 직접 가져온 생물 민어회와 더불어 서더리로 쑨 민어 죽은 가히 천하일미다.

민어껍질 쌈 맛에 관한 것은 옛말과 많은 차이가 있어 보인다. 사실 데친 민어껍질에 밥 싸 먹는 맛에 빠져 전답까지 내다 팔 정도는 아니었다. 이 논란은 조선 시대 사람과 21세기를 사는 현대인의 입맛 차이 정도로 치부하는 게 좋겠다.

민어가 제철이다. 진심 여름 먹거리 민어, 지금 아니면 못 먹는다고 하니 다들 민어의 고장 남도로 향한 발걸음을 하루빨리 재촉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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