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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만 1년... 나는 이 나무를 완전히 사랑하게 되었다

[사진작가 호맹의 한국 풍경 촬영기] 삼성산 소나무와 바위... 같은 위치에서 5가지 다양한 자연을 담아내다

등록|2021.07.23 19:15 수정|2021.07.23 19:15
지난해, 난 나의 사진 인생에서 좀 더 의미있고도 이전과 다른 길을 찾아보려고 했다. 담고 싶은 풍경을 찾아 여기저기 돌아다닌 결과, 새롭고도 흥미로운 피사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나 내가 몇 번이고 다시 돌아와 사진으로 담고 싶은 풍경이 눈에 들어왔고, 이곳은 결국 나의 '최애' 공간이 되었다. 위치 또한 특별하다. 산 중턱이긴 한데 주요 등산로에서는 벗어나 있기에, 등산객들에게 노출되기 힘든 곳이기 때문이다.

나의 시선을 강력하게 끌어당긴 이 풍경을 소개한다.
 

▲ 이 곳에는 내가 사랑하는 요소가 정말 많다. 주인공인 이 소나무 아랫부분을 일몰의 빛이 강타하고있는 방식, 바위의 복잡한 무늬와 이것이 만들어내는 질감, 멀찍이 보이는 바다까지 이어지는 경치... 물론 이 나무의 완벽한 자태와 작은 산마루란 위치 또한 중요한 매력 포인트다. ⓒ Romain


첫 눈에 반한 풍경! 하지만 이는 절대 사진 찍기 쉬운 구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리의 눈은 작은 결점에 대해 관대한 편이지만, 사진기는 그렇지 않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점은 눈높이로 이 풍경을 담으려고 했을 때, 뒷쪽에 위치한 산등성이가 나무의 윗 부분을 어색하게 잘라내는 듯한 구성이 연출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는 인물사진 촬영에서 피사체의 목 뒷부분에 지평선이 펼쳐져 있는 상황과 비슷하다.

그래서 나는 삼각대를 내 머리에서 팔 길이만큼 더 연장해서 이 상황을 해결했다. 그런데 마침 폰의 배터리가 다 닳아서 폰으로 촬영 화면을 보면서 무선으로 찍는 건 포기해야 했다. 게다가 내 카메라는 스크린이 원하는 각도로 회전도 안 되는 모델이었기 때문에, 결국 구도를 추측하고 상상하며 찍어야만 했다.

당연히 결과가 마음에 들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고, 겨우겨우 내가 원했던 사진을 얻어낼 수 있었다! 이 경험 이후, 무선 촬영 기능을 사용할 계획이 있을 때 잊지 않고 보조배터리를 챙겨오는 건 두말 할 나위가 없다.
 

▲ 이 사진은 두 번의 세찬 여름 바람과 이후 강한 비가 퍼부은 날, 바람이 지나간 이후 폭우가 오기 직전 비교적 차분한 순간에 찍었다. 뒷배경은 안개가 아니라, 그저 1분 뒤 이쪽으로 다가올 장대비였다! ⓒ Romain


비오는 여름날의 이 사진은 내게 서사적인 순간이었다. 세찬 바람과 비에 맞서며 촬영할 때 느낀 행복감과는 별개로, 이 촬영은 내게 세 가지 가르침을 주었다.

첫째, 이 나무가 뿌리내리고 있는 바위의 형태 자체가 나무 만큼이나 아주 흥미롭다는 것이다. 처음 셔터를 누르는 순간엔 뷰파인더의 제한된 시야 때문에 느끼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이 공간의 가장 흥미로운 점이 풍경의 앞에서부터 뒤에까지의 깊이가 아니라, 정면에 눈에 띄는 전경임을 이해하게 되었다.

둘째, 당연하게도 좋은 사진을 찍을 때 가장 힘든 부분은 사진기나 촬영 기술보다는, 열정적인 이 행위 자체에서 조금 뒤로 물러나 장면을 다시 한 번 보고, 내 앞에 정말로 찍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게 무엇인지 인식하면서 이를 어떻게 담아내느냐였다. 이 과정은 굉장히 힘들 수 있다. 특히 혼란스러운 환경이라면 더 그렇다. 내가 진지하게 훈련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셋째, 내가 그동안 얼마나 은은한 느낌의 사진을 그리워했는지다. 서울은 활기가 넘치는 도시고, 매 순간 밝으며 시끄럽기에 나 또한 그러한 분위기에 젖어들곤 했다. 하지만, 여기 이 프레임 안의 멋진 모습을 보고난 뒤 나는 마음 속으로 내가 그동안 이 소박함과 고요함, 안개가 수반하는 이 모든 분위기를 갈망해왔음을 다시금 깨달았다. 날씨가 매서워지면 또 오겠다고 다짐했다.

이 자연이 내 속마음을 읽은 건지, 지난 겨울엔 몇 번의 큰 눈을 선사 받았다.
 

▲ 가장 내 마음에 들었던 촬영이다. 눈구름 앞에 이 나무가 서있는 모습, 아래 바위들이 눈에 덮여있는 채로도 여전히 옹기종기 모여 하나의 매력을 뿜어내는 모습. 눈보라에도 불구하고 이는 내가 너무나도 그리워했던 평화로운 분위기를 한껏 자아낸다. ⓒ Romain


많은 사람들이 눈이 그칠 생각도 없이 오는 날엔 산행을 하지 않지만, 내게는 이번 사진 시리즈에서 사실상 이 때의 경험이 가장 인상적이었다(또한 눈 오는 날씨는 내가 가장 산행하기 좋아하는 날씨이기도 하다). 시끄러운 폭풍우가 몰아쳤음에도, 저 위에서는 가장 평화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쉼 없이 내리는 눈이 도시로부터의 소음은 물론, 사람을 포함해 모든 동물을 숨어버리게 만듦으로써 모든 소리를 차단해줬고, 바람도 불지 않았기에, 마치 녹음 스튜디오에 있는 것처럼 조용했다. 사색을 하며 영혼을 한숨 쉬어가기에 완벽한 순간이었다.
 

▲ 전에 찍은 사진이 성공이라고 느낀 뒤, 이 사진을 보면 확실히 나무가 짧게 느껴진다. 또 한 번 무선 촬영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던 이 날, 눈높이에서 촬영한 결과물인데 나무의 윗부분이 뒷산 능선에 의해 부자연스럽게 구분되는 느낌을 준다. 이 날 일몰은 확실히 흥미로웠고, 공해로 인해 상당한 먼지가 정면 바위 풍경과 어느 정도 대조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잘못된 구도 탓에 이 요소 중 어느 하나도 잘 정렬되지 못했다. 1년은 확실히 실패하고 다시 배우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 Romain


몇 달 뒤, 봄의 문턱에 거의 다가섰던 어느 날은 좋은 측면에서 '운명의 장난'이었다! 이미 내 장인어른과 함께 산에 오르기로 되어 있었는데, 마침 두꺼운 안개가 산에 짙게 깔린 것이다. 비 없이 안개는 홀로 웬만해서는 잘 나타나지 않기에 이 기회를 잘 잡아야만 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 아주 두꺼운 안개 때문에 나무조차 희미하게 보이고 있다. 모든 모습이 비현실적으로 보이며, 나무는 사실 가깝게 위치해 있음에도 아주 멀리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 한결같은 뒷배경 앞에서 자랑스럽게, 전혀 도전받지 않으며 꼿꼿이 서있는 이 나무의 자태를 나는 완전히 사랑하게 되었다. 이전 눈보라에서의 촬영처럼 나는 이 구도가 충분히 강력하면서도, 겸손하게 정말로 중요한 요소인 바위와 나무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느낀다. 올해의 가르침을 난 터득했고, 이를 훈련하는 나는, 내가 언제나 가고싶었던 그 배움의 길 위에 있다. ⓒ Romain


마침내 봄이 모습을 드러내며 1년의 주기를 마무리하게 되었다. 이른 봄의 진달래가 잎조차 자라지 않은 상태에서 꽃 피울 준비를 하고있다. 사실 바위를 따라 선명하게 뿌려진 핑크색 점들을 기대하긴 했지만 크기가 작아서 확대해야 잘 보일 것이다. 하지만 이 곳은 봄에만 좋은 장소가 아니라, 얼마든지 즐길 만한 다른 요소가 많다.
 

▲ 일몰 빛이 나무를 때리며 적절한 색의 분리를 통해 따뜻한 선을 창조해내고 있다. 특히 이 따뜻한 느낌은, 바위를 덮고있는 차가운 색상의 이끼와 더 확실하게 대조되고 있다. ⓒ Romain


이 나무와 함께 나의 1년은 다가왔고, 또 지나갔다. 아주 멋진 생명체를 마주친 나는 이 아름다운 곳에 닻을 내렸고, 다양한 계절과 날씨를 관통하는 이 자연의 아름다움과 미묘함을 목격했다.

참을성과 함께 일종의 헌신도 배웠다. 그리고 나 자신, 나의 촬영 취향에 대해서도 지난 1년에 걸쳐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모두 이 나무 덕분에. 여기는 앞으로도 나의 개인적인 이정표로 남을 것이다.
 

▲ 보너스로, 다른 각도에서 찍은 일몰 사진을 남긴다. 한 그루가 아니라 이렇게 두 그루다! 촬영지는 안양에 위치한 삼성산이다. ⓒ Romain


보너스로, 다른 각도에서 이 나무를 찍은 일몰 사진을 남긴다. 이미 눈치 챈 분도 계시겠지만, 사실 한 그루가 아니라 이렇게 두 그루다! 촬영지는 안양에 위치한 삼성산이다.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나의 이 작업이 장기간에 걸쳐 의미있는 프로젝트를 수행중인 또 다른 분께 영감을 줄 수 있는 일이 되었기를 바란다.

번역 : 김혜민

 
덧붙이는 글 사진작가 호맹의 홈페이지 호맹포토(http://www.romainphoto.com)의 Blog에 삼성산의 모습은 물론, 다양한 풍경 사진 촬영기가 영어로 작성되어 있으며 모든 사진 촬영 스팟으로 가는 경로 또한 상세하게 안내되어 있습니다. 인스타그램(@romainphoto_outside)에는 하이킹 사진을 포함해 도시 야경 등 멋진 한국의 사진이 다양하게 담겨있으니 많이 많이 들러서 감상해주세요! 댓글이나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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