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2683 단체·개인, "기억을 금지하지 말라!" 서명 동참

유경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위원장, 끝까지 연대해 줄 것을 호소

등록|2021.07.24 13:21 수정|2021.07.24 13:22

유경근 가협집행위원장, 23일 공동성명 발표 기자회견 발언 "광화문세월호기억공간은 생명과 안전의 사회를 향한 시민의 공간입니다. 광화문광장은 시민의 피와 땀과 눈물로 지키고 키워온 민주주의의 광장입니다. 세월호기억공간 철거는 곧 민주주의를 지우는 것입니다." ⓒ 4.16연대


지난 5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는 26일에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기억공간을 강제 철거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일방적 철거를 우려하는 4.16시민동포들이 2주 동안 "기억을 금지하지 말라!" 성명을 내고 2683 단체와 개인의 연대서명을 모았다. (관련기사 : "기억을 금지하지 말라" http://omn.kr/1uf2q)

지난 23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이하 가협)와 4.16연대는 서명단체 및 개인 명단과 성명, 지난 2주 동안 시민사회 단체들이 발표한 25개의 성명(첨부참조)을 모아 공동성명 발표 기자회견을 했다. 성명에서 보이는 공통된 요구사항은 기억관 존치를 위해 가족, 시민들과 협의에 나서라는 것이었다.

기자회견은 유경근 가협집행위원장과 박승렬 4.16연대 공동대표의 발언, 4.16약속지킴이도봉모임 김일오씨와 대구 4.16연대 한유미씨의 발언, 김종기 가협운영위원장의 성명 낭독 순으로 진행되었으며 페이스북으로 생방송되었다. 기자회견 후 가협과 4.16연대는 서울시에 성명서를 전달했다.
 
그런데 이 후 상황이 급격하게 돌아갔다. 서울시는 답변을 기다리는 가족들을 다른 곳에 모아놓고 사전 통보도 없이 철거팀을 기억공간으로 보냈다. 가족들이 조금만 늦었더라면 철거팀이 아이들의 사진과 기억물품을 박스에 집어넣었을 상황였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엄마 아빠들을 모질게, 거칠게, 모욕적으로 다뤘지만, 결코 박근혜 정부도 우리 아이들만큼은 건들지 않았습니다. 우리 아이들과 관련된 사진과 물품은 건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세훈의 서울시는 그 일을 하려고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웠고 실행까지 들어갔던 겁니다." (유경근 가협집행위원장)

유경근 가협집행위원장은 세월호기억관 강제철거 만행 시도 현장에서 페이스북으로 급박하게 소식을 전했다. 시민들이 달려왔고, 철거팀은 토요일에 다시 오겠다면서 철수했다.
 

철거 인력을 기억관 앞으로 배치하고 포장재와 박스를 반입23일 부터 광화문 기억관 내 사진과 기억물품들을 빼려고 강제철거 만행 시도 ⓒ 4.16연대


시민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유 위원장은 "24시간 대기하며 기억공간을 지킬 것이며, 주말 동안 예정되어 있던 릴레이 1인 시위를 할 것"이라 밝혔다. 또 언론에게 " 가족들이 왜 저항하고 있는지를 심층적으로 보도해 줄 것"을 요청했다.

"세월호참사 기억공간, 참사 만의 공간이 아니다. 모든 시민들이 생명과 안전, 인권 사회를 만들기 위해, 민주주의의 역사가 담긴 이 광장을 지켜내야 한다"는 유 위원장은 세월호 기억관 강제 철거만행은 "반인륜적인 행위"이며 "이 광장에서 민주주의를 모든 시민들의 피와 땀과 눈물을 지우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오세훈 시장의 직원 탓

시민들의 피와 땀과 눈물을 지우려는 오세훈 시장은 여론을 호도하고 책임을 공무원들에 떠넘기고 있다.  서울시 총무과는 '새시장이 결정할 문제'라고 해왔는데, 17일에서야 가족들과 비공개 면담을 한 오세훈 시장은 직원들에게 모든 판단과 책임을 돌렸다.

"행정국장, 총무과장은 공무원으로서 행정적 판단을 하는 것 뿐이다. 이들도 개인적으로는 유가족들의 아픔에 공감할 것이다. 공무원의 고충을 이해해 달라. 나 역시 선출직이기는 하지만 공무원이다. 나도 유가족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지만 공무원으로서 행적적 판단을 따를 수밖에 없다. 이해해달라." (오세훈 시장)

3개월 넘게 면담에 면담에 응하지 않다가 비공개면담에서 오 시장이 한 말이라고 유위원장이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가족들은 기자회견에서 오 시장에게 다음의 두가지를 요구했다.

1. 광화문광장 공사기간 중 생명과 안전을 향한 시민들의 열망이 담긴 세월호참사 기억공간을 새로운 광화문광장에 어떤 형태와 방식으로 의미있게 녹여낼 수 있을지를 협의하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고 오세훈 시장이 책임있게 직접 논의에 참여하십시오.
2. 세월호참사 기억공간을 공사기간 중 공사구역 바깥으로 이전해 운영하십시오. 이는 서울시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에 요구하는 것입니다.
 

4.16연대와 4.16가족협의회가 공동성명서를 서울시에 전달했다 왼쪽부터 박승렬 4.16연대공동대표, 유경근 가협집행위원장, 김종기 가협운영위원장, 이태호 4.16연대 상임집행위원장 ⓒ 4.16연대


세월호를 지우겠다는 것은 세월호만이 아니라 이 광장의 민주주의를 지우겠다는 것이라는 유 위원장의 호소에 '뙤약볕, 매연, 모기, 보수 유튜버들의 신고로 힘든 주말'을 보내기 위해 시민들이 모이고 있다.

23일 새벽, 기자회견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던 해외동포들도 문자행동, 온라인 피케팅, 공개서한 및 팩스 보내기, 서명하기, 서명 또는 청원링크 공유하기 등 긴급행동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유경근 위원장의 기자회견 마지막 호소는 끝까지 연대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우리 사회를 2014년 이전으로 되돌리려는 음흉한 시도가 이제는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절대로 용납해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세월호참사 이후 새로운 사회로 꼭 나아가야만 합니다. '국가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 '생명과 인권과 안전이 최고의 가치인 사회'로 꼭 나아가야 합니다. 오늘 이 강제철거, 강제지우기에 맞서야 하는 이유입니다. 끝까지 함께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LA 영사관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이유진씨. '기억을 금지하지 말라', ' 세월호 기억관 철거 즉각 중단하라' 피켓을 들었다. ⓒ 이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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