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여름 더위를 마냥 즐긴 뒤 풍성한 가을을 맞자
[박도의 치악산 일기] 제14화 여름은 더워야
▲ 뜨거운 태양 아래 무럭무럭 자라는 벼포기들 ⓒ 박도
'중복'과 '대서' 절기가 있는 7월 하순은 일 년 가운데 가장 더운 계절이다. 연일 섭씨 35~6도를 오르는 불볕더위는 당분간 계속 될 듯하다. 하지만 8월 초순 '입추'가 지나고 곧 '말복'이 지나면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부는 게 한결 날씨가 달라질 것이다.
아무튼 여름은 더워야 한다. 그래야 들판의 벼를 비롯한 오곡들이 쑥쑥 자라 영글고 지붕 위 박꽃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 마련이다. 1980년 그해 여름은 덥지 않은 이상 기류였다. 한창 복중인데도 썰렁한 날씨가 계속되었다. 무려 50여 일간 지루한 장마로 온 나라가 물난리를 겪었다.
그 결과, 그해 가을 농사꾼들은 제대로 영글지 않은 농작물 탓으로 쭉정이를 거둬들일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여름은 더워야 하고 봄은 따뜻해야 하며, 가을은 서늘하고 겨울은 추워야 한다. 그래야 계절 장사들도 그때그때 한 몫 장만하여 나머지 철을 살게 마련이다.
올 여름 에어콘, 아이스크림 등 여름 장사꾼이 대목을 만난 모양이다. 나는 삼복염천 들판을 지나면서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는 벼 포기들을 보고 아마도 올 가을은 풍성한 곡식들을 추수할 거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덥지 않는 여름은 재앙이다.
남은 여름 더위를 마냥 즐긴 뒤 풍성한 가을을 맞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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