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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여름 더위를 마냥 즐긴 뒤 풍성한 가을을 맞자

[박도의 치악산 일기] 제14화 여름은 더워야

등록|2021.07.24 15:44 수정|2021.07.24 16:56

▲ 뜨거운 태양 아래 무럭무럭 자라는 벼포기들 ⓒ 박도


'중복'과 '대서' 절기가 있는 7월 하순은 일 년 가운데 가장 더운 계절이다. 연일 섭씨 35~6도를 오르는 불볕더위는 당분간 계속 될 듯하다. 하지만 8월 초순 '입추'가 지나고 곧 '말복'이 지나면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부는 게 한결 날씨가 달라질 것이다.

아무튼 여름은 더워야 한다. 그래야 들판의 벼를 비롯한 오곡들이 쑥쑥 자라 영글고 지붕 위 박꽃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 마련이다. 1980년 그해 여름은 덥지 않은 이상 기류였다. 한창 복중인데도 썰렁한 날씨가 계속되었다. 무려 50여 일간 지루한 장마로 온 나라가 물난리를 겪었다.

그 뒤에도 계속된 냉기류로 농작물에 큰 피해를 주었다. 또 동해안 연안도 냉수대 현상으로 고기떼들이 몰려오지 않아 어민들도 한숨만 푹푹 쉬었다. 이런 오랜 장마는 그해 5월 광주에서 죽은 원혼들이 구천을 떠돌며 쏟은 눈물 탓이라 했고, 이상 냉기류는 서슬 퍼런 숙정의 칼날 때문이라고 했다. 아무튼 선무당이 휘두르는 칼날로 온통 나라 안이 복중 한파에 숨을 죽였다.

그 결과, 그해 가을 농사꾼들은 제대로 영글지 않은 농작물 탓으로 쭉정이를 거둬들일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여름은 더워야 하고 봄은 따뜻해야 하며, 가을은 서늘하고 겨울은 추워야 한다. 그래야 계절 장사들도 그때그때 한 몫 장만하여 나머지 철을 살게 마련이다.

올 여름 에어콘, 아이스크림 등 여름 장사꾼이 대목을 만난 모양이다. 나는 삼복염천 들판을 지나면서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는 벼 포기들을 보고 아마도 올 가을은 풍성한 곡식들을 추수할 거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덥지 않는 여름은 재앙이다.

남은 여름 더위를 마냥 즐긴 뒤 풍성한 가을을 맞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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