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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회 앞 사라진 점자블록을 찾습니다

[주장] 점자블록, 전시물로 인해 끊겨... 시각장애인 배려 안 한 서울시의회 유감

등록|2021.07.26 15:06 수정|2021.07.26 15:15
서울시의회 의원님들, 안녕하세요. 저는 마포에 살고 있는 청년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지난 주말 목격한 당황스러운 광경을 말씀 드리기 위해서 펜을 들게 되었습니다.

어제(25일) 저는 광화문에서 서울시청으로 이동하던 길에 도무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시청 앞에 위치한 서울시의회 본관 외벽에 설치된 전시물이 도보에 설치된 점자블록을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앞에는 '서울시의회 30주년 기념행사 조형물(시의회 옛 정문)을 전시중'이라는 문구와 함께 '통행에 불편을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라는 문장이 적힌 서울시의회 명의 안내 팻말만 하나 놓여있을 뿐이었습니다.

당혹스러웠습니다. 점자블록 상황을 개선해야 할 책임이 있는 서울시의회가 오히려 점자블록을 막고 있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반드시 필요한 전시였다면, 전시 기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다른 점자블록을 설치하는 것이 당연한 조치 아닙니까.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길을 가다가 갑자기 점자블록이 끊기고, 설치된 전시물에 부딪히는 불상사가 발생한다면 과연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입니까. 시각장애인의 통행을 위해 설치된 점자블록을 막으면서 음성 안내조차 없이 고작 글자가 적힌 안내문 하나만 내놓은 서울시의회의 조치에 쓰린 마음을 감출 길이 없었습니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서울시의회의 장애인권 감수성 수준이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 도보에 설치된 점자블록은 시각장애인의 이동에 불편이 없도록 하기 위해 마련해 놓은 것으로, 생명과 직결되는 시설물입니다.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누구보다 모범을 보여야 할 서울시의회가 오히려 점자블록에 대한 낮은 이해를 보여주고 있다니,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저는 동료 시민으로서 이 상황을 방치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해 이 글을 씁니다.

2021년은 서울시의회가 부활한 지 30년이 되는 해라고 합니다. 서울시의회는 '시민이 주인 된 지방의회, 시민과 함께 할 서울시의회'라는 문구를 적은 대형 걸개를 의사당 외벽에 내걸었습니다. 시민이 주인이고, 시민과 함께 할 서울시의회라면 의사당 근처에 마련된 도보 점자블록을 이용하는 일에 시민이 불편을 겪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서울시의회가 말하는 시민 중에는 당연히 시각장애를 가진 시민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동료 시민으로서 시각 장애를 가진 이웃이 서울의 거리를 다니는 데 있어 어떠한 어려움도 없기를 바랍니다. 이보다 당연한 소원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서울시의회 의원님들께 부탁 드립니다. 전시를 계속하고자 하신다면, 전시물이 가로막고 있는 도보 점자블록을 대체할 수 있는 시설물을 설치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주시기를 부탁 드립니다.

지방의회가 주민에게 가까이 있는 만큼, 모든 주민의 삶을 지키고 바꾸는 일에 더 세심한 자세로 나서주기를 바랍니다. 서울시의회 부활 30년은 이름뿐인 전시회보다 시민의 삶을 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모습을 시의회가 보여줄 때, 비로소 시민들에게 축하받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각장애를 가진 시민들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서울시의회 의원님들의 화답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서울시의회 30주년 기념행사 조형물 전시회를 이유로 도보 점자블록을 막아둔 서울시의회. ⓒ 오승재


 

▲ 서울시의회 30주년 기념행사 조형물 전시회를 이유로 도보 점자블록을 막아둔 서울시의회. ⓒ 오승재


 

▲ 서울시의회 30주년 기념 홍보물이 걸린 서울시의회 본관 외벽. ⓒ 오승재


 

▲ 서울시의회 본관 전경 ⓒ 오승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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