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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만큼 빛난 조연, '슬의생2' 재학의 능청스러움이 고맙다

[TV 리뷰]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2>, 더 재미있게 보기

등록|2021.08.03 15:37 수정|2021.08.03 15:37
tvN 목요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2>가 호평 속에 방영되고 있다. 지난 6월 17일 시작한 이 드라마는 역대 tvN 드라마 첫 방송 시청률 1위(10%, 닐슨코리아 유료가구 플랫폼 기준)를 찍은 후 매주 하락없는 꾸준한 상승을 이어가는 중이다. 6회까지 방영된 드라마는 코로나 19로 인한 촬영 지연과 대본 완성을 위한다는 이유로 지난 7월 29일 한 주를 쉬었다.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려는 듯, 제작진은 징검다리 시간을 채울 <슬기로운 의사생활2: 하드털이>(아래 <하드털이>)라는 제목의 스페셜 방송을 준비했다. 율제종합병원 5인방을 맡은 김대명, 유연석, 전미도, 정경호, 조정석이 출연해 토크쇼를 하듯 드라마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들을 나누고 촬영 비하인드를 공개하는 방송이었다. 배우들의 이야기와 생동감 넘치는 촬영현장은 시청자들에게 또다른 즐거움을 주었다.
 

▲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2: 하드털이> 한 장면 ⓒ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2>은 주인공 의사들의 이야기와 병원 안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함께 전개시켜 나간다. 삶에서 만날 수 있는 크고 작은 문제들에 대처해 나가는, 상처 입은 사람들의 모습은 매회 뭉클한 감동을 전해준다. 드라마는 이러한 내용뿐만 아니라 다양한 요소로 시청의 즐거움을 안겨준다. 드라마가 한 주 쉬는 사이 제작진이 하드를 털 듯, <슬기로운 의사생활2>의 개성을 털어 보았다.

연기에 연주는 덤, '미도와 파라솔' 밴드

모두가 아시다시피, <슬기로운 의사생활2>에는 '미도와 파라솔' 밴드의 연주와 노래가 있다. 음악 드라마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시즌 1부터 시작된 독특한 설정이다. 드라마 주인공들이 직접, 그것도 작중 직업이 의사임에도 매 화 1곡의 연주를 하는 설정은 이제까지의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진풍경이다.

밴드가 연주하는 노래는 드라마 매 화의 내용과 주제를 함축한다. 때문에 방송 말미 연주되는 밴드의 노래들은 내용을 정리하고 주제를 각인시킨다. 노래에 담긴 정서는 시청을 하며 다소 격앙된 감정을 가라앉히거나 증폭시키기도 한다.

1화의 박중훈의 '비와 당신'은 조기양막파수로 아이를 잃은 처지에 놓인 김수정 산모의 깊은 슬픔을 전하고, 시즌1 마지막 화에서 송화(전미도 분)에게 고백했지만 시즌2 1화에서 거절 당한 익준(조정석 분)의 기분과도 잘 어울리는 노래였다. 5화의 브라운 아이즈의 '벌써 1년'은 말 못할 사정으로 이별한 준완(정경호 분)과 익순(곽선영 분)의 아픔을 제대로 전해주는 선곡이었다. 1년의 시간을 훌쩍 뛰어넘는 5화의 설정과도 잘 어울렸다.

드라마는 요즘의 노래가 아닌, 이제 40대 초반인 작중 인물들의 청춘 시절 히트곡들을 선보이고 있다. 1화부터 6화까지, 멀게는 1983년 발매된 노래(조용필의 '나는 너 좋아')부터 가깝게는 2006년 발매된 노래(박중훈의 '비와 당신', 이한철의 '슈퍼스타')를 포함한다. 30대, 40대 이상의 시청자들이라면 귀에 익숙한 추억의 노래들을 새로운 편곡과 목소리로 듣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뮤지컬 배우로 이미 가창력을 인정받은 익준 역의 조정석이 보컬의 많은 부분을 담당하며 수준급의 노래 실력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조정석만 노래하는 것은 아니다.

2화에서 석형 역을 맡은 김대명은 윤도현의 '가을우체국 앞에서'를 원곡의 보컬과는 확연히 다른, 담담하고 부드러운 음색으로 불러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4화에 연주된 김완선의 '이젠 잊기로 해요'는 익순과 이별한 준완 역의 정경호가 조정석과 함께 부른다. 다소 얇고 가는 목소리로 불려진 조정석의 후렴 뒤로 솔직하고 투박한 정경호의 노래가 이어지며 드라마 내용을 노래로 완성하는 느낌을 준다. 이한철의 '슈퍼스타'는 5인방 모두가 함께 부르며 시작을 응원하는 6화의 내용을 밝고 힘차게 살려주었다.
 

▲ tvN 목요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 1화 한 장면 ⓒ tvN


재미있는 건 역시나 뮤지컬 배우이자 믿고 듣는 가창력을 가진 전미도를 '음치'로 설정하여 가끔 엉망진창으로 부르는 노래를 들려 준다는 것이다. 보컬을 욕심내는, 잘 부르는 것보다 더 힘들어 보이는 전미도의 음치 연기는 나올 때마다 큰 웃음을 안겨준다.

<하드털이>에서 주인공 5인방은 주 2회 방송을 하면 더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고 한다. 하지만 드라마 촬영 이외에도 밴드 연습이며 녹음 일정으로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말한다. 직접 연주를 하는 의사 역할은 배우를 무척 힘들게 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 설정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인 것도 분명하다.

혼자만의 노래가 아닌, 모두가 부르는 노래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는 의학 드라마의 범주에 넣을 수는 있지만, 정통 의학 드라마와는 결이 조금 다르다. 그동안 방영되었던 많은 의학 드라마는 환자에게 헌신하는 의사를 그려내며 휴머니즘을 추구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의사들에게서 인간미를 찾기는 조금 어려웠다. 완벽에 가까운 그들은 타고난 듯 의사로서의 절대적 권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조금 다르다. 밴드를 하는 의사들이라는 설정부터 독특하지만, 드라마는 의사인 보통의 한 사람이 영위하는 평범한 삶에도 집중한다. 드라마는 율제종합병원 5인방이 의사로서의 능력을 발휘하는 장면만큼이나 살아가는 여러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이들은 사랑을 하고, 이별의 아픔을 겪고,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갈등한다. 시시때때로 장난을 치고,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떤다. 엄마 앞에서 어리광을 부리고, 때로 보호자가 되어 아픈 가족을 보살피기도 한다.

드라마 속 환자들은 몸의 병뿐 아니라 마음의 상처로 아파하고 있다. 환자의 보호자들 역시 환자만큼이나 힘겨웠다. 슬의들의 생명에 대한 존중은 당장의 처치뿐 아니라 환자와 보호자의 상처, 완치에 대한 간절함 등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들도 환자나 보호자와 다를 바 없는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 tvN 목요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 포스터 ⓒ tvN


특히, 2화는 환자의 상태에 공명하는 이들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두 번의 간이식 수술 후에도 술을 마시는 환자에게 화를 내는 익준, 어려웠던 민찬의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기뻐하는 준완, 최선을 다했지만 살릴 수 없었던 태아의 죽음 앞에 깊은 슬픔을 느끼는 석형 등은 의사 역시 감정을 가진 한 사람임을 잘 보여준다.

6화에는 혼수 상태의 환자에 안타까워 하고 사망에 이른 환자의 죽음 앞에 눈물을 흘리는 레지던트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5인방은 이들을 보며 자신들의 레지던트 시절을 회상하기도 한다. 의사라도 사람이라는, 하지만 할 일을 해야 한다는 준완의 대사는 의사 가운 속에 숨겨진 힘겨운 사람을 떠올리게 한다.

그들에게 교수라는 직위에 걸맞은 실력은 있지만, 그들만이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비범함 같은 것은 없다. 늘 최선을 다할 뿐이다. 환자와 병에 대한 무소불위의 권위가 제거된 이 의사들은 친근하다. 의사로서의 사명감이 꼭 그렇게 진지하고 무거운 것만은 아니었다. 그 사명감은 혼자 지는 것이 아니라 나누는 것이었다.

환자의 질병은 의사뿐 아니라 보호자와 간호사의 도움, 그리고 환자 본인의 의지 등으로 치료된다. 의사의 치료는 필수적이고 중요한 부분이지만 그 역시 일부이며, 드라마는 이것을 잊지 않는다.

송화와 정원은 사회공헌 활동의 하나인 키다리 아저씨 사업을 통해 보호자 쉼터를 만들고, 제도와 복지는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던 최현숙(김현 분) 환자가 계속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준완은 SNS를 통해 보호자가 없는 이경미(연시우 분) 환자에게 누군가 찾아 올 수 있도록 배려한다.
 

▲ tvN 목요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 4화 한 장면 ⓒ tvN


드라마는 중환자실 간호사의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하며 감사를 표하는 은지 엄마를 통해 간호사의 존재도 기억시킨다. 또한 앞 시리즈부터 지속적으로 조망하는, 사망 후에 환자를 살리는 장기 기증에 대한 감사와 필요성 역시 빼놓지 않는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가 전해주는 감동의 울림이 큰 이유 중 하나는 치료 과정을 의사의 독창이 아닌 모두의 합창으로 들려주기 때문일 것이다. 5인방이 모여 하나의 노래를 완성하는 미도와 파라솔 밴드의 연주처럼 말이다. 이 인간미 넘치는 의사들은 삶이 함께하는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주연만큼 빛나는 조연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는 주연들 못지 않은 조연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드라마다. 시즌1에서는 신현빈(외과 레지던트 장겨울 역), 김준한(신경외과 레지던트 안치홍 역), 안은진(산부인과 레지던트 추민하 역) 등이 주연 배우들 못지 않은 큰 인기를 끌었다. 시즌2 전반부에서는 흉부외과 펠로우 도재학 역을 맡은 정문성과 신경외과 레지던트 허선빈 역을 맡은 하윤경이 눈길을 끈다.

2007년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통해 데뷔한 정문성은 드라마 <해치>(2019), <방법>(2020) 등을 통해 개성있는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정문성이 맡은 정이 많은 재학은 교수 준완의 까칠함을 모나지 않은 성격으로 받아내는 캐릭터이다.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드러내지만 늘 개그감을 잃지 않는 재학을 정문성은 능청스러운 연기로 살려낸다. 정문성의 감칠맛나는 연기로 재학과 준완의 케미는 드라마 속 다른 커플들 못지 않은 인기를 끌고 있다.

2015년 연극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로 데뷔한 하윤경은 크고 작은 영화를 찍으며 경력을 쌓고 있는 중이다. 선빈은 교수 송화의 지도로 실력과 마음가짐 모두 한결 의사에 가까워지고 있는 중이다. 하윤경은 조금 허술했던 시즌1의 선빈이 시즌2에서 진정한 의사로 성장하는 모습을 자연스러운 연기로 보여주고 있다. 야무진 느낌을 주는 하윤경의 외모는 성실하고 당찬 선빈의 캐릭터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전반부의 중요한 조연으로 빼놓을 수 없는 연기자는 은지 엄마 역을 맡은 이은주와 민찬 엄마 역을 맡은 이지현이다. 연극 무대의 경력이 다채로운 만큼 두 배우는 심장 이식을 간절하게 기다리는 엄마의 절절한 심정을 뛰어난 연기로 표현하며 드라마 전반부의 눈물을 담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현하는 매 화 아이들 때문에 눈물을 흘렸던 두 엄마의 슬픈 연기에 많은 시청자들이 함께 울었을 것이다.
 

▲ tvN 목요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 4화 한 장면 ⓒ tvN


병원에 늦게 들어온 민찬이가 이식 조건 때문에 은지보다 먼저 이식 수술을 받게 되면서 위로를 주고 받던 두 엄마는 묘한 감정에 휩싸인다. 기쁘면서도 미안한 민찬 엄마와 축하하면서도 슬픈 은지 엄마의 안타까운 마음을 이지현과 이은주는 찰나의 짧은 표정 연기들로 그려낸다. 쏟아내는 눈물 연기만큼이나 쉽지 않은 연기일 텐데 두 사람은 깊은 내공이 느껴지는 단단한 연기를 선보인다.

차마 얼굴을 보지 못했던 두 엄마가 비로소 마주 보는 5화의 장면은 두고두고 기억날 명장면으로 꼽힐 만하다. 민찬이의 심장 이식이 가능하게 된 날, 병원 정원에 나와 홀로 오열했던 은지 엄마 이은주의 오열 연기도 무척 인상적이다.

앞으로 진행될 드라마의 후반부, 신경외과 레지던트 최성영 역을 맡은 이찬형과 흉부외과 레지던트 임창민 역을 맡은 김강민 등 젊은 배우들의 연기 활약 역시 기대된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는 몸이 아픈 환자와 이를 치료하는 의사들의 사연을 통해 누구나 가진 마음의 상처를 드러낸다. 앞으로 남은 6화의 이야기에 담길 노래와 사연이 전해줄 따뜻한 위로가 더욱 기대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양선영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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