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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조회 500만... '1일1똥' 노래 부르던 아이들의 선언

재밌다고 전부는 아닌 것 같아서... 애니메이션 '포텐독'에 담긴 폭력적인 내용을 알려줬습니다

등록|2021.08.03 07:20 수정|2021.08.03 07:20
시민기자 글쓰기 그룹 '대체왜하니?'는 초4에서 중3까지 10대 사춘기 아이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엄마 시민기자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편집자말]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미지근한 물을 마신다. '움꺽' 하고 물을 삼키며 오늘 아침은 어떤 음악을 들을까, 고민한다. 조성진의 피아노 협주곡이나 기타 선율이 환상적인 존 메이어 아니면 힙한 저스틴 비버 노래 중에 하나를 고른다.

아이들이 깨지 않은, 아직은 고요한 시간. 하루의 시작만큼은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선택하고 싶다. 곧 나의 취향이나 기호 같은 건 죄다 무시된 난리법석의 시간이 시작될 테니.

허밍으로 따라 부르기도 하고, '오호' 싶은 곡은 따로 메모를 해두었다가 유튜브에서 가사를 찾아본다. 다 낡아빠진 나의 감성 중에 혹시나 쓸만한 게 있나 싶어 이리저리 뒤적여 보기도 한다. 작고 소중한 나의 아침 시간. 불행히도 이 시간은 그리 길게 가지 못한다.

아침을 깨우는 아이들의 '똥' 노래
 

▲ <포텐독>이라는 EBS 애니메이션의 삽입곡 '똥 밟았네' 뮤직비디오 한 장면. ⓒ EBS


이상한 선율이 내 공간을 침투해온다. 그 선율은 아이의 방 틈에서부터 새어 나온다. 부스스한 모습으로 건들건들, 흥얼흥얼 대며 나오는 딸(11살) 아이.

"아침 먹고 땡! 집을 나서려는데, 화려한 햇살이 나를 감싸네... (중략) 똥 밟았네 똥~ 똥 밟았네 똥~"

내 모닝 감성에 제대로 똥물이 튀는 순간이다. 아침부터 '똥 밟았네 똥 밟았네' 하는 아이의 노래 탓에 심기가 몹시 불편해진다. 이 노래의 정체를 추궁하자 아이는 말간 표정으로 말한다.

"엄마! 요즘 이거, 오마이걸 노래보다 더 인기 있는 노래야~."

그러고선 남은 후렴구를 부른다.

"거들먹 거들먹 걷다가~ 똥 밟았네 똥~ 똥 밟았네 똥~."

'똥똥' 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아침을 준비하려니 영 찝찝하다. 그런데 잠깐! 이 노래, 어디서 들은 적이 있다. 그래, 바로 그거! '아침 먹고 땡, 점심 먹고 땡, 창문을 열어보니 비가 내리네...' 이 가사에 맞춰 그림을 그리면 해골 모습이 완성되던 나의 추억의 노래다!

추억의 노래라는 반가움도 잠시, 이 노래가 지금 이 시점에 왜 아이들의 인기곡이 됐는지 궁금하다. 한 번 들으면 하루 종일 머릿속을 맴도는 이 노래, 계속 똥똥 거리는 이 노래, 밟으면 재수가 없어야 하는데 똥을 밟고도 흥이 생기는 이 노래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 나는 아침밥을 차려야 한다는 생각도 잊고 이 노래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로 했다.
 

우선 이 노래의 제목은 '똥 밟았네'다. 초능력을 가진 개들이 변신해 악당과 맞서 싸운다는 내용의 <포텐독>이라는 EBS 애니메이션의 삽입곡이다. 뮤지컬 형식으로 등장인물들이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데 애니메이션 중간에 이 곡이 나온다. 마치 한 편의 뮤직비디오 같은 이 영상이 유튜브에 등장하면서 아이들의 대세곡이 되었다.

내 아이 역시 유튜브에서 이 노래를 발견하고 '1일 1똥', 아니 2똥 3똥 4똥... 노래를 하고 있는 중이다. 애니메이션 등장인물들의 칼 군무와 재밌는 가사, 2000년대 유행하던 카메라 워킹까지 살린 병 맛 코드의 노래. 똥 밟는 이야기지만 우린 상관없다는 듯 무심한 표정과 각진 안무가 은근 중독성이 있다.

이 곡은 현재 유튜브에서 50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딸은 사람들이 이 곡의 안무를 따라 하고 챌린지까지 하고 있다는 깨알 정보를 알려주었다. 가수 비의 노래 '깡' 멜로디와 슈퍼 주니어의 '쏘리쏘리'의 주요 안무도 포함돼 있다. 아이스럽지만 아이스럽지 않은 접근 시도가 재미있다.

아이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이 노래가 왜 좋아?"
"음......(곰곰)... 재밌어!"
"다른 이유는?"
"음.... 없는데?"


흥겨운 노래 속 아쉬운 극 내용
 

▲ EBS 애니메이션 <포텐독> ⓒ EBS 프로그램 소개 화면 캡처


역시, 아이들은 재밌으면 다다. 그런데 정말 재밌으면 다 일까? 그렇게 수긍하기엔 애니메이션 내용이 심상치 않은 눈치다. 단순히 개들의 좌충우돌 활약기인 줄 알았더니 최근 이 애니메이션의 에피소드가 선을 넘고 있다는 소식이다.

'타인의 배변활동 관람', '불법 촬영물 유포 협박' '동물 학대' 같은 부분들이 지적을 받으면서 시민단체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주 시청자층인 어린이들의 정서와 인성에 악영향이 미칠 것을 우려해서다.

대체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들은 재미 외엔 별다른 이유가 없다. 하지만 단순히 재밌다는 이유가 모든 것의 면죄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는 애니메이션의 이런 내용을 알고 있는지 넌지시 다시 물어보았다.

"얘들아 이 노래의 만화 본 적 있니?"
"아니."
"엄마가 좀 찾아봤는데 노래는 재밌는데 내용은 안 재밌던데?"
"왜? 어떤 내용인데?" 


내용을 자세히 설명해주자 아이 눈이 두 배쯤 커졌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아이들의 강아지 사랑은 강형욱, 이효리 저리 가라 수준이다. 강아지 학대가 나온다는 말에 아이는 흥얼대던 노래를 뚝 그치고 결연한 눈빛으로 말했다.

"나, 이제 이 노래 절대 안 불러!"

부르르, 배신감에 치를 떠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아이는 알런지 모르겠다. 잘못은 막무가내로 믿은 자신에게도 있다는 사실을. 재밌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비단 이번 일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제대로 알려줄 의무, 어른들에게 있다

아이들이 무심결에 내뱉는 말들, 웃긴 어휘와 생소한 줄임말들... 실은 알고 쓰는 것보다 모르고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우리가 모든 걸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몰랐다는 말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거나 세상에 유해한 일을 하는 것은 피해야 하지 않을까.

긴긴 방학, 부진한 학습을 보충하는 것과 더불어 가르쳐야 할 게 하나 더 늘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해 스스로 사고하는 힘. 그것이 팔뚝 힘보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더 큰 힘이 될 거라는 걸 아이들에게 일깨워주고 싶다.

마지막으로 지난 5월 올라온 <포텐독> 시청자 게시판에 '학교에서 친구들 따돌리고 놀리는 내용'에 대한 시청자 문제제기에 대한 제작진 답변을 보면, <포텐독> 제작진도 '(프로그램의 기획 취지가) 정확하게 전달되지는 못할' 가능성에 대해 생각한 듯하다. 부모들을 비롯한 가족의 지도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들이 항상 아이들과 함께 시청하지 않는다는 점도 제작하면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 <포텐독>은 일반적인 TV시리즈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연속극의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한 화만 보고 판단하시기 보다 전후의 맥락을 살펴보신다면 제작진의 의도를 충분히 파악하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디 이야기 전체를 보시고 판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작품 내에서는 이런 기획의도가 함축적으로 표현됐기 때문에 어린 시청자들에게는 저희 메시지가 아주 정확하게 전달되지는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교에 다니는 자녀나 동생, 혹은 조카를 두신 경우, 아이들에게 이런 내용과 함께, 누군가를 따돌리거나 괴롭히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기 때문에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 그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해선 안된다는 점도 강조하면서 시청 지도를 해주신다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 제작진 답변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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