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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최고의 엄마 껌딱지, 초코에게 보내는 편지

안락사 직전의 위기까지 갔다가 우리 집 반려견이 된 초코, 이젠 걱정과 불안을 내려놓으렴

등록|2021.08.02 16:49 수정|2021.08.02 21:06
나의 반려견, 초코의 기사 '안락사 직전까지 갔던 강아지가 저를 살렸습니다'는 유일하게 어느 포털을 막론하고 칭찬과 선플 뿐이었다. 그만큼 사람들에게 반려견의 존재가 익숙하고도 소중한 것으로 생각된다. 요즘 초코와 하루종일 집에 있어 보니, 세 아이를 돌보는 것 못지않게 이 녀석에게 손이 많이 간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일까. 점점 나는 초코에 대한 걱정이 하나둘 늘어가고 있다.

나는 초코를 위해서 아침에 기상해서부터 하루 3~4번 산책을 해야만하고 수시로 화장실에 실례를 하지 않나 살펴야 한다. 또한 일정한 시간 적정 분량의 사료를 주고 신선한 물도 주어야 한다. 요즘 유독 지친 나를 위해 남편이 출근하기 전, 강아지 산책을 해주는 것이 참으로 고맙게 느껴진다.

오늘도 어김없이 점심시간 이후 두 번째 초코 산책을 하다가 문득 글감이 떠올랐다. 이 녀석에게 하고 싶은 말들이 참 많은데 편지를 좀 써볼까 싶었다. 반려견에게 편지를 쓰는 것이 좀 독특하고 이상하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한번 써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나의 반려견 초코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우리집 최고의 엄마 껌딱지, 초코에게
 

▲ 아이들이 인형들과 함께 찍어준 인형같은 초코의 사진 ⓒ 김주희


우리집 최고의 엄마 껌딱지 초코야, 안녕? 너와 인연을 맺은지 어언 2년이 되어가는구나. 정확히 2019년 10월 27일, 너를 처음 만난 날을 엄마는 너의 생일로 정했단다. 갑작스럽게 계획도 없이 너를 키우게된 엄마는 점점 걱정이 많아지는구나.

지금은 엄마가 집에서 쉬면서 하루종일 너와 함께 생활하지만, 복직을 하거나 집을 자주 비우면 초코 너를 어떻게 할지 참으로 난감하다. 엄마, 아빠(남편) 외에 너를 산책시킬 수 있는 사람도 없고 천방지축인 너를 아이들은 제어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걱정이 크단다...

강아지 전문가인 강형욱씨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엄마는 마치 육아 프로그램을 보듯이 아주 집중하고 본단다. 다양한 사례가 나오지만 타인에 대해서 과도하게 짖거나 흥분하는 듯한 모습, 엄마에게만 너무 집착하는 '분리불안'의 모습, 엄마가 보이지 않으면 불안해서 집안 여기저기 조금씩 영역 표시를 하는 모습... 사실 이런 너의 모습들을 엄마가 잘 몰랐을 때는 그냥 넘겼던 일들인데, 이제는 알고 나니 '불편한 진실'이 되어 엄마를 걱정하게 한단다...

지난번 엄마, 아빠와의 산책에서 초코가 얼마나 엄마를 놀라게 했는지 모른단다... 엄마는 그 이후로 산책할 때 더 긴장하고 예의주시한단다... 네가 빠르게 지나가는 오토바이에 꽤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엄마는 알지만 왜 그런지 사실 궁금하긴 하다... 그날도 오토바이가 빠르게 지나간 후, 바로 옆을 지나던 어르신에게 네가 갑자기 다가가 짖는 바람에 어르신이 놀라신 것 같았어... 목줄도 하고 순간적으로 너를 바싹 당겼지만 엄마는 어르신께 사과를 드리며 고개를 연신 숙여도 모자랄 정도로 놀라고 죄송했단다...

그래서 가끔 네가 엘리베이터에서 갑자기 소리 높여 짖거나 사람들을 놀라게 할까 봐 엄마는 늘 신경을 바싹 쓰는 거야. 물론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때로는 상황에 따라서 그것이 많이 힘들단다... 그런 연유로 엘리베이터에 누군가 함께 타거나 하면 불안한 마음에 너를 안고 엘리베이터 한구석에 바짝 붙어서 너에게 사람들이 안 보이게 하기도 하는 거란다...

특히, 최근들어 목줄이나 보호장구를 하지 않은 개가 지나가는 사람을 물어서 사람들이 위험에 처하거나 목숨을 잃은 사건들을 접하면서 엄마는 더 조심하고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각오를 단단히 한단다...

그래도 참 다행스러운 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 가족 주변의 사람들과 친숙하게 구는 초코의 변화하는 모습이 보인다는 거야... 처음에는 아이의 친구들이 있는 놀이터에 가는 것도 조심스러웠는데 지금은 아이들이 다가와도 초코가 그 마음을 읽는 것 같아서 엄마가 이전보다 조금은 편해졌단다...

초코의 시선에서 바라본 나의 존재감

엄마가 너를 입양한 이후 '미니핀'에 대해서 조금 공부를 해보니, 너와 같은 종들은 워낙 소리에 민감하고 경계심이 강한 편이라고 하는데... 외부인에게 다소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너에 대해, 첫째는 '주인을 지키려는 성향 강해서 그런 것 같다'고도 말하더라... 여하튼 엄마를 지켜주는 것은 고맙지만 부디 엄마의 걱정은 좀 덜어주기를 바란다... ^^
 

▲ 내가 무엇인가 작업을 하려고 의자에 앉으면 자신을 올려달라고 짖는 초코 ⓒ 김주희

 
그리고 요즘 엄마가 갑자기 요통이 생겨서 곰곰이 생각해봤거든... 그런데 그 이유가 너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가 어디를 가든지 따라다니는 우리 껌딱지 초코... 심지어 엄마가 책상에 앉아서 무엇을 하려고 하면 결코 혼자 있지 않으려고 엄마에게 계속 신호를 보내는 너를 어느 순간부터 엄마는 무릎에 앉힌 후 작업을 하기 시작했지... 지금도 물론 너는 내 무릎에 있지만, 편한 곳이 많은데 왜 굳이 엄마에게만 붙어있는지 참 궁금하긴 하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본래 네가 그런 성향도 있었겠지만 어쩌면 유기견이 되면서 더 그렇게 되었을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요새 엄마가 집에 종일 너와 있다 보니 초코의 분리불안 증상이 더 심해진 것을 보면 어느 정도 예측이 되는 것 같아...
 

▲ 첫째 아이가 찍은 사진, 내가 떠나고 난 후 초코의 모습 ⓒ 김주희

 
얼마 전 집을 수리해주시는 손님이 오셔서 너무 짖을 것 같은 너를 잠시 아파트 단지 내 벤치에 첫째 아이와 있도록 했을 때, 엄마는 사실 많이 놀랐어. 엄마가 떠난 이후에도 당연히 많이 짖고 첫째 아이를 힘들게 할 줄 알았거든...

그런데 엄마가 떠나고 나니 초코가 당황한 모습으로 우는 소리를 내면서 주변 여기저기를 살폈다고 들었어... 꼬리가 갑자기 엉덩이에 붙어서 뭔가 두려운 모습을 보였다고도 하더라... 너의 그 모습이 너무 측은해서 첫째 아이가 관찰을 위한 촬영까지 해서 엄마에게 보여주더구나...

결국 너의 그 발랄하고 당찬 모습은 이 엄마가 있어서 가능한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 짠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어... 초코 너에게 엄마라는 존재가 '하나의 세상'이자, 유일하게 '안정감을 느끼는 대상'이라는 것에 안쓰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이런저런 생각이 들게 했어...
 

▲ 오늘도 어김없이 나의 무릎에서 자고있는 초코의 모습 ⓒ 김주희

 
지금도 내 무릎에 앉아서 세상 편하게 쉬고 있는 초코, 때로는 엄마가 너무 힘들지만 그래도 어쩌겠니... 너와 나 모두 어려운 시기에 서로를 만나 위안과 힐링을 했던 것처럼, 앞으로도 함께 잘 살아가야지...

너라는 생명을 구한 이후, 나에게는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긴다고 엄마는 철썩 같이 믿고 있단다... 엄마에게는 너란 아이가 조금은 힘들고 벅차지만 끝까지 엄마가 너를 책임지고 잘 키울 거야...

"초코, 우리 같이 건강하고 행복하자!"
덧붙이는 글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올라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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