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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가는 길' 상영금지가처분 위기... 인권단체, 탄원서 받는다

특수학교 건립 반대하던 지역 주민, 법원에 <학교 가는 길>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

등록|2021.08.02 20:43 수정|2021.08.03 15:18
 

▲ 영화 학교 가는 길을 말해주는 장면 ⓒ 영화 학교 가는길


엄마들의 특수학교 설립 투쟁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학교 가는 길>이 상영금지가처분 위기를 맞았다. 강서구 특수학교인 서진학교 건립을 반대해 온 지역 주민 A씨가 뒤늦게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해당 영화는 지난 4년간 장애인 학부모 및 장애부모연대를 취재해 온 김정인 감독의 작품으로 지난 5월 3일 개봉해 현재까지 2만 5천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중이었다. 작품 개봉 시기가 코로나 19 팬데믹 시기라는 점, 그리고 비인기 독립 다큐멘터리라는 흥행에 불리한 요소가 있었지만 입소문을 타며 꾸준히 관객을 모아오고 있었다.

<학교 가는 길> 측 변호를 맡은 화우공익재단 이현서 변호사는 2일 <오마이뉴스>에 "당시 특수학교를 반대하던 비대위 단체가 아닌 A씨 한 개인께서 단독으로 소송을 걸었다"며 "영화로 인해 명예 훼손을 당했고, (A씨가 등장하기에) 초상권 침해라고 주장하는 중"이라 전했다.

A씨는 소를 제기하며 특수학교 건립을 반대하는 게 아닌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해 반대한 건데 마치 지역이기주의적 행동을 하는 걸로 비쳤다며 소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서 변호사는 "특정 집단을 비난하기 위해 만든 영화도 아니고 문제를 제기한 장면이 그렇게 소비되지도 않았다"며 "영화가 사건을 다루는 방식이나 A씨가 주장하는 부분과 관련해 이미 연출자가 보호 노력을 한 것을 고려할 때 명예훼손이나 초상권 침해가 성립되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학교 가는 길>에 등장하는 비대위 소속 강서구 지역 주민은 모두 모자이크와 블러 처리돼 신원을 특정할 수 없다. 김정인 감독 또한 지난 인터뷰에서 "단순히 특수학교 설립만이 아니라 그 동네가 가진 역사와 이면을 좀 더 다뤄보려 했다"며 "이 문제는 지역이기주의나 님비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 사회가 같이 반성할 부분이 있는 것"이라 말한 바 있다(관련 기사: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 위한 '강서 어벤져스' 활약, 놀라워").

배급사 관계자는 "극장 상영은 거의 끝났지만 각 지역 교육청 등에서 공동체 상영이 들어오고 있으니 불편함을 느끼신 것 같다"며 "영화는 장애인 인권뿐만 아니라 통합 교육과 지역 행정 및 정책 수립 차원에서도 메시지가 있다. 감독님은 장애인부모연대 뿐만 아니라 비대위 쪽도 고르게 다루려 했고, 양쪽 모두 (행정적) 피해자일 수 있음을 영화로 말하고 있는데 소송을 거셨다"고 안타까워 했다.
 

▲ <학교 가는 길> 스틸컷 ⓒ 영화사 진진


김정인 감독은 개봉 이후 꾸준히 A씨를 비롯해 비대위 주민과 이메일 등으로 소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배급사 관계자는 "A씨는 사실 <뉴스타파> 등 언론에 맨 얼굴로도 나오신 바 있어서 명예훼손이나 초상권 침해가 성립되긴 어려울 것 같다"는 개인 의견을 밝혔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 인권 단체는 상영 중지를 막기 위한 탄원서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SNS를 통해 우려를 표했다. 지난 1일 장 의원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제의식을 담고 있는 소중한 작품"이라며 "2017년 기준으로 37.7%가 학교에 아예 다니지 않거나 초등학교만 졸업한 것으로 조사될 만큼 장애인 교육권은 권리 사각지대에 있다. 이런 논의를 촉발할 소중한 작품이 무사히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도록 탄원에 동참해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호소했다.

법원의 심문 기일은 오는 9일이다. 해당 기일에 가처분 신청 인용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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