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장만한 내 집, '영끌' 했는데 이런 날벼락이
[미리보는 영화] <싱크홀>에 담긴 한국형 감동 코드
▲ 영화 <싱크홀> 관련 이미지. ⓒ (주)쇼박스
남들은 아파트를 사라는데 이 사람, 11년 모은 돈으로 신축 빌라를 샀다. 흔히 말하는 영끌, 즉 영혼까지 끌어모아 그럴싸한 집을 장만했더니 하루아침에 건물이 무너져 땅속으로 꺼져버렸다. 이게 대체 웬 날벼락인가.
얼핏 굉장히 비극이고 슬픈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이걸 코미디 장르에 버무렸다. 이미 현실은 영화보다 더 비참하고 슬퍼서일까. 서울에 집은 넘쳐나지만 내 몸 하나 누울 곳 없다는 서민들의 푸념 자체가 한편으론 슬프지만 또 한편으론 투자와 투기 용도가 돼 버린 대한민국 주택들의 현실을 날카롭게 풍자하기도 한다.
그간 여러 재난 블록버스터가 있었는데 <싱크홀>의 존재 가치는 좀 특별해 보인다. 생사를 넘나드는 상황에서 다소 과장된 몸짓과 말투로 서로를 챙겨가는 등장인물들이 묘하게 공감이 간다. 재빠르고 영리하게 아파트를 장만해 온 다른 동료들과 달리 누가 보면 어리석다 할 정도로 내 집 마련 자체에 방점을 찍어온 동원은 우리 사회 다수의 서민을 상징하는 캐릭터다. 어쩌면 이 영화에서 주택의 본질을 가장 잘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인물일 수도 있다.
여기에 더해 편부로 아들과 살고 있는 만수는 흔히 가장으로서 혹은 성인으로서 성공한 삶과 거리가 멀다 느껴질 수 있다. 낮에는 사진관과 체육관 관리를 전전하고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는 그는 까칠해 보이지만 위기의 순간 누구보다 책임감을 발휘해 사람들을 돕는다. 동원의 직장 후배 김 대리와 은주는 1인 가구의 서글픔을 상징하는 캐릭터들이기도 하다.
▲ 영화 <싱크홀> 관련 이미지. ⓒ (주)쇼박스
▲ '싱크홀' 여름 뚫는 재난 버스터이광수, 김혜준, 권소현, 남다름, 차승원, 김성균 배우가 2일 오후 열린 영화 <싱크홀> 시사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싱크홀>은 11년 만에 마련한 내 집이 지하 500m 초대형 싱크홀로 추락하며 벌어지는 재난 버스터다. 11일 개봉. ⓒ ㈜쇼박스
이처럼 각기 개성과 방향성이 다른 캐릭터들이 모여 하나의 이야기를 관통해 나간다. 무너진 집과 싱크홀을 배경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선 사람들에게 영화는 선택의 기회를 몇 번 제시하다. 누구를 구할 것인지, 어떤 말을 할 것인지 하나하나 곱씹는 모습에서 보통 사람들의 선함과 이기적 면모를 함께 관찰할 수 있다.
사건 전개과정과 일부 CG가 투박해 보이지만 <싱크홀>은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답답해진 시국에 청량감을 줄 대중 영화의 기능을 충실히 하려 한다. <타워> <감기> 등 한국형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를 꾸준히 만들어 온 더타워픽쳐스만의 인장이 찍혀 있다. 이번 영화에선 비극 요소를 거둬 내고, 그 빈틈을 각종 풍자와 가족애, 유머로 채워 넣었다.
사실 이런 흐름은 2019년 관객 수 940만을 기록한 <엑시트>에서 엿볼 수 있었다. 해당 작품 또한 서울을 배경으로 유독가스 테러로부터 탈출하는 인물들의 고군분투를 코미디 액션으로 풀어 넣어 흥행에 성공한 바 있다.
집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평범한 직장인의 회사 생활의 민낯은 어떠한가. <싱크홀>을 보다 보면 울고 웃다가 이런 질문을 던질 법하다.
한줄평: 올여름 가족과 함께 가볍게 즐길 영화로 손색 없다.
평점: ★★★☆(3.5/5)
영화 <싱크홀> 관련 정보 |
감독: 김지훈 출연: 차승원, 김성균, 이광수, 김혜준 제공 및 배급: ㈜쇼박스 제작: ㈜더타워픽쳐스 러닝타임: 114분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21년 8월 1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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