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개의 무게에 따라 입마개 의무화? 너무 단순한 발상

[주장] 임이자 의원의 중대형견 입마개 의무 법안 추진, 실효성 있나

등록|2021.08.05 08:35 수정|2021.08.05 08:35

▲ 반려동물. 자료사진. ⓒ 픽사베이


국민의힘 임이자 국회의원이 개물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하여 외출 시 중대형견 입마개 착용을 의무화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동물보호법상 등록된 맹견 5종(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로트와일러)만 입마개 착용 대상으로 지정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문경에서 발생한 개물림 사고 등을 계기로 견종에 상관없이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됐으니, 개의 무게에 따라 중대형견으로 분류되면 입마개를 의무화하겠다는 것이다.

개물림 사고의 일차적인 원인

지난달 25일 문경에서 보호자가 길에 풀어놓은 개 6마리에 의해 산책 중이던 모녀가 중상을 당하는 일이 있었다. 목줄을 하지 않고 뒤에서 경운기를 타고 따라가던 무책임한 보호자 탓에 발생한 사고였다. 하지만 같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모든 중대형견에게 입마개를 씌우는 것만이 정답일까.

애초에 이 일은 보호자가 목줄을 하지 않은 데에 일차적인 문제가 있다. 모든 반려견은 외출 시 반드시 목줄을 착용해야 하기에 이 부분에서 이미 동물보호법 위반이다. 입마개를 하지 않았더라도 목줄을 한 채로 개들이 뛰어들 때 빠르게 붙잡았다면 이만큼 심각한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반대로 입마개를 했더라도 목줄을 하지 않았다면 어떨까. 이 역시 물림 사고는 아니더라도, 상대방에게 큰 위협이 되거나 실질적인 상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해당 보호자가 목줄 의무 착용이라는 기존 법규를 지키지 않은 상황에서 입마개라는 가중 법안을 지정한다고 한들, 마찬가지로 자신의 개에게 목줄이나 입마개 착용을 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의미가 없는 일이다. 교통법규가 있어도 신호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있고, 그로 인해 불의의 사고가 발생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혹은 현재 지정된 맹견이 우리나라 반려견 중 1% 미만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체중 대신에 견종별 공격성을 재분류하여 맹견의 범위를 넓히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맹견 외의 견종으로 인한 물림 사고가 일어나는 것을 완전히 방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개도 각자의 성격이나 환경에 따라 성향은 달라지기 마련이기 때문에, 단순한 견종 구분으로 공격성을 속단하기는 어렵다.

현재 정부 지정 맹견이 아니더라도, 견종 상관없이 공격성을 가진 개들은 입마개를 하도록 현 동물보호법에서도 권고하고 있다. 오히려 어떤 개라도 사람을 물 수 있기 때문에, 개의 공격성은 체중이나 견종 같은 포괄적인 그룹이 아니라 개체별로 판단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일 것이라고 본다.

세상에 다양한 종류의 사고가 반복해서 이어지지만, 그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어떤 요소를 차단하거나 지워버리는 것이 완벽한 해결책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식중독을 막으려고 밥을 안 먹을 수는 없는 것이다. 오히려 그 일이 왜 일어났으며, 근본적으로 무엇을 바꿔나가야 하는지 다각도로 깊게 들여다보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는 건 모두가 알고 있지 않은가.

입마개를 하지 않고 살아갈 권리

필요에 따라 개가 입마개를 해야 할 때도 있지만, 개에게 입마개라는 건 당연히 이질적인 요소다. 산책을 하면서 냄새를 맡거나 더울 땐 혀를 내밀어 체온 조절을 해야 하는데 사람이 마스크를 하는 것처럼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산책을 하지 않을 수도 없다. 산책을 하지 않거나, 산책할 때 냄새를 맡으며 사회적인 활동을 할 수 없도록 억압하는 조치는 오히려 개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보호자의 돌봄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개가 누릴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고 자연스러운 욕구마저 억압하는 사회라면, 불행하게 키우느니 차라리 개를 키우지 말라고 하는 것이 윤리적이지 않을까.

단순하게 물림 사고가 일어났으니 입을 막자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건 너무 단순하고도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본다. 교통사고를 가장 많이 내는 성별이나 연령대의 운전을 금지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일부 견주로 인해 발생하는 개 물림 사고 때문에 모든 중대형견을 잠재적으로 사람을 공격할 개체처럼 치부하여 실질적인 억압을 가한다면, 이것은 우리 사회가 약자들을 대하는 방식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다. 개들은 억울함도, 불쾌함도 호소하지 못한 채 삶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부당한 조치라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중대형견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 존재만으로 위협적이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소형견도 위협적이다. 그렇다고 개의 존재를 전부 지워버릴 순 없다. 대신 사람들과 마주쳤을 때 보호자에게는 그들의 편의와 안전을 배려해줄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기본적으로 보호자에게 법적 책임을 묻고, 목줄을 착용하지 않는 등 가장 기본적인 규정마저 지키지 않았다면 그 점에 대해서도 분명한 처벌을 하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 지금은 사실상 목줄 미착용에 대한 규제나 처벌마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개들은 공장에서 만들어지듯이 '생산'되어 펫숍에서 팔리고 있다. 그 많은 개들을 데려와서 입마개를 채워 키운다면 정말 '애완동물'이 아니라 '반려동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 만약 중대형견의 입마개 착용이 의무화된다면, 그건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갈 준비가 되지 않은 사회라고 생각한다. 그랬다면 난 애초에 내 반려견을 키울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법안이 통과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동시에 임이자 국회의원님께서 좀 더 책임감 있고 포괄적인 시야로 모든 생명들을 바라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