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부동산 공약이 무주택자를 실망시킨 이유
집값 원상회복을 위해 빠져서는 안될 정책 세 가지
▲ 안양시 동안구 일대 아파트단지 모습. ⓒ 연합뉴스
내년 대선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극복해야할 가장 큰 약점은 집값 폭등에 대한 비판 여론이다. 국민의 절반에 달하는 무주택자들은 자신과 가족을 '벼락 거지'로 만든 정권을 심판하려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4·7보궐선거에서 표출된 정권 심판의 민심은 그 서막에 불과하다.
설상가상으로 여당은 지난 6월 18일 의원총회에서 '집부자 득표전략'이라고 부를 만한 부동산 정책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을 상위 2%로 올리고 양도소득세를 완화해 주는 등 집값을 자극할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여당의 행태에 집없는 국민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듯하다.
이런 점에서 3일 발표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부동산 공약은 집 없는 국민의 호응을 얻는 데 실패했다.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된 공약을 내놓지도 못했고, 집값 하락을 이끌 방안도 담겨있지 않기 때문이다.
무주택 국민의 호응 얻기엔 부족한 이재명의 공약
이재명 지사는 네 개의 정책을 제시했는데, 언론은 이구동성으로 250만 호 주택공급과 100만 호 기본주택 공급에 초점을 맞추었다. 공급부족 때문에 집값이 폭등했다는 언론의 프레임이 얼마나 견고한지 실감케 한다.
공급을 소홀히 해서 집값이 폭등했다는 언론과 야당의 비판과 달리 문재인 정부는 수도권에 총 181만 호의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노태우 정부의 수도권 200만호 공급에 버금가는 엄청난 물량이다. 주택 보급률이 거의 100%에 달하고 수도권 인구증가가 정체된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181만 호 공급은 노태우 정부의 200만 호보다 집값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것이다.
그러나 181만 호 공급 발표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집값이 하락은커녕 급등세도 멈추지 않았다. 공급정책의 목적인 집값 하락을 이끌어내지 못했으므로 문재인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은 실패한 정책이라 할 것이다. 이재명 지사는 그 실패의 원인을 파악하여 해결책을 제시했어야 한다.
정부의 공급 정책이 집값을 하락시키려면 30대 등 실수요자들이 미래에 있을 분양을 기다리며 집을 사지 않아야 한다. 주택공급은 발표에서 실제 공급까지 8년 이상이 걸린다. 그 8년간 집값이 급등할 것으로 예상되면 실수요자들은 당장 주택을 매수할 것이고, 집값 급등은 멈추지 않는다. 정부가 주택공급을 발표하면서 분양가를 확정해서 발표했다면, 상당수의 실수요자들이 분양을 기다렸고 집값은 하락했을 것이다.
공급물량보다 분양가가 더 중요하다
▲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임기 내 주택을 250만호 이상 공급하고, 이 중 기본주택으로 100만호 이상을 공급하겠다"는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지난달부터 3기 신도시 등의 사전청약을 시작했는데, 분양가가 2년여간 폭등한 가격을 기준으로 산정되었다. 정부를 믿고 기다린 실수요자들은 또 한 번 정부에 속았다며 분노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재명 지사는 공급물량의 확대나 기본주택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주택공급이 아니라 '분양가를 낮추겠다'는 약속을 먼저 했어야 한다.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주택공급은 토지비와 건축비를 감안하더라도 평당 1000만원 이하에서 공급이 가능하다. 수도권 181만 호 주택 공급을 차질없이 추진하되 분양가를 평당 1000만원 이하로 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면, 무주택 유권자의 열렬한 호응을 얻었을 것이다.
또 하나 주택공급 정책에서 문재인 정부가 외면한 것이 있다. 3기 신도시와 달리 공급 기간을 크게 단축하고 입지도 훨씬 더 매력적인 용산미군기지에 아파트를 공급하는 것이다. 부지의 절반만 활용하여 용적률 600%로 아파트를 건설하면 20~30평대 10만 호 이상을 공급할 수 있다. 용산에 10만 호를 건설하여 주변 시세의 절반에 공급한다는 공약을 발표하면, 폭등한 가격에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들이 크게 줄어들고 집값은 하락할 것이 분명하다.
임대사업자 세금특혜 폐지는 왜 빠졌나
이재명 지사의 부동산 공약 발표를 보면서 강하게 드는 의문이 있다. 사실 여야 대선 후보들을 통틀어 집 없는 국민이 가장 관심을 두는 후보가 이 지사다. 집값 폭등의 가장 큰 원인인 주택임대사업자 세금특혜 폐지를 줄곧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특혜를 폐지하는 것은 당연하고, 오히려 그들에게 세제상의 불이익을 더 줘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번 했고, 이에 반발한 주택임대사업자들이 대거 이 지사의 블로그와 SNS 등에 몰려가 온갖 비방과 인신공격을 퍼부었다. 그런데도 그는 이 주장을 굽히기는커녕 더 강하게 제기했고, 이 과정을 지켜본 집 없는 국민은 투기세력과 불퇴전을 치르겠다는 그의 의지를 확인했다.
그러나 이 지사는 주택임대사업자 세금특혜 폐지를 공약에 담지 않았다. 부동산 투기의 척결을 언급했으나, 이 원칙을 담보할 구체적인 정책은 제시하지 않았다. 만약 '753채를 소유한 임대사업자가 종부세를 1원도 안 낸다'는 사실 하나만 언급하고 이 특혜의 폐지를 발표했다면, 무주택 국민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왜 이 강력한 투기척결 방안을 발표하지 않았을까?
짐작컨대 그 세금특혜 정책이 문재인 정부에서 시행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을 비판하면 친문 지지자들의 반발을 살 것이고 결국 경선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우려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경선에서 지지자들의 표를 끌어오기 위해 정작 본선에서 중요한 무당층의 표를 포기한 셈이니, 소탐대실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덧붙이는 글
송기균 기자는 '집값 정상화 시민행동'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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