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코 다시 꺼낸 엠넷 표 '잔인한' 아이돌 오디션
[리뷰] Mnet <걸스플래닛999>에 냉소적 반응 쏟아진 이유
▲ 엠넷의 새 걸그룹 오디션 '걸스플래닛999' ⓒ CJ ENM
결국 돌고 돌아 엠넷이 다시 선택한 건 케이팝 아이돌 프로젝트 그룹 만들기였다.
지난 6일 첫 방영된 <걸스플래닛 999 : 소녀대전>(이하 '걸스플래닛')은 사회적 물의를 빚었던 <프로듀스 101>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한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한중일 3개국 출신 참가자 99명이 3개월간 경합을 펼쳐 9인조 그룹을 결성하는 방식이 이번에도 재등장했다.
하지만 그룹 TOO(현재 TO1 으로 명칭 변경), 엔하이픈을 탄생시킨 < TO BE WORLD KLASS >(2019년), < i-Land >(2020년) 등 기획사 소속 신인그룹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기지개를 편 엠넷은 기어코 기존 방식을 부활시켰다. 그리고 프로그램 방영 직전 시청자들의 냉소 속에 출발한 <걸스플래닛>은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 속에 첫 방영에 돌입했다.
프로그램 이름, 3개국 참가자... 이것 말고 달라진 게 없다
▲ 엠넷의 새 걸그룹 오디션 '걸스플래닛999' ⓒ CJ ENM
"대체 뭐가 달라진거야?"
약 3시간 가까운 장시간 방영된 <걸스플래닛> 첫회를 본 소감은 단 한 문장으로 요약이 가능하다. K그룹(한국)-J그룹(일본)-C그룹(중국) 참가자 각 33인씩 총 99명이 참가해서 최종 데뷔팀을 탄생시킨다는 점은 기존 <프로듀스 101> 시즌1, 일본 AKB48와 협업에 나섰던 <프로듀스 48>를 합친 것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3개국 참가자를 3명씩 짝지어 셀(CELL)이라는 조합을 만들고 모두 합격 또는 모두 탈락이라는 운명공동체 방식의 서바이벌을 진행한다는 점이 특이해 보이긴 했지만 그 이외의 모습은 <프로듀스 101> 1~4시즌과 다를 바 없었다. 참가자들의 99초 개인 홍보 영상을 일찌감치 유튜브 등에 공개하고 '히든박스'라는 이름 하에 숨겨진 물건의 정체를 발견해야 하는 깜찍 미션 등 기존 <프로듀스> 시리즈에서 사용했던 수단이 또 한번 동원됐다.
첫회 테스트를 진행하는 방식도 변함이 없었다. 같은 기획사 연습생끼리 팀을 이뤘던 것을 살짝 바꿔 솔로~5명 이상 유닛 형식으로 무대에 올라 멘토이자 트레이너 역할을 담당한 '마스터'의 평가를 받고 A등급에 준하는 Top 9 후보자로 지명되고 스티커를 받는 것 역시 마찬가지였다. 서로 낯가리는 참가자들이 자신들의 자리를 찾아 탐색전을 벌이는 듯한 스튜디오 입장 또한 별반 다를 게 없었다.
한국 기존 걸그룹 멤버 대거 출전
▲ 엠넷의 새 걸그룹 오디션 '걸스플래닛999' ⓒ CJ ENM
그런데 <걸스플래닛> 첫 회에선 흥미로운 점도 몇가지 눈에 띄였다. 댄스 퍼포먼스로만 한정하자면 3년 전 학예회 수준 춤솜씨를 선보인 다수의 일본 참가자들은 시청자들의 비웃음을 감수해야 했다. 그런데 이번엔 좀 달라졌다. 물론 보컬 측면에선 여전히 부족함을 드러내긴 했지만 JYP 연습생 출신 일본인을 비롯해서 <창조 1010>, <청춘유니> 등 중국 오디션 프로그램 경력자들이 대거 이 프로그램에 합류하면서 기대 이상의 흡인력 있는 무대를 선보였다.
이에 맞선 한국 참자가들은 이미 데뷔해서 활동을 펼친 일선 기획사 소속 연예인이거나 <프로듀스48>에 나온 후 다시 한번 재도전에 나선 이들이었다. 올해로 데뷔 7년 차를 맞이한 CLC 멤버 최유진을 비롯해서 아이돌 팬들에게 조금이나마 익숙한 걸그룹 체리블렛, 파나틱스 멤버들이 대거 출전했다.
이 과정에선 동료 출연자의 노래를 선택해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받는 참가자들도 등장할 만큼 다소 기묘한 장면도 연출됐다. CLC의 지난해 활동곡 '헬리콥터'를 경연곡으로 삼은 중국의 5인 구성 유닛은 최유진을 상대로 도발적 발언을 내놓으며 마치 분위기를 <쇼 미 더 머니>의 디스랩 전쟁처럼 변모시켰다.
엠넷은 소녀들의 꿈을 지켜줄 수 있을까
▲ 엠넷의 새 걸그룹 오디션 '걸스플래닛999' ⓒ CJ ENM
엠넷 그리고 CJ ENM으로선 케이팝 프로젝트 그룹 만들기라는 매력적인 수단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방영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공정한 투표 등을 약속하긴 했지만 이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여전히 냉소적이다. <프로듀스101> 매시즌이 돌입 이전부터 케이팝 아이돌에 관심 많은 커뮤니티 및 SNS의 관심을 증폭시킨 것과는 대조적으로 <걸스플래닛>은 변변한 바람몰이를 일으키지 못한 채 본 방송에 돌입했다.
일본, 중국 등에 대한 사회적 시선까지 곱지 못한 요즘 분위기와 동떨어진 3개국 소속 아이돌팀 결성은 가뜩이나 <걸스플래닛>에 대한 부정적 사고를 더욱 강하게 심어주는 요인이 되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 상황의 악화로 인해 거리두기가 강화되고 있는데 반해 <걸스플래닛>은 (4단계 돌입 이전 촬영된 내용이라는 자막을 달긴 했다) 집단 제작방식으로 이뤄지면서 이에 대한 비판에도 함께 직면했다.
긍정적 반응 보단 부정적 시선이 크게 자리 잡으면서 <걸스플래닛>의 부담감도 커졌다. '당신은 누구의 꿈을 지킬 것인가'라는 프로그램 슬로건은 그동안 엠넷이 보여준 실망스런 행보로 인해 자칫 공염불이 될 것라는 시선도 있다. 사람들의 믿음과 신뢰를 상실한 방송사의 아이돌 오디션에 우려의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