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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가석방] 표정 엇갈린 민주당... 말 아낀 이재명·윤석열

캠프 명의로 입장 표명... 홍준표는 이명박·박근혜 형집행정지 촉구, 정의당·열린민주당은 반발

등록|2021.08.09 21:24 수정|2021.08.09 21:31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1부는 이날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이 부회장은 이날 영장이 발부돼 법정에서 구속됐다. 2021.1.18 ⓒ 연합뉴스


국정농단 사건으로 수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법무부 심사 결과 광복절 기념 가석방 대상에 포함됐다. 박범계 장관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 상황과 글로벌 경제환경에 대한 고려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여당 안에서도 비판이 나오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민주당] 여권주자들도 나뉘어... 김두관은 "치욕의 날" 

여권 주자들의 반응은 확연히 갈렸다. '사면은 반대지만, 가석방 요건을 충족했다면 배제해선 안 된다'고 말해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 후보는 본인 메시지 대신 캠프 입장문을 냈다. 이재명캠프는 "재벌이라는 이유로 특혜나 불이익을 주어선 안 되고 공정해야 한다는 것이 이재명 후보의 평소 생각"이라며 "국정농단 공모 혐의에 대하여 사면이 아닌 조건부 석방인 만큼, 이재용씨가 국민 여론에 부합하도록 반성,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사면은 대통령 권한'이라며 이 문제에 관해선 명확한 의견을 밝힌 적 없는 이낙연 후보는 오후 8시 현재까지도 별다른 반응이 없다. 반면 '국민 동의'를 전제로 찬성해온 정세균 후보는 "이제 포스트코로나 시대 혁신경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재용 부회장은 정부와 국민의 뜻을 잘 헤아려야 할 것"이라며 "지난 과오를 깊이 반성하고 구시대적 경영에서 벗어나 대한민국 혁신경제 창달에 이바지하는 것이 국민께 속죄하는 길임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꾸준히 반대 목소리를 내온 김두관 후보는 "보수언론의 농간과 대권 후보들의 암묵적 동의 속에 법무부가 이재용 가석방을 결정했다"며 "정말 한심한 일이다. 오늘은 재벌권력 앞에 법무부가 무릎을 꿇은 치욕의 날"이라고 일갈했다. 박용진 후보 역시 "반대 뜻은 누차 밝혔다"며 "재벌 총수에 대한 0.1% 특혜 가석방은 공정한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아직 입장문을 내지 않은 추미애 후보도 줄곧 '이재용 사면과 가석방 모두 반대'라고 말해왔다.

전날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이 결정된다면, '법 위에 삼성, 살아있는 경제권력 삼성'이라는 신화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던 오기형 민주당 의원도 재차 비판했다. 그는 "법무부는 경제적 상황과 사회감정 등을 고려하여 가석방 결정을 했다고 보도한다"며 "과연 적절한 결정인가"라고 지적했다. 김용민 수석최고위원도 "힘들게 한 발 뗀 사법정의가 다시 급하게 되돌아갔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반면 민주당 차원에서는 법무부를 옹호하는 모습이었다. 이소영 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법무부가 가석방의 요건과 절차 등을 고려하여 심사, 판단한 것에 대해 그 결정을 존중한다"며 "정부가 고심 끝에 가석방을 결정한 만큼 삼성이 백신 확보와 반도체 문제 해결 등에 있어 더욱 적극적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병욱 의원은 "법무부 가석방 심사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태를 마지막으로 대기업 총수들의 흑역사가 종결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대기업 총수라도 가석방의 요건을 갖추게 된다면 동등하게 적용하는 것이 법치국가의 원칙"이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이재명캠프 총괄부본부장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국정농단 수사팀장' 윤석열 "법무부 결정 존중"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 출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는 대변인단 명의로 "오늘 법무부 결정은 정해진 요건과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다. 최재형 후보도 공보특보단 이름으로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은 국가경제에 대한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유승민·원희룡 후보는 직접 페이스북에 삼성의 쇄신을 당부했다. 홍준표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후속 결단을 부탁드린다"며 이명박·박근혜씨의 형집행정지를 촉구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 결정을 두고 "국민의힘은 코로나19 장기화와 대내외 어려운 경제 여건 가운데 의미 있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평가한다"며 "삼성은 앞으로도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이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이 정권이 경제를 살리기보다는 경제인들과 기업을 옥죄는 규제에 더 치중해온 점은 변화해야 할 부분"이라고 평했다.

[열린민주당·정의당] "도대체 왜 재벌 앞에선 사법 정의 무너지는가"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 심사를 앞둔 9일 오후 법무부가 있는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1056개 시민단체를 대표하는 활동가들이 가석방 불허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희훈


열린민주당은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정윤희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이재용 가석방 결정은 언론과 정치권의 협잡이 만들어낸 사법 불공정의 전형"이라며 "도대체 왜 재벌의 범죄와 처벌 앞에서는 언론의 사명도, 사법 정의도 무너져야 하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또 "범죄를 확인하고도 마땅한 형벌을 피한 채 국가 경제 차원에서 봉사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논리는 어떤 공정과 정의를 위한 것인가"라며 "특권과 반칙이 공정과 정의보다 우선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이로써 문재인 정부는 첫 번째와 두 번째 국정과제였던 '적폐의 철저하고 완전한 청산'과 '반부패 개혁으로 청렴한국 실현'을 스스로 무너뜨렸다"며 "청와대는 가석방을 진행한 것이 법무부라고 책임을 회피하지만, 설득력 부족한 핑계"라고 했다. 오현주 정의당 대변인도 "이번 가석방 결정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합작품"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오늘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돈도 실력이다'라고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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