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자는 여자와 비혼주의 남자의 만남... 그 결혼생활 어떨까
[미리보는 영화] 다큐멘터리 <박강아름 결혼하다>
▲ 영화 <박강아름 결혼하다> 관련 사진. ⓒ 영화사 진진
낮아져만 가는 출산율, 그와 반비례 해 늘어만 가는 이혼율은 한국 사회가 오랫동안 고민해 온 숙제 중 하나다. 결혼이 통과 의례인 것처럼 여겼던 흐름은 개인주의나 삶의 질, 주체적 선택에 대한 인식이 커져가며 바뀌어, 비혼주의를 표방하는 청년들도 이제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게다가 가부장적 시스템의 잠재적 희생자였던 여성 입장에선 더욱 전통적 결혼 방식이 달갑지 않은 과제인 게 틀림없어 보인다.
그런데 이 영화 속 주인공은 그 결혼이라는 바다로 온몸을 던졌다. 조금 다른 지점이 있다면 남편이 비혼주의였고, 그런 그를 설득하고 심지어 본인의 유학길에까지 동참시켰다는 점이다.
프랑스어와 타인과 소통에 능한 박강아름씨가 바깥일을,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성만씨가 가사와 육아를 맡았다. 이 일상의 흐름을 보며 관객은 무슨 생각을 할까. 바깥 일하는 여성, 내조하는 남편의 모습 그 자체로 낯설게 다가올 수도 있지만 영화는 단순히 일상을 제시하는 수준을 넘어서 미처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삶의 구체성을 건드린다.
이를 테면 학업과 돈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고 집에 들어오곤 하는 박강아름씨, 타인과 만남을 갖지 못한 채 살림만 하다가 주부 우울증에 걸려버린 성만씨의 모습이 대표적이다. 성역할만 바뀌었을 뿐 이 상황은 함께 삶을 꾸려나가는 모든 부부가 공감할 문제 중 하나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들이 묵고 있는 집에 소소한 식당을 차린 두 사람은 가난한 유학생과 커플의 친구가 된다.
이 역시 장밋빛만은 아니었다. 식당은 적자였고, 프랑스에서 외국인 부부로 그리고 한 아이의 엄마로 살기 위한 일종의 실마리를 얻으려 했던 박강아름 감독 의도와 달리 사람들과 소통은 깊진 못했다. 지속적 만남이 아니었고, 손님과 식당 주인의 관계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 영화 <박강아름 결혼하다> 관련 사진. ⓒ 영화사 진진
▲ 영화 <박강아름 결혼하다> 관련 사진. ⓒ 영화사 진진
시원한 해결책은 없고, 크고 작은 갈등이 두 사람 사이에서 반복된다. 영화 중후반부엔 이혼이라는 단어를 꺼내는 모습도 나온다. 서로에 대한 서운함, 자신을 이해해주길 바라는 마음은 남녀가 같을 터. <박강아름 결혼하다>는 이처럼 젠더 권력의 전도를 통해 서로 달랐던 상대의 입장을 상상하게 한다.
미처 알지 못했거나 알려고 하지 않았던 배우자의 입장을 생각하게 함은 물론이고, 가부장제의 상징과도 같은 결혼 제도에 미세한 균열 가능성이 느껴지게 한다. 비혼과 동거만이 가부장적 결혼의 대안이 아님을 두 사람의 날 것 모습으로 잔잔하게 보여준다.
감독은 전작 <박강아름의 가장 무도회>라는 자전적 다큐를 통해 관객과 소통한 바 있다. 영화의 훌륭한 재료인 자신의 삶을 미화하거나 해치지 않고 오롯이 잘 담아내는 데 장기가 있어 보인다.
한줄평: 쉽게 지나쳐버릴 일상을 특별하게 바라보게 하는 힘이 있다
평점: ★★★☆(3.5/5)
영화 <박강아름 결혼하다> 관련 정보 |
감독: 박강아름 출연: 박강아름, 정성만, 정보리강, 슈슈 제작 및 제공: 창작집단3355 공동제공 및 배급: ㈜영화사 진진 러닝타임: 86분 관람등급: 전체관람가 개봉: 2021년 8월 1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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