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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가디슈' 류승완 감독 "실제론 더 참혹, 뺀 이야기 많아"

[인터뷰] 누적관객 185만 기록하며 흥행 중... "스펙타클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 노력"

등록|2021.08.12 13:08 수정|2021.08.12 13:08

▲ 영화 <모가디슈>를 연출한 류승완 감독. ⓒ 롯데엔터테인먼트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의 과감한 결정이 나름 빛을 보고 있다. 250억 원의 총제작비가 투입된 대형 프로젝트로 제작비 회수 부담이 커 보였던 <모가디슈>가 개봉 3주 차에 185만 누적관객을 기록하며 흥행 중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중재로 제작비 절반가량이 배급사에 지원되기에 사실상 70만 이상만 더 들면 손익분기점은 넘기게 됐다.

코로나 대유행 상황에 내심 더 개봉을 미뤄볼 수도 있었지만 류승완 감독은 "다들 미루고 그렇게 되면 나중에 서로 갉아먹는 경쟁이 될 텐데 그게 너무 싫다"며 "지금 상황에서 영화를 봐주시는 분들은 분명 영화를 아끼는 분일 것이다. 그래서 더욱 감사드린다"는 소회부터 전했다.

1990년 초,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로 파견된 남한과 북한 대사관 사람들의 처절한 탈출기. 영화는 이렇게 한 줄로 요약할 수 있다. 실제 사건을 극화한 결과물로 배우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구교환, 김소진, 김재화, 정만식 등이 출연했다. 10일 류승완 감독을 온라인으로 만나 영화 이야기를 더 들어볼 수 있었다.

<모가디슈> 대하는 감독의 자세

남북 UN 동시 가입이라는 사실 이전에 양국은 약소국의 설움을 느껴야 했다. 소말리아 내전 상황에서 미국, 영국, 이탈리아 등은 모두 비교적 안전하게 자국민을 탈출시켰는데 한국과 북한은 목숨을 걸고 탈출을 감행해야 했다. 영화는 냉전 상황이던 양국의 정치적 상황은 배제하고 마음으로 서로를 끌어안게 되는 과정을 담았다. 관점에 따라 이 이야기는 국가와 개인, 이념 문제로 해석할 수도 있고, 휴머니즘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소재 자체가 너무나 거대하다. 좋은 소재일수록 함정에 빠지기 쉽다는 걸 배워왔기에 흔들리지 말고 인물에 집중하자고 생각했다. 거대한 얘길 거대하게 표현하기보단, 관객들이 그 상황에 처한다면 어떻게 버텼을지 상상하게 하고 싶었다. 국가나 이념에 초점 맞추기 시작하면 이도 저도 아닌 이야기가 되었을 것이다.

스펙터클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 노력했다. 저라고 손익분기점이 큰 영화를 하고 싶겠나.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예산이 커진 거지, 예산이 큰 영화를 하고 싶은 건 아니었다. 크면 큰 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고충과 장점이 다 있더라. 절 보고 천만 감독이다, 블록버스터 감독이다라고 하시는데, 그런 수식어에 거부감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지 말라 할 수도 없고(웃음)."


일제 강제 징용 노동자를 조명한 <군함도> 이후 류승완 감독은 스스로도 많이 성장했다고 자평했다. 대규모 인물 등장 장면, 심도가 깊은 장면 연출 등에서 노하우를 쌓았기에 <모가디슈>가 탄생할 수 있었다고 한다. 두 영화 모두 '탈출'과 '근현대사'라는 공통 키워드가 있다. 류승완 감독은 역사를 재해석하고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며 관객과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를 최근까지 깊이 고민하고 있었다.
 

▲ 영화 "모가디슈"의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실제 모델인) 강신성 대사님을 비롯해 여러 외교관과 종군 기자를 만나서 1980~1990년대 아프리카 파견 당시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국내외 서적을 참고했고. 영화엔 이런 여러 사람들의 사연이 섞여 있다. 당시 한국과 북한이 아프리카 대륙에 외교관을 파견한 건 UN 투표권 때문이기도 하지만 냉전 시대 이후 소련과 미국이 아프리카 국가를 자기 편으로 만들기 위해 우방국들에게 대사를 파견하라는 부탁을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 사건은 참혹했다. 영화와 달리 당시 사람들은 방탄 장치 없이 탈출했다. 그 많은 인원이 이탈리아 대사관까지 가는데 1명만이 희생당했다고 하더라. 너무 기적 같잖나. 영화를 보시는 분들에게 최소한의 설득 장치를 줘야겠다 싶어서 두꺼운 책으로 차를 막는 설정을 넣었다. 그리고 당시 루마니아 대사관 사람들도 한국 대사관에 머물다가 탈출했다고 한다. 북한 대사는 8번 넘게 반군에게 습격 당했고, 여직원들도 처참하게 폭행 당했다. 이런 사실을 다 넣을 순 없었다. 당시 전쟁 상황을 자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처럼 될까봐. 이 영화는 그래서 뺄셈이 중요했다."


극장에 대한 애정

그렇게 치밀한 자료조사를 거친 후 캐스팅 및 프로덕션 단계에 들어갔다. 소말리아가 여행금지 국가였기에 차선으로 택한 모로코 에사우이라 지방은 할리우드 <블랙 호크 다운> <미션 임파서블> 등에 참여한 관록의 코디네이터 도움 덕이었다. 특히 영화로는 서로 처음 호흡을 맞추게 된 배우 김윤석, 허준호, 조인성과 스태프들을 언급할 때 류승완 감독은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헌신적이었던 스태프들 아니었으면 전 영화를 못했을 것이다. 배우들도 사실 특정한 조합을 신경 쓰기 보단 배역에 어울리는 분을 찾다보니 이뤄진 거다. 허준호 선배는 <인랑> 때 등장하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라 제 카메라 앞에 이분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늘 있었다. 대본 나오기도 전에 급한 마음에 뵙고 말씀 나눴는데 그 자리에서 합시다 해주셔서 너무 신났지. 김윤석 선배는 강렬한 캐릭터 연기도 좋지만 <완득이>나 <거북이 달린다>의 서민적 연기도 좋아한다. 뭔가 겁에 질려 있는 외교관 모습을 상상할 때 김윤석 선배가 떠올랐다. 조인성 배우의 인성, 구교환 배우의 신선도는 두말할 것도 없고!"
 

▲ 영화 <모가디슈>를 연출한 류승완 감독. ⓒ 롯데엔터테인먼트


수익 보전을 위해 최근 몇몇 영화들처럼 OTT나 온라인 플랫폼 직행을 택할 수도 있었지만 <모가디슈>는 과감하게 극장행을 택했다. 류승완 감독은 이를 "관계의 문제"라며 분명한 생각을 밝혔다.

"극장은 영화를 단순히 관람하는 공간이 아니라 제겐 인생의 한순간을 보낸다는 의미다. 어린 시절 힘들 때 날 지켜준 공간이기도 하고, 지금도 꿈을 꿀 수 있는 곳이며, 꿈꾸는 사람을 만나는 곳이다. 직업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극장에서만이 제공할 수 있는 체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봉 관련해 당연히 여러 유혹이 있었지만 극장을 택해야 했다. 촬영을 마친 뒤 김윤석 선배도 우리 영화는 절대 스트리밍 서비스로 하면 안 된다고 당부하시더라.

흥행만 생각하면 OTT를 택할 수도 있지만 이건 관계의 문제다. 영화를 통해 이어질 수 있는 관계의 문제다. 극장이 사라지지 않는 한 극장용 영화를 만들고 싶다. 물론 요즘 힘들지. 제가 영화를 처음 시작할 때인 1990년대에 한국영화가 그리 인기 있지 않았잖나. 그때보다 지금이 더 힘든 느낌이다. 그래서 지금 이 영화를 보고 응원해주시는 게 너무 감사하다. 단순히 숫자를 넘어선 감동이 제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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