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9회말 무승부… 후반기 변수로 떠오른 연장전 폐지
투수 아낄 수 있어, 대신 박빙 상황에서 이닝 잘라먹기 극심할 듯
▲ 1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KIA 선수들이 7-7의 동점으로 경기를 끝낸 뒤 관중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그라운드로 나서고 있다. KIA는 7-1로 앞선 9회초에 6실점하며 동점을 허용했다. ⓒ 연합뉴스
지난 11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벌어진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는 후반기 첫 무승부로 끝이 났다.
바뀐 규정을 모르는 팬들은 당황했을지도 모른다. 경기가 연장전 없이 9회말 7-7 무승부로 끝났기 때문이다.
후회해도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돌이킬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KIA는 9회말 한화 강재민 공략에 실패하며 다 잡았던 경기를 무승부로 마무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선수가 나온 탓에 전반기를 조기에 종료한 KBO는 갈 길 바쁜 후반기를 위해 한시적으로 연장전을 폐지했다.
승부치기도 없다. 9회가 끝나면 경기도 끝난다. 후반기 순위 싸움에서 의외의 변수로 떠올랐다.
각 팀 사령탑은 매 경기 전략을 짤 때 연장전까지 염두에 두고 경기에 임한다. 그런데 이제 연장전이 사라지면서 예비 전력을 남겨둘 이유가 없어졌다.
불펜진이 탄탄하지 않아 연장전에 약했던 팀들엔 호재다. 불펜이 두터운 팀도 나쁜 것은 없다.
같은 날 창원 경기에선 롯데 자이언츠가 NC 다이노스를 5-4로 제압했다.
롯데는 선발 앤더슨 프랑코가 5회까지 투구한 뒤 남은 4이닝 동안 불펜투수 6명을 투입해 1점 차 리드를 지켜냈다.
김진욱과 김원중만 1이닝씩을 던졌을 뿐 나균안, 강윤구, 오현택, 최준용은 ⅓∼⅔이닝만 던지고 임무를 교대했다.
종전 최대 12이닝에서 이제는 9이닝으로 이닝이 줄어든 만큼 불펜투수가 풍족한 팀은 이닝 잘라먹기로 불펜진 물량 공세를 펼칠 여지가 커졌다.
9월 확대 엔트리 때는 이닝 잘라먹기가 더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
공격에서도 세밀한 작전 야구가 예상된다. 연장전이 폐지됐다는 것은 그만큼 공격 기회가 줄어든다는 뜻이다. 점수를 내야 할 때 반드시 내야 한다.
또한 9회 마지막 공격 때 과거 같으면 연장전까지 셈법에 넣고 여기서 결판을 내느냐, 아니면 일단 연장까지 승부를 끌고 가는 게 우선이냐를 놓고 고민했을 텐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이기는 야구'보다 최소한 '지지 않는 야구'로 흘러갈 개연성이 커졌다.
이강철 kt wiz 감독은 "이제는 9회말에 마무리투수를 투입해 비기는 작전으로 갈 수도 있다"며 "최대한 선취점을 먼저 낸 뒤 리드한 상태면 불펜진을 최대한 몰아서 투입하는, 그런 운영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후반기에는 경기 운영을 더 잘해야 한다"며 "고민이 커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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