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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극우도 지원? 국정원의 소름 돋는 좌파척결 공작

[하성태의 사이드뷰] 한일 위안부 합의 개입까지... 사쿠라이 요시코는 '전면 부인' 하지만

등록|2021.08.12 22:17 수정|2021.08.13 16:28
"소위 말해서 모든 게 좌파 척결, 국정원의 업무는 좌파 척결이에요. 북한 관련 업무가 아니고 북한도 좌파, 야당도 좌파, 국정원에 있는 호남 출신 직원들도 좌파, 저희들도 해외에 나가서 하는 것이 좌파 척결이 주 임무였습니다." (전 국정원 해외공작관 B씨)

'좌파 척결'이란 지상과제 이행을 위해 국정원은 어느 선까지 넘나들었던 걸까. 지난 6월 1일 방송된 MBC < PD수첩 > '국정원 하얀 방과 고문-공작관들의 고백' 편에서 전 국정원 해외공작관 B씨가 털어놓은 국정원의 주된 임무다. 제보에 나선 전 국정원 직원들의 고백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이를 위해 이명박 정권 당시 '원세훈 국정원' 일본 공작관들은 재일동포 사회에 침투, 영사관에서의 여권 발급 및 신원조사 과정 등을 통해 재일동포들의 투표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선거 공작'을 벌였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공작관들은 재일동포들의 사상 검증을 벌인 것은 물론 여권법을 통해 공작이 쉽지 않자 시행령 자체를 개정하는 꼼수를 부리며 재외동포들의 투표권과 인권을 제한했다.

이게 다 이명박 정권과 원세훈 국정원의 선거 공작의 일환이었고, 이를 통해 당시 일본 동포들의 여권 신청 건수와 재발건 건수는 급감했다. 물론 이러한 국정원의 공작이 실제 투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을지는 수치로 확인할 수 없다. 이후 18대 대선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108만 표 차이로 이기고 당선됐다.

헌데 박근혜 정권에 기여한 국정원의 더 확실한 공작이 존재했다. 바로 국정원이 일본 극우 세력을 지원했다는 정황이 확인된 것이다. 지난 10일 방송된 MBC < PD수첩 > '부당거래-국정원과 日극우'의 제작진은 앞서 국정원의 일본 내 선거 공작을 제보했던 전 국정원 공작원의 제보를 바탕으로 국정원의 일본 극우 세력 지원 실태를 조명했다. 그 공작의 실상은 그 영향이 현재진행형이라 훨씬 더 경악할 수밖에 없는 성질의 것이었다.

일본 극우단체 지원한 국정원
 

▲ MBC < PD수첩 > '부당거래-국정원과 日극우'의 한 장면. ⓒ MBC


"저희(단체와 할머니들이)가 일본을 방문하거나 그러면 이상하게 우리가 홍보를 하면서 가지도 않았는데 일본 우익들이 먼저 우리를 환영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행사를 하기 위해 건물에 들어가면 건물 입구부터 일본 우익들이 큰 확성기를 틀어놓고 위안부는 매춘부다, 위안부는 가짜다, 소리를 외칩니다. 우리 할머니들은 일본어를 다 알고 계세요. 그래서 그들이 뭐라고 하는지 다 알고 계십니다. 그런 일들이 제가 가는 곳곳마다 있는 거예요. 이상하다, 이 사람들이 어떻게 이걸 알았지?" (전 정의기억연대 대표 윤미향 국회의원)

정의연 뿐만이 아니었다. 최재익 독도수호 전국연대 대표의장이 가는 곳에도 어김없이 일본 극우 단체가 출몰했다. 앞서 국정원의 해외 선거 공작을 제보했던 전 국정원 공작관은 그게 다 국정원이 일본 내 공안기관에 전달한 결과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털어놨다.

"민간 활동하시는 분들이 일본에 가는 정보를 (국정원이) 일본 공안기관에 주고, 일본 공안기관은 그걸 다시 일본 우익들한테 돌리고, 스즈키 노부유키인가? 그런 소녀상 말뚝 테러했던 우익들이 한국에 들어오기도 해요. 일본에서는 저희한테 그런 걸 알려주지 않아요. 한국 국정원 같은 경우는 너무 쉽게 우리가 보호해야 할 우리 국민들의 정보를 일본에 넘겨주니까."

믿기 힘든 사실은 또 있었다. 국정원이 일본 우익 인사를 직접 접대까지 했다는 사실이었다. 이 제보자는 이를 두고 "일본 우익 접대하는 것은 정말로 마음이 쓰라렸던 것"으로 기억했다. 생각해 보라. 우리 정보요원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혐한을 퍼트리는 일본 인사를 모시고 고급승용차를 동원해 '안보'관광을 시켜주고 고급 한정식을, 일식을 접대하는 광경을.

그렇다면 국정원이 극진히 모셨다는 인사는 누구였을까.
 

▲ MBC < PD수첩 > '부당거래-국정원과 日극우'의 한 장면. ⓒ MBC


"지금 이사장이신 사쿠라이 요시코씨는 일본에서도 저명한 언론인 아닙니까? 그분은 대단히 발이 넓고 또 상당한 능력이 있기 때문에 예를 들어서 오늘 시상식에서도 중요한 일이 있었죠. 저와 황의원 대표가 수상한 것에 대해서 일본의 스가 총리와 문부과학대신 두 분이 저희에게 축전을 보냈습니다." (이우연 서울대 낙성대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반일종족주의>의 공동저자인 이우연 대표와 <미디어워치> 황의원 대표는 희희낙락이었다. 사쿠라이 요시코의 '국가기본문제연구소(국기연)'가 출간한 일제 징용 및 위안부 관련 책을 번역‧출판한 공로로 특별상과 상금 등을 받았다는 것이다. 일본 스가 총리, 아베 전 총리와 각별한 친분을 자랑하고 일본 극우들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자랑한다는 사쿠라이 요시코. 한데 그가 설립한 '국기연'의 출범과 성장에도 국정원이 관여했다는 충격적인 증언이 나왔다.

"원래부터 국정원의 지원을 받은 분들이 만든 단체예요. 일본에서 언론, 기사 게재 이런 것들을 하셔야 해요. 방송 출연도 하셔야 하고, 그러려면 소재가 필요한 거죠. 그 소재에 해당하는 부분을 국가정보원에서 많이 지원했죠. 대표적인 게 김현희와 관련된 여러 가지 부분들의 취재라거나 이런 부분들의 소재를 많이 제공했고..." (전 국정원 공작원)

좌파 척결은 무소불위 영역인가

국정원의 지상과제이던 '좌파 척결'을 위해서라면 일본 극우라도 상관없었던 걸까. 이를 위해 국정원은 국기연 인사들을 국정원 청사로 초대하는 한편 이들에게 북한 정세에 관한 고급 정보를 브리핑해줬다고 한다. 브리핑을 한 배경과 내용 모두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전 세계에서 북한 문제에 관한 종합적이고 심도 있는 정보와 정책분석 역량을 갖춘 건 저희들밖에 없기 때문에 최고의 접대는 북한 정세에 관한 브리핑을 해주는 거였어요. 이게 왜 중요하냐 하면 브리핑에 들어가는 내용은 국가정보원이 입수한 자료만 있는 게 아니에요. 북한과 관련되어 있는 군, 경찰 모든 정보 활동을 하는 국가조직이 입수한 모든 정보를 축약하고 가장 핵심적인 내용을 선별해서 압축한 내용을 브리핑해주는 거예요. 그러는 바람에 일본 우익사회에서 격이 다른 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된 거죠." (전직 국정원 해외공작원)

이러한 지원을 기본으로 국기연이 펼친 '혐한' 활동은 실로 놀라웠다. 사쿠라이 유시코의 개인 방송은 아베 전 수상이 단골 출연할 정도였다. 더 나아가 국기연은 위안부 피해 역사를 알리는 진보성향 기자에게 테러 위협을 가한 바 있다.

또 육사 26기 출신이자 중앙정보부 정규 10기로 입사, 일본 파트를 담당했던 전 국정원 직원인 홍형씨를 포섭해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문재인은 조선노동당 스파이이자 중국 공산당의 스파이"라는 유언비어를 퍼트리게 했다. 앞서 국정원이 퇴직한 홍형씨에게 공작금을 지원하며 맡긴 임무가 바로 2012년 대선 관련 여론 공작이었다.

그렇다면 국정원은 왜 국기연과 같은 극우 우익 단체를 지원하고 나선 걸까.
 

▲ MBC < PD수첩 > '부당거래-국정원과 日극우'의 한 장면. ⓒ MBC


"그것은 첫째는 북한의 위험론에 대비하는 거고, 두 번째는 한국 내에서 진보정권이 계속 지속되는 것을 요구하지 않는 거겠죠. 한국이 점점 진보 정권이 되고 남북평화 공존을 하게 되면 일본 보수 우익의 정치의 토대라는 것은 북한 위험론 속에서 위기론을 가지고 지금까지 정치를 해왔는데 남북이 공존하게 되면 일본 같은 경우는 자민당 보수의 뿌리가 흔들리게 되는 거죠." (이영채 일본 게이센여학원대 교수)

이렇게 극우 단체와의 밀월 관계를 이어가던 국정원이 일본과의 외교에 개입하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이를 추정해 볼 수 있는 외교적 사건이 바로 지난 2015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협상이었다.

제보자에 따르면, 국정원은 당시 TF를 구성, 한일 위안부 협상에 관여했다. 당시 국정원 원장이던 이병기씨는 위안부 합의 진상조사위원회를 주도했고, 그가 대통령 비서실장이 된 이후까지 국정원TF는 지속됐다. 그 결과가 바로 굴욕적인, 일본이 초안을 제시한 위안부 합의였던 것이다.

"이번 '위안부' 합의 때는 아마 처음에 문서로 제시한 거는 일본이었죠. 우리는 초안의 그림을 토대로 이야기하는 거지 그 넘어서 우리의 별도의 초안을 낸 건 아니기 때문에 일본이 그린 그림에 상당히 큰 영향을 받으면서 진행되지 않았는가." (오태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검토위원회 위원장)
 

▲ MBC < PD수첩 > '부당거래-국정원과 日극우'의 한 장면. ⓒ MBC


직접 반박 나선 일본 극우계의 대모

< PD수첩 > 방송 직후, 이례적으로 사쿠라이 요시코 본인이 발끈하고 나섰다. 11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MBC 보도는 명예훼손"이라며 장문의 글을 게재한 것이다.

그는 게시글에서 "MBC < PD수첩 >은 한국 국정원이 일본 우익과 내통해 정보를 주고받은 후, 이를 한국 시민단체 탄압에 사용했다고 보도했다"며 "일본 국가기본문제연구소가 한국 국정원에 정보와 돈을 요구했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국가기본문제연구소는 한국 국정원을 포함해 어떤 외국 정부 기관으로부터 지원받은 적이 없다"고 반박에 나섰다. 그러자 < PD수첩 > 한학수 PD도 반박에 나섰다. 12일 페이스북글을 통해서였다.

"사쿠라이 요시코씨는 < PD수첩 > 제작진이 여러차례 보낸 질문서에는 답하지 않았고, 전화 접촉에도 응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는 직접 만나서 질문하는 데에도 묵묵부답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방송이 끝나자 명예훼손이니 정정보도 하라고 합니다. 사쿠라이씨도 명색이 언론인인데, 이래도 되는 건가요? < PD수첩 >은 지난 7개월간 취재를 통해 사실만을 보도했습니다. 정정보도할 내용이 없으며, 사과할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국정원은 어떤 입장이었을까. 해당 방송에서 이병기 전 원장 등 관계자들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11일 MBC 라디오에 출연한 < PD수첩 > 장호기 PD는 이에 대해 "반론이 있을 거라고 기대했는데 이런 주요업무와 관련된 내용들에 대해서 확인해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12일 TBS 라디오에 출연해서도 국정원의 이 같은 국익을 해치는 과거 공작에 대해 분통을 터트리고 있었다.

"제가 다 말씀 못 드린 내용도 있는데, 말씀하신 것처럼 백 번 양보해서 정보의 교환을 위해 했다고 쳐도 우리 국정원이 일본 측으로부터 얻은 정보가 또 역시 일본에서 활동하는 우리 국민들, 시민단체들의 동향이었다는 거죠. 그러니까 우리 국민의 정보를 주고 또 다른 우리 국민의 정보를 얻는. 그러니까 저는 이런 게 정말 부당한 거래라고 말도 안 되는 거래라고 생각을 하는 거예요." (MBC 장호기 PD)

< PD수첩 > 방송 다음날인 11일, 피해자 단체라 할 수 있는 '김복동의 희망'도 성명을 내고 진상규명은 물론 "피해자와 활동가들 그리고 참담함을 겪은 국민들 앞에 석고대죄하라. 그리고 국민의 세금을 일본 극우세력에게 퍼나른 그 죄를 소상히 밝히라"며 국정원을 규탄했다.

극과 극은 통하는 걸까. 아니면 '좌파 척결'에 몰두하다 그에 못지 않은 거악과 손을 잡아버린 것일까. 우리 정보기관이 일본 극우단체를 키운 것은 물론 한일 위안부 합의에까지 개입했다는 근래 들어 가장 충격적인 탐사보도 앞에 국정원은 어떤 변명을 내놓을 수 있을까. 그 이전부터 오랫동안 일본 극우 세력과의 부당 거래를 유지해 왔다는 국정원에게 국익과 좌파 척결은 과연 어떤 의미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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