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명소화" vs. "시대착오적"... 부산 황령산 개발 논란
박형준 시장, 봉수전망대 등 개발 위해 민간업체와 업무협약... 환경단체 즉각 반발
▲ 박형준 부산시장과 최삼섭 대원플러스그룹 회장이 19일 황령산유원지 조성사업을 통한 부산관광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있다. ⓒ 김보성
흉물로 남아 있는 스키돔 정상화를 이유로 부산 황령산 일대 개발이 이루어진다. 한 민간업체와 업무협약을 맺은 박형준 부산시장은 관광 자원화와 보존을 동시에 강조했지만, 환경단체는 "황령산 파괴를 중단하라"며 즉각 반발했다.
도심 속 녹지 황령산, 계속되는 개발 시도
부산 연제구, 수영구, 남구에 위치한 높이 412m의 황령산은 자연적, 역사적 가치가 크다. 부산의 대표적 녹지여서 '도심 속 허파'로 불리고, 정상에는 조선시대 봉수대(세종 7년 설치)가 설치돼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의미에도 이곳 역시 개발 논리를 피해 가지 못했다. 2007년 최초의 실내 스키돔을 표방한 스노우캐슬이 지어졌으나, 개장 1년 만에 폐장했다. 이후 다른 민간업체 인수로 다른 관광시설 추진 시도가 이어졌다. 105m 전망대, 케이블카, 유원지 추진 사업 등이 계속 언급됐다.
이번에는 부산시장이 황령산 관광개발 사업을 공식화하면서 논란이 더 커질 전망이다. 시는 스키돔 장기 방치 상황을 이대로 놔둘 수 없다며 황령산의 재생을 강조하고 있다. 이날 발표한 내용을 보면 대원은 황령산 유원지 개발을 위해 정상에 국내 최고 높이의 봉수전망대와 로프웨이(케이블카)를 조성하고, 시는 행정적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양 측은 황령산 전망대가 세계 3대 야경으로 꼽히는 이탈리아 나폴리, 홍콩, 일본 하코다테 못지않은 관광 명소가 될 것으로 본다. 전망대 외에 유원지 개발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이날 더 공개하지 않았지만, 여러 시설도 들어설 계획이다. 업체 측은 스키돔 일대를 도심형 관광휴양 시설로 꾸미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2030 부산세계엑스포와 연계도 부각한다. 시와 대원은 이 시설이 "경제적 효과는 물론 박람회 유치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부산을 세계적인 문화관광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꿈이고, 2030세계엑스포를 앞두고 누구나 찾아올 관광테마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생태계 파괴 우려에 대해서는 방치된 공간의 재생을 강조하며 "이 사업 전체가 환경 보존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라고 했다.
▲ 황령산 ⓒ 김보성
▲ 부산의 황령산 정상 봉수대. 조선시대 만들어진 군사시설이다. 현재 4개 지역에 걸쳐 있는 황령산은 대표적 자연 녹지로 '도심 속 허파'라고 불리지만, 수년째 개발 논리에 시달려왔다. ⓒ 김보성
"관광지 조성하겠다는 시도는 시대착오적"
하지만, 환경단체는 이러한 설명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성근 그린크러스트 상임이사는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절차적 문제점부터 언급했다. 이 상임이사는 "시민과 숙의, 합의 과정이 전무하다. 왜 황령산 개발에 이렇게 집중하는지 의구심이 든다"라면서 "도시 녹지의 생태를 지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민은주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기존 스키돔도 졸속으로 건립돼 후유증이 큰 상황"이라며 "복원이 필요한 곳에 유원지나 전망대, 케이블카 등 관광지를 조성하겠다는 시도는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다. 민 사무처장은 "민간업체의 이익을 위한 개발 특혜에 시민단체 차원으로 대응에 나서겠다"라며 "세계엑스포도 기후위기 등에 발맞추는 상황인데 이런 개발은 정반대 행태"라고 말했다.
구자상 부산생명의숲 대표 역시 황령산 관광개발이 부산시가 말하는 생태도시와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스키돔 사태에 대한 반성도 없이 지난 과오를 되풀이하고 있다"라며 "구태의연한 개발을 중단해야 한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이어 "우리가 보존을 외치는 이유는 개발보다 그 생태적 가치의 공공성이 더 크다고 보기 때문"이라며 "대책위를 꾸리거나 공동대응을 하겠다"라고 말했다.
시민단체인 부산참여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개발로 일자리, 경제 활성화가 이뤄졌다면 이미 되고도 남았을 것"이라며 "엘시티나 오시리아 사례처럼 막개발은 민간기업의 배만 불릴 뿐이다. 박형준 시장이 그린스마트도시를 지향한다면 개발만능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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