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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를 넘어 고려해야 할 것들

[여성노동 건강 상식] 업무상 신체 부담을 달리 평가할 수 있는 잣대 필요

등록|2021.08.20 08:19 수정|2021.08.20 11:26
인력에 의한 중량물 취급의 주요형태에는 크게 중량물의 들기와 내리기, 밀기와 끌기, 들고 가기, 던지기 등이 있다. 해당 작업은 취급 자세에 따라 목·어깨·팔목 등 다양한 근골격계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데, 특히 큰 영향을 받는 부위는 요추를 포함한 허리다.

허리는 중량물 취급과정에서 힘을 발휘해야 하고, 보행 시는 물론 앉은 자세에서도 신체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스트레스를 견뎌야 한다. 중량물 취급은 허리에 압력과 긴장 상태를 유발하는 활동이며, 흔히 'kg'으로 표현되는 물체의 하중뿐 아니라 물체의 크기·형태도 노동자의 허리에 가해지는 압력과 긴장 상태의 정도를 다르게 만든다.

물체가 너무 크면 작업자의 몸에 최대한 가깝게 유지하기가 어려워 더 많은 힘을 사용하게 되고, 무게중심을 알기 어려운 형태라면 어떤 지점에서 쥐어야 가장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는지 알기 어려워 더 많은 힘을 사용하게 된다. 안정적으로 물체를 고정해 쥘 수 있는 손잡이가 없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작업자가 다루는 무게만으로 중량물 취급작업의 고됨과 이로 인한 건강 영향을 설명할 수는 없다. 작업의 빈도, 동작의 높이와 거리 역시 고려돼야 한다. 노동자를 둘러싼 환경적인 요인도 작업의 강도를 높일 수 있다. 온도나 습도가 높거나 산소가 부족한 조건, 바닥이 미끄러운 곳, 진동이 있는 곳에서 작업자가 경험하는 노동의 강도와 허리에 가해지는 부담은 더욱 커진다. 중량물 작업 자체가 갖는 특성과 환경요인이 복합적으로 취급작업의 강도를 결정하는 것이다.
 

▲ 노동자에게 근골격계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중량물 취급에 따른 권장기준이 있지만 중량물의 형태, 특히 여성노동자들이 주로 담당하는 돌봄노동에서는 일괄적으로 중량물 기준을 따르기 어려운 면이 있다. ⓒ pixabay


노동자의 조건에 따른 중량물 취급 부담

노동자의 신체조건에 따라서는 어떨까? 당연하게 노동자의 나이·성별·몸무게·에너지대사능력·근력·훈련 정도에 따라 작업에 의한 신체부담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인력에 의한 중량물 취급 가이드라인을 정할 때 흔히 이용하는 방법은 성별, 나이 등 노동자의 개괄적 조건에 따라 안전한 상한선을 일정 무게로 제시하는 것이다.

작업자세나 작업빈도, 환경요건은 반영할 수 없지만, 개괄적 조건은 범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에 ILO·일본·독일·한국에서 해당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국내의 인력 운반작업과 관련된 인력 운반 중량 권장기준은 다음과 같이 제시된다(아래 표 참고)주1).

해당 기준은 일본 후생노동성 재해의학 연구소의 기준을 빌려온 것이며, 연령과 국내 노동자의 중량물 취급기준을 세우려는 연구가 있었으나 아직 법적·기술적 권장사항으로써 효력을 갖는 단일 기준은 정립돼 있지 않다.

작업자의 체중을 고려한 하중지침은 직업성 요통예방을 위한 작업관리지침(KOSHA CODE H-5-1998)에서 제시되는데, "사업주는 근로자가 항상 수작업으로 물건을 취급하는 경우에는 동 물건의 중량이 남자 근로자인 경우 체중의 40% 이하, 여자근로자인 경우 체중의 24% 이하가 되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중량물의 폭은 일반적으로 75cm이상 되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작업에 임하는 노동자 특성·작업 특성·취급 하중·환경을 종합한 지침은 국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 [표] 인력 운반 중량 권장기준 ⓒ 안전보건공단

   
여성노동자의 중량물 취급과 요추 부담

54세 여성 장애인활동보조사(이하 활동보조사) A씨는 지난 6년간 남성 시각장애인의 활동보조사로 일해왔다. A씨가 담당하는 고객은 목·허리 추간판탈출증으로 세 차례 수술을 받은 상태로, 보행 시 A씨에게 본인의 체중을 실어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 A씨는 고객이 병원에 갈 때나 장을 볼 때, 노래 교실에 갈 때도 함께한다.

150cm에 51kg인 A씨는 하루 6시간의 근무시간 중 2시간은 170cm에 75kg인 고객이 이동할 때의 하중을 견디고, 4시간은 고객의 식사를 보조하거나 집을 청소하며 보냈다. 어느 날 목과 허리의 통증으로 병원에 내원했고 경추염좌, 요추의 추간판탈출증을 진단받게 돼,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고자 산재를 신청했다.

요추 근골격계질환의 업무관련성요인에 대한 역학적 연구에서는 과도한 중량물 들기와 옮기기, 허리의 굽힘과 비틀기(불편한 자세), 전신 진동을 잠재적 위험인자로 다룬다. 이때 '과도한 중량물 들기와 옮기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해석의 여지가 있다.

국내에서 업무상 '과도한 중량물' 기준은 무엇일까?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사업주는 노동자에게 건강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에 대해 예방적인 조치를 해야 하는데(제39조 보건조치), 유해요인 중 하나가 근골격계 부담작업이다.

'근골격계 부담작업'은 다시 고용노동부 고시에서 11개의 구체적인 작업으로 정의되는데, 그중 취급 하중을 언급한 조항 5개 중 상지의 위험작업에 제한된 조항(손가락·손 언급)을 제외하면 다음 세 조항이 남는다. ①하루에 10회 이상 25kg 이상의 물체를 드는 작업 ②하루에 25회 이상 10kg 이상의 물체를 무릎 아래에서 들거나 어깨 위에서 들거나 팔을 뻗은 상태에서 드는 작업 ③하루에 총 2시간 이상, 분당 2회 이상 4.5kg 이상의 물체를 드는 작업.

사례 속 A씨의 경우 활동보조사로서 고객을 부축하는 업무를 하지만, 이것이 '들기나 옮기기' 작업으로 볼 수 있을까? A씨의 일일 취급 총중량은 어떻게 계산되는 것일까? A씨는 자신보다 20cm가량 큰 고객이 체중을 실어 이동할 때 버티기 위해 요추의 전방굴곡을 최소한으로 유지하고, 약 10°가량의 측방굴곡상태를 유지했다.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활동보조사의 이 정도 굴곡이 추간판탈출을 일으킬 만큼의 부담요인으로 고려될 수 있을까? A씨의 상병과 활동보조사로서 업무와의 인과성을 판단하기에 모호한 부분은 비단 A씨에게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돌봄노동의 경우 중량물 관점에서의 부담을 단순 들어 올리기 하중으로 계산하기 어렵고, 사람을 중량물로써 다루기 때문에 작업위치가 작업자에게 부담을 많이 주는 방향으로 작동하곤 한다. 돌봄이 필요한 고객의 건강상태는 그 무게중심을 알기 어렵고, 어떤 지점에서 개입해야 가장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 역시 어렵다. 또한 안정적으로 고정해 쥘 수 있는 손잡이도 없다.

여기에 돌봄노동자의 요인 또한 녹록치 않다. 폐경 이후 골감소증을 겪으며, 상대적으로 근육량이 적은 여성의 몸은 근골격계 부담작업이 질병으로 이어지기 쉬운 요인을 갖고 있다. 이전까지는 본인의 가정에서 집안일을 해온, 업무경력이 단속적인, 고용보험 없이 일하면서 발생한 요추통증으로 수차례 진료를 받아온 중장년여성이 일하면서 요추통증의 악화를 겪고 질병을 진단 받는다.

업무상의 근골격계 부담을 증명하기 어려운 작업과 취약한 몸을 가진 노동자의 특성이 만나는 상황은 돌봄노동-중장년 여성노동자에게만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학업과 업무를 병행하는 저체중의 여성 카페종업원이나 근속연수가 짧은 여성 보건의료인 등 업무로 인한 노동자의 신체부담을 정량화할 때 그가 다루는 물체의 하중은 가장 객관적인 자료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대로 고려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와 재해 사이 인과관계의 상당인과관계는 평균값이 아닌 해당 노동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여성노동자가 수행하는 작업의 특성·환경·노동자 특성(성별·나이·체중·병력 등)에 따라 업무상의 신체 부담을 달리 평가할 수 있는 잣대가 필요하다.

1) KOSHA CODE 인력운반 안전작업에 관한 지침(KOSHA GUIDE G-75-2011)에서 발췌. KOSHA CODE는 한국산업안전공단에서 산업안전보건과 관련된 기술지침을 제정한 것으로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사업장에 기술적인 권장사항으로써 효력을 갖는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이자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인 정지윤님이 작성하셨습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잡지 <일터> 8월호에 연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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