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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잡러 근태 관리가 어렵니? 이렇게 해봐

'게더타운' 모인 프리랜서들이 사는 법

등록|2021.08.22 15:40 수정|2021.08.22 15:40

▲ 프리랜서 컴퍼니에 모인 친구들 ⓒ 이성윤


나는 대학생이면서 정당인이자 에디터이기도 하다. 일종의 N잡러인 셈이다. 고정된 수업 시간과, 회의 시간은 있지만 시간을 탄력적으로 쓸 수 있어 프리랜서 같은 느낌이 종종 들곤 하는데, 특히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부터는 정말로 프리랜서가 된 것 같다.

프리랜서라면 많이들 공감하는 것 중 하나가 근태관리일 것이다. 개인 사무실 없이 집에서 일한다면 더더욱 근태관리에 신경을 많이 쓸 것이다. 아무 때나 출근과 퇴근을 할 수 있어 하루 루틴이 엉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컨디션에 따라 늦잠을 자기도 하고, 어떤 날은 새벽까지 일하는 등 근태관리를 어려워하는 프리랜서들이 한둘이 아니다.

내 친구는 전주에서 청년주거공간을 운영하면서, 개인사업도 하고, 전북대학교 링크플러스사업단 및 학생들과 함께 작은 프로젝트도 기획해 운영하고 있다. 또 다른 친구는 회사를 다니고 있긴 하지만 근로시간이 유연하고, 퇴근 후에는 차관을 운영한다.

두 친구 모두 나와 비슷한 N잡러이자 프리랜서인 것이다. 근태 관리에 고민이 있던 나는 얼마 전 게더타운에 사무실을 하나 열었다. 게더타운은 온라인 화상 회의 시스템인 줌에 메타버스가 더해진 플랫폼이다.

출근 시간도, 직책도 없는 사무실
 

▲ 아침에 출근해 티비를 시청하고 있다. ⓒ 이성윤


'프리랜서들의 사무실'이라는 오픈카톡을 열고 프리랜서 친구들을 하나씩 초대했다. 근태 관리와 함께 하루 일정을 공유하면서 하루를 시작하기 위함이었다. 게더타운의 사무실은 제법 진짜 사무실과 비슷하다. 사무실에 있는 티비를 켜면 실시간 뉴스가 나오고, 화이트보드에는 이것저것 기록을 남길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회의실, 책상, 컴퓨터 등등이 마치 실제 사무실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이곳에는 출퇴근 시간도, 직책도 없다. 나는 내 캐릭터를 '이인턴'이라고 지었고, 한 친구는 '정대표', 다른 친구는 '류연구원'으로 지었다. (조만간 나는 '이회장'으로 승진하려 한다.)

'프리랜서들의 사무실'에는 오직 하나의 일정이 있는데, 바로 오전 10시 회의다. 아침 회의에는 회의실에서 각자의 하루를 공유한다. "칼럼을 쓸 예정이고, 미팅이 있고, 회의가 몇 시에 있고" 등등 자신의 스케줄을 공유하면서 일과를 정리한다.

정해진 업무도 따로 없다. 만화책 보기, 드라마 시청하기도 업무라면 업무가 된다. 또 각자 가지고 있는 고민을 나누기도 하고,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기도 한다. 아침 회의가 끝나면 게더타운에 남아 오늘 할 일을 한다. 그러다가 서로 또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나누기도 하고, 외부 일정이 있는 사람은 게더타운에서 나간다.

온라인 사무실의 효과는 예상외로 훌륭했다. 프리랜서 특성상 업무에 관해 논의할 만한 사람이 많지 않을뿐더러 근태관리가 어려운데, 게더타운 사무실에서 매일 아침 회의를 갖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고민을 함께 나눌 동료가 생겼고, 근태관리도 챙길 수 있게 됐다. 현재는 아침 회의만 있지만, 사무실을 좀 더 운영해보고 난 뒤에는 저녁 회의도 가져볼까 구상하고 있다. 아침회의가 하루를 여는 회의였다면 저녁회의는 하루를 닫는 회의로 진행해보려고 친구들과 구상 중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이 익숙해지면서 프리랜서 청년들은 방과 개인 사무실에 더 고립되어 가고 있는 듯하다. 비록 온라인 사무실이 오프라인에서 만큼의 효용성을 다 주진 못하겠지만 며칠간 운영해본 바로는 오프라인 못지않은 유대관계를 쌓을 수 있게 됐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혼자 일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온라인 사무실에서나마 고민을 털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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