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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황령산 유원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국내 최고 전망대'

[부산지역언론 톺아보기] 부산시 보도자료보다 자세히 소개한 지역언론, 대원플러스그룹 보도자료 그대로 인용

등록|2021.08.23 14:18 수정|2021.08.23 14:32
부산시는 지난 19일 대원플러스그룹(회장 최삼섭)과 '황령산유원지 조성사업을 통한 부산관광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시는 '황령산유원지, 친환경 랜드마크로 다시 태어난다!' 보도자료를 통해 황령산 스노우캐슬 정상화 사업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해 황령산을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조성겠하다고 밝혔고, 구체적 사업으로는 황령산 봉수전망대 조성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로프웨이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시 보도자료보다 자세히 소개한 지역언론
대원플러스그룹 보도자료 그대로 인용


황령산유원지 조성 업무협약 소식을 지역언론은 일제히 보도했다. 그런데 부산시와 대원플러스그룹의 보도자료를 그대로 인용해 '남산타워보다 높은 전망대' 규모와 124억 세수 유발, 1880명 고용유발 효과 등 긍정적 내용을 부각했다.

개발에 따른 환경훼손, 교통난 우려 등을 언급하기도 하였으나 '친환경 개발', '친환경 로프웨이' 등 사업자 측 입장을 더 큰 비중으로 소개했다. 부산의 대표적 도심 속 산의 개발에 무리수는 없는지 직접 점검하는 취재는 없었다.
 

▲ 지역언론 ‘황령산 봉수전망대’ 보도 목록 ⓒ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해외 '로프웨이' 사례까지 그대로 전달한 국제신문

국제신문은 1면과 3면을 모두 할애해 가장 적극적으로 '황령산 봉수전망대' 소식을 전했다. 1면 주요 헤드라인으로 <국내 최고 파노라마 야경 부산 황령산 전망대 조성>을 배치해 '국내 최고 야경'임을 부각하고, 3면 전면을 '황령산 전망대 추진'면으로 편집했다.

<'도심관광 새 축' 논의 17년 만에 본격화...친환경 개발 관건>(3면, 8/20)에서 이번 '황령산 봉수전망대 조성사업'은 17년간 이어진 황령산 전망타워 추진에 종지부를 찍고 "부산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랜드마크형 관광지"라는 사업자 보도자료 내용을 그대로 강조하고 있다. 또한 대원플러스그룹이 제공한 전망대의 조감도와 함께, 봉수전망대 구성(상부층, 옥상층, 하부층 시설)과 주변에 마련될 복합문화전시홀 등 휴게시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전했다.
 

▲ 국제신문 ‘황령산 봉수전망대’ 관련 기사(8/20, 1면, 3면) ⓒ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게 될 환경훼손에 대해서는 최삼섭 대원플러스그룹 회장의 말을 직접 인용하여 "친환경 로프웨이 설치로 환경단체의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말을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에도 로프웨이 대기줄 300m' 하코다테가 롤모델> 기사를 바로 아래 배치하여 일본 하코다테의 '로프웨이' 사례를 상세히 전하며 '친환경성'과 '관광활성화'를 강조했다.

부산일보도 1면과 3면에 주요하게 보도했다. 특히 1면에 <황령산에 남산타워보다 높은 전망대 들어선다>에서 황령산 전망대가 서울의 남산타워를 제치고 국내 전망대 가운데 가장 높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체류형 관광 이끌 명소 될까 '주목'···스노우캐슬에도 '눈길'>(3면, 8/20)에서 '황령산 유원지 조성사업' 업무협약은 부산시의 장기표류과제의 적극적 의지이며, '황령산 봉수전망대'는 "체류형 관광 유도할 킬러 콘텐츠"가 될 것이라는 사업자 측의 입장을 그대로 전하고 있다.
 

▲ 부산일보 ‘황령산 봉수전망대’ 관련 기사(8/20, 1면, 3면) ⓒ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그리고 이번 '황령산 유원지 조성 사업'의 다른 한축인 '스노우캐슬' 활용방안에 대해 언급했지만, 대원플러스그룹 관계자의 "수분양자 보상 합의 등 스노우캐슬 정상화에 걸림돌이었던 난제들을 하나하나 해결 중"이라는 입장만 전하며, 이번 업무협약에서 부산시가 내세운 '스노우캐슬 정상화'와 관련해 구체적 계획이 없는 것에 대해서는 묻지도, 비판하지도 않았다.

한편, 국제신문과 부산일보 모두 시민사회의 우려와 비판은 기사 말미 한 단락으로 부산환경운동연합 민은주 사무처장의 "도시 가운데 위치한 황령산은 시민의 휴식공간이 되도록 공공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보존돼야 마땅한 시민들의 휴식공간을 특정업체에 허용하면서 시민사회와 어떠한 소통도 없었다"를 전했다.

KNN, 황령산 전망대 시뮬레이션 영상 소개
엑스포 랜드마크 기사에서도 언급


지역방송 역시 '황령산 봉수전망대' 소식을 주요하게 다뤘다.

KBS부산은 <황령산 관광사업 본격화...환경 훼손 논란도>(뉴스7/뉴스9 이상준 기자, 8/19)에서 부산시의 '황령산 관광자원화 사업' 관련 업무협약을 소개하고, 봉수대 전망대와 주변시설, 서면까지의 케이블카 연결 등의 계획을 전했다. 환경훼손 우려에 대한 환경단체의 입장도 전하며 대규모 관광사업인 만큼 이해관계에 놓인 사업주체의 입장이 다를 수는 있지만 '공공자산인 황령산'을 이용하는 시민의 뜻이 가장 중요함을 강조했다.

KNN도 <황령산에 랜드마크 전망대, 환경 논란도>(뉴스아이 김성기 기자, 8/19)에서 '황령산 봉수전망대' 계획을 설명하고 이로 인한 관광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 또한 '스노우캐슬 정상화' 사업과 연계가 예상됐지만 2단계로 밀린 점, 환경훼손과 교통문제 등을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2분11초 보도 가운데 1분50초를 대원플러스그룹에 제공한 시뮬레이션 영상을 뉴스화면으로 내보내 마치 대원플러스그룹의 홍보자료를 보고 있는 듯했다.
 

▲ KNN ‘황령산 봉수전망대’ 관련 보도(뉴스아이, 8/19) ⓒ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8월 22일에는 <월드엑스포, 랜드마크 유산도 남겨> 2030엑스포 기획 뉴스에서는 파리 에펠탑, 시애틀 '스페이스 니들' 등 엑스포를 위해 만들어진 랜드마크 사례를 소개했다. 부산에서도 북항, 황령산 등지에 랜드마크를 건설하는 사업을 논의 중이라며 황령산 전망대 조감도 전경을 노출하기도 했다. 황령산 전망대 사업에 힘을 싣는 모양새였다.

한편 부산MBC는 <부산시, 황령산 유원지 조성 업무협약 체결>(뉴스데스크 단신, 8/19)에서 단신으로 부산시 보도자료를 토대로 업무협약 소식을 전했다.

황령산은 부산진구와 연제구, 남구, 수영구에 걸쳐있는 산으로 시민들이 즐겨 찾는 대표적인 도심 속 공원이다. 하지만 개발 시도도 꾸준했다. 90년대에는 온천개발 추진되었고, 2007년 환경 훼손과 특혜 논란과 반대에도 실내 스키돔 '스노우캐슬'이 건설되었으나 1년 만에 폐업하는 등 난개발에 시달렸다. 2020년에는 숙박시설을 포함한 황령산 개발계획이 환경 당국의 제동으로 축소되기도 했다. 현재 스키돔은 13년간 방치되고 있어 황령산유원지 재생 사업은 부산시의 주요 해결 과제이자 시민의 관심사기도 하다.

대표적 도심 공원이라는 생태적 가치, 스노우캐슬 실패 등 난개발 역사를 돌아볼 때 '황령산 유원지 사업'은 부산시와 사업자 측 입장을 마냥 전달할 것이 아니라 환경훼손, 교통난, 시민의견 수렴 절차 등 하나하나 꼼꼼히 짚어야 할 부분이 상당하다.

하지만 이를 전한 지역언론 보도는 실망스럽다. 부산시장이 직접 나서기는 했지만 이번 계획 발표는 업무협약 단계다. 시민 의견수렴, 인·허가 과정 등을 검토하고 거쳐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다. 그런데 지역언론은 계획을 검토하고 과정을 따지기는커녕 전망대 건설, 로프웨이 설치 등 사업계획이 기정사실인 양 부각했다. 전체 사업비 1조~1조 2천억 원 중 2천억에 해당하는 전망대 조성 사업 외에 나머지는 어디에 어떻게 투입하는지도 묻지 않았다.

황령산 개발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지역언론은 환경훼손, 난개발 등의 가능성을 방관하지 말고 지금부터는 묻고, 따지고, 시민들과 공유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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