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 사장되면, 강남 30평아파트 3억에 공급하려 했다"
[인터뷰] 김헌동 전 경실련 본부장의 토로... "집값 잡으려면 다주택자 대출 회수해야"
▲ 김헌동 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 ⓒ 이희훈
"만약 SH(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이 됐다면, 바로 서울 강남에서 짓고 있는 후분양 아파트 30평짜리를 (건물만) 3억원에 공급하려고 했다."
김헌동 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의 말이다. 김 전 본부장은 "당장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 공사 사장으로서 진짜 집값 잡을 수 있는 일을 해보려고 했다"면서 "안타까울 뿐"이라며 씁쓸해 했다.
- SH 사장 후보에 지원하게된 동기는 무엇인가.
"(잠시 생각을 하다가) 지금이 어떻게 보면 이것을 해결하기 위한 골든 타임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은 현재 온 나라를 휩쓸고 있는 부동산 폭등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 부동산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할 정도다. 김 전 본부장은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관계를 떠올렸다. 그는 "지난 보궐선거 이후 오 시장이 당선되고, 김현아 (전) 의원이 SH사장 후보에서 낙마한 후 고민을 하게 됐다"면서 "(오 시장과는) 부동산 시장 개혁을 위한 생각도 비슷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오 시장을 직접 만났나.
"그렇다."
- SH 사장에 지원하기 위해서 오 시장을 만난 것인가.
"당시에는 (지원할) 생각까지 하지 않았다. 나와 오 시장은 과거에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 서로 의견을 자주 주고 받는 사이였고… 지난 보궐선거 때에는 오 시장뿐 아니라 박영선 민주당 후보 등과도 만나 정책협의를 했었다. 오 시장 당선 이후에는 따로 만나지 않았지만, '오세훈의 서울을 3~4달정도 지켜보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오 시장과 7월 말쯤 전화로 서울시 부동산 정책에 의견을 나누다가, 이후 직접 만나게 됐다."
"오세훈 시장이 직접 SH 사장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
- 오 시장과 무슨 이야기를 나눴나.
"현 부동산 시장의 문제와 개혁방안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오 시장도 잘 알고 있는 것들이다. 이미 과거의 경험도 있고, 그 부분에 대해선 분명했다.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 서울시가 집값 안정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오 시장이) '그럼 직접 해보시는 게 어떻겠냐'고 하더라."
▲ 지난 2019년 12월 30일 유튜브 채널 오세훈TV에 출연해 오세훈 서울시장과 부동산 정책 관련 대담을 나누고 있는 김헌동 전 경실련 본부장. ⓒ 신상호
그의 말대로라면, 오 시장이 김 전 본부장에게 SH 공사 사장을 직접 제안한 것이다. 오 시장은 그동안 서울시와 SH 공사를 통해 저렴한 분양아파트를 공급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20년 12월 자신의 유튜브 <오세훈TV>에서도 김 전 본부장과 함께 출연해, "SH공사나 LH와 같은 공기업을 이용해서 최대한 분양원가를 내려서 시중 아파트 가격의 절반 가격에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아파트를) 공급하면 주변 시세에 영향을 미치고, 멀리 있는 아파트까지 파급효과가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었다.
김 전 본부장은 "오 시장은 이미 지난 2006년에 아파트 후분양, 분양원가 공개, 분양가상한제 등 이른바 '부동산 3종세트'를 동시 시행한 경험이 있고, 뒤늦게 노무현 정부도 이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같은 오세훈식 부동산 해법이 2008년 이후 부동산 시장 안정에 기여했다고 그는 평가했다.
- SH 사장이 되더라도 내년 5월 지방선거까지 제대로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을텐데.
"당연히 알고 있었다. 제대로 해보고 싶었다. 단기간이라도 SH 사장이 되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당장 서울 강남에서 공사가 진행 중인 후분양 아파트부터 토지는 놔두고, 건물만 분양하면 된다. 그러면 서울 강남에 30평 아파트를 3억원에 분양할 수 있다. 이런 아파트를 SH공사가 계속 공급해보라. 그러면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되는지를…."
"면접 때 답변하면서 이상하다는 느낌 들었다"
- 이번 면접 결과를 두고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 혹시 면접 때 분위기는 어땠나.
"사실 (면접) 당시에는 잘 몰랐다. 대신 지난 13일에 직접 공사를 찾아가 원서를 냈는데, 당일 오후에 일부 경제지에서 나의 지원 사실이 흘러 나왔다.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았던 사실이…. 그리고 면접 때까지 나를 둘러싼 음해성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처음에는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런데 면접 때 위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나.
"7명의 면접위원들이 앞으로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정책에 대한 질문은 거의 없었다. '그동안 내가 부동산 정책을 비판해 왔는데, LH 사태처럼 (SH 공사) 내부 직원들이 투기에 연루되면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묻길래, 당연히 법과 원칙에 따라 처벌하고 징계해야 한다고 했다. 당연하지 않나. 그러면 내가 직원들을 감싸줘야 한다고 말해야 하나?"
그는 또 면접 과정에서 경실련이 SH 공사와 아파트 분양원가 세부내역 공개를 두고 법적 다툼이 진행 중인 것에 대한 질문도 받았다고 했다. 김 전 본부장은 "이미 과거에 공개됐던 정보였고, 고 박원순 시장도 공개를 지시했던 것들이었다"면서 "그럼에도 SH 공사가 온갖 핑계를 대면서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경실련이) 문제를 삼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사장이 되면 정보 공개 여부에 대해 법적으로 잘 따져보고 판단하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김 전 본부장은 "면접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후보에 탈락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사장 후보에서 탈락했고, 전직 국토부 관료 등이 추천됐다.
- 사장 후보에 탈락했다는 연락을 받고 어떤 기분이 들었나.
"(쓴 웃음을 지으며) 탈락 소식도 언론 기사를 통해 먼저 알았다. 지원할 때부터 면접, 탈락 통보까지 SH 공사는 지원자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없었던 것 같다. 씁쓸하더라."
- 일부 언론보도를 보면 이번 SH사장 후보에 오 시장의 거부권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면접 결과 발표 이후 오 시장쪽으로부터 따로 연락을 받거나 이야기를 들은 것은 없나.
"(SH 면접 이후) 오 시장으로부터 연락을 따로 받은 적은 없다. 대신 서울시 관계자로부터 통상적인 전화를 받긴 했지만, 이번 면접 결과에 대한 이야기를 따로 들은 바는 없다. (거부권 여부에 대해서)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3기 신도시 공급으로 집값 안정? 정말 집값을 잡으려면..."
▲ 김헌동 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 ⓒ 이희훈
-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공급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미 3기 신도시에 대한 사전청약 이외 군포 등지에 또 신도시 건설을 발표했다.
"이미 경실련 등에선 집값 안정을 위해 여러 정책 대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듣는 시늉만 할 뿐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신도시 지을 때마다 말했던 것들이다. 3기 신도시에 사전 청약을 받으면서, 이제 민간건설사에게도 아파트 공급을 허용한다고 한다.
정부가 값싸게 아파트 지어서 공급하면 되지 않나. 3기 신도시에 땅 한평 없는 민간 건설사에 땅을 팔겠다는 것인가. 건설사들은 또 싼 땅을 개발해서, 바가지를 씌워 분양할 것이다. 결국 집값을 안 잡겠다는 것 밖에 안된다."
그는 지금과 같은 방식의 주택공급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단언했다. 그의 말이다.
"자, 보세요. 지난 2010년 우리나라 주택이 1700만 채였고, 집 가진 사람이 1250만명이었어요. 10년이 지나고 2020년 말에 주택은 2200만 채가 됐어요. 그런데 집 가진 사람은 1300만명이예요. 10년동안 주택은 500만채가 공급됐는데, 유주택자는 50만명 늘었다는 거예요. 결국 집을 가진 사람들이 계속 집을 사들이고 있다는 거예요. 그러니 아무리 공급을 해봐야, 무주택 문제가 해결이 안돼요."
- 금융권에선 주택담보대출부터 신용대출 등 각종 대출을 줄여나가고 있다.
"정책이 거꾸로 가고있다. 정말 집이 필요해서 사려는 1주택자나 청년들은 더 집을 사기 어렵게 됐다. 그런데 그동안 집을 3채 이상 가지고 있는 다주택자에게는 집값의 80%까지 대출해줬다. LH 직원들이 투기성 논밭을 사든지, 임대업자나, 연예인들이 법인 끼고 건물을 사들이면 80%까지 대출해줬다."
김 전 본부장은 "집값은 계속 오르고, 대출은 집 가진 사람에게만 하는데 시장에 부동산이 나오겠는가"라며 "정부가 나서서 금융권에 3주택 이상 다주택자에게 나간 대출을 회수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년 또는 2년 정도의 유예기간을 두고 다주택자 대출 회수에 나서면, 지금과 같은 의미 없는 아파트 공급이 아니더라도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전 본부장은 이제 백수가 됐다고 했다. SH 공사 사장 후보에 지원하면서 그동안 몸담아왔던 경실련의 주택본부장도 사직했다. 그에게 내년 대선은 중요하다. 그의 말대로 부동산시장 개혁을 위한 골든타임이기 때문이다. 그 역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비롯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까지 여야를 넘나들며, 부동산 관련 정책 자문을 하기도 했다.
"지금 국민에게는 희망이 필요하잖아요. 특히 코로나19가 2년 가까이 진행되면서 국민들은 더욱 힘들고… 과거 진보와 보수정권 20여 년 동안 우리는 대통령을 뽑을 때는 기대를 크게 하다가 5년 내내 후회를 했던 것 같아요. 특히 부동산으로 인한 불로소득이 더 심화되면서, 결국 불평등·부정의·불공정으로 나타났고, 그 피해는 소득과 기회의 격차로 이어지면서 일반 국민들만 피해를 입고 있죠. 이것을 해결해주는 사람이 나와야죠. 아직까지는 (그와 같은 사람이) 잘 보이지 않아서 걱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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