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건 아프간 여성들의 시위 "교육받게 해 달라"
"여성들 자리는 없다"는 탈레반 간부 발언에 항의... "교육과 직업 참여는 권리"
▲ 아프가니스탄에서 열린 여성 인권 시위를 보도하는 AFP통신 갈무리. ⓒ AFP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새롭게 정권을 잡은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에 여성 인권 보장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AFP,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2일(현지시각) 아프간 서부 도시 헤라트에서 50여 명 여성이 교육받고 일할 권리를 비롯해 참정권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최근 미국이 철수하자 아프간 정권을 탈환한 탈레반은, 미국에 의해 축출되기 전까지 극단적인 이슬람 율법을 내세워 여성 인권을 억압해왔다(관련 기사: "제발 아프간에 등 돌리지 마세요"... 한 여성 감독의 편지).
여성의 교육·노동 억제한 탈레반... "딸들이 학교에 갈 수만 있다면"
▲ 탈레반은 여성의 교육과 노동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사진은 2018년 10월 아프가니스탄 서부 헤라트 시에서 국회의원 투표를 위해 여성들이 줄 서 있는 모습. ⓒ 연합뉴스
AFP통신은 "탈레반은 첫 집권기에 탈레반은 여성의 교육과 노동을 인정하지 않았고, 온몸을 가리는 부르카를 의무화했으며, 심지어 여성은 남성과 동반하지 않고는 집 밖을 나설 수도 없었다"라며 "당연히 이런 거리 시위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시위에 참여한 한 여성은 "우리의 딸들이 학교에 갈 수 있다면 기꺼이 부르카(이슬람 여성 전통 의상)를 입겠다"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시위 주최자인 여성 운동가 바시라 타헤리는 "탈레반은 새 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여성의 참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라며 "우리는 정부의 일원이 되기를 원한다"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여성 없이는 어떤 정부도 이뤄질 수 없으며, 탈레반이 우리와 새 정부 구성을 협의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탈레반 고위 간부인 이나야툴하크 야시니 카타르 주재 탈레반 사무소 부소장은 전날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여성이 일할 권리를 보장하겠다면서도, 정부에 참여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아프간 정부 공무원의 절반가량이 여성들로 채워져 있었으며, 그들은 일터로 돌아와야 한다"라며 "다만, 곧 출범할 새 정부의 고위직이나 내각에는 여성의 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성 시위대는 "우리의 요구가 충족될 때까지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며 "두려워하지 않고 단결할 것이며, 이 시위는 아프간 전역으로 확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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