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공작설'이 공작같이 느껴지는 이유
[하성태의 인사이드아웃] 가짜수산업자 사기 사건 당시 이동훈의 '공작설'과 기시감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에서 열린 한국교회 대표연합기관 및 평신도단체와 간담회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지난해 11월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주도한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와 수사지휘권 발동 사유가 재조명 받고 있다. '김건희 인터뷰'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인터넷 언론 <뉴스버스>가 2일 보도한 윤석열 검찰의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하는 중이다(관련 기사 모음 : 윤석열 검찰 '고발 사주 의혹' 파문).
당시 추 장관이 논거로 든 의혹들은 아래와 같다.
① 라임자산운용 사건 관련 검사, 정치인들의 비위 및 사건 은폐, 짜맞추기 수사 의혹 사건
② ㈜코바나 관련 협찬금 명목의 금품수수 사건
③ 도이치모터스 관련 주가조작 및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매매 특혜 의혹 사건
④ 요양병원 운영 관련 불법 의료기관개설, 요양급여비 편취 사건과 관련 불입건 등 사건 무마 의혹 및 기타 투자 관련 고소사건
⑤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수수사건 및 관련 압수수색영장 기각과 불기소 등 사건 무마 의혹
1번과 5번 사건은 윤 전 총장 본인과 관련된 의혹이고 2, 3번과 4번 사건은 각각 윤 전 총장 아내 김건희씨와 장모 최은순씨와 관련이 있는 사건들이다.
1년여가 지난 지금 해당 사건들의 결과는 어떤가. 우선 장모 최씨는 요양병원 관련 사건으로 1심에서 3년 형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다. 그는 '사문서위조·위조문서행사' 혐의, 즉 '통장 잔고증명서 위조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고, 이른바 '추모공원 경영권 편취 의혹'으로도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김건희씨 사건 수사 또한 속도가 붙고 있다. <한국일보> 8월 30일 보도에 따르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가 9월 중으로 김씨를 소환조사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김씨 관련 코바나 협찬금 금품수수 사건 역시 현재 같은 반부패강력수사2부가 수사 중이다.
윤 전 총장 관련 의혹의 경우, 우선 '라임 부실수사 의혹'은 현재 사건이 공수처에서 대검으로 넘어간 상태다. 지난 2월 한 시민단체가 공수처에 윤 전 총장을 포함해 전·현직 검사 12명을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고발했으나 지난 7월 공수처는 검토를 거쳐 사건을 대검으로 단순 이첩했다. 최근 <뉴스타파>가 '윤우진 녹취록'을 보도,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윤 전 용산세무서장 관련 사건도 서울중앙지검이 2년째 수사 중이다.
앞서 언급한 사건 모두 국민의힘 유력 대선주자인 윤 전 총장의 '아킬레스건'이란 평가를 받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 장모 최씨의 경우, 윤 전 총장이 출마 선언을 한 지 사흘 만인 지난 7월 2일 법정 구속돼 윤 전 총장의 지지율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아내 김씨 관련 의혹 또한 후속 보도가 이어지며 검찰이 수사를 피할 수 없게 재촉했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실제 아킬레스건은 윤 전 총장 본인이 연루된 사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런 와중에 고발장이라는 구체적인 물증이 포함된 '고발 사주 의혹' 보도는 추미애 전 장관의 수사지휘 사건 및 징계를 둘러싼 윤 전 총장의 직권남용 등 기존에 제기된 의혹에 설득력을 더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가짜수산업자 사건 당시 제기했던 '공작설'은 지금 어디로 갔나
▲ 안민석, 박주민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 열린캠프 소속 의원들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검찰의 정치공작 의혹'에 대한 열린캠프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윤 캠프 합류 열흘만에 일신상의 이유로 사퇴한 뒤 '가짜수산업자' 김아무개씨에게 접대 및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를 받은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7월 13일 경찰 조사를 받고 나오면서 여권발 '정치공작설'을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두 달여가 다 돼가는 지금까지 이 전 위원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당시 윤 전 총장은 언론 인터뷰(7월 14일 JTBC <뉴스룸>)에서 해당 사건을 아예 인지하지 못했음을 전제한 뒤 "저에 대한 이런 공격들이 다양한 방면으로 들어올 것으로 예상은 했습니다만 이런 수사를 악용해서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저도 놀라웠습니다"라며 이 전 위원이 제기한 정치공작설을 일정정도 긍정한 바 있다.
<뉴스버스>의 의혹보도 직후 이어진 여권발 공세에 대한 윤 전 총장 측 대응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3일 CBS라디오에 출연한 윤석열 캠프 김경진 대외협력특보는 "일단 윤 후보는 몰랐습니다"라면서 의혹 자체를 부인했다. 이어 그는 "악착같이 조국 장관 일가가 무죄라고 주장했던, 또 윤 후보가 문제가 많은 후보라고 주장하는 세력들이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겠죠"라며 공작설을 제기했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윤 전 총장 또한 해당 의혹을 전면 부인한 뒤 채널A 사건을 거론하며 역시나 같은 해명을 반복했다.
"지난해 채널A 사건을 보라. 총선 앞두고 그렇게 정치 검언유착이라고 하더니, 1년 넘게 재판해 드러난 게 뭔가. 대체 뭘 하자는 것인지, 저도 이런 것을 한두 번 겪은 게 아니기 때문에 상식 있는 국민께서 잘 판단하길 바란다." (관련 기사 : [고발 사주 의혹] 입 연 윤석열 "내가 고발 사주? 증거를 대라" http://omn.kr/1v2o2)
과연 국민들 눈높이에 부합하는 해명일까. 이를 윤 전 총장과 경쟁 중인 당 내 다른 대선주자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 당장 검찰 출신 홍준표 의원은 2일 울산 지역 간담회에서 "(검찰) 총장의 양해 없이 (청부고발이) 가능했겠냐"며 "또 총장이 양해 안 했다고 하면 그건 좀 어불성설이다. 양해했으면 그건 검찰총장으로서 아주 중차대한 잘못한 것"이라며 윤 전 총장 본인이 직접 해명할 것을 충고하기도 했다.
<뉴스버스> 이진동 기자는 2일과 3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 확보한 물적 증거를 바탕으로 후속보도를 이어갈 것임을 예고했다. "본인이 직접 해명하라"는 홍 의원의 충고 또한 해당 의혹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을 경우 향후 대선경선 과정에서 문제가 될 것임을 시사한다. 아울러 사건 당사자격인 MBC는 물론 추 전 장관을 비롯한 여권 대선주자들까지 공세를 퍼붓는 중이다. 윤 전 총장이 '공작설' 등 일회성 변명으로 면피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란 얘기다.
학습효과
무엇보다 이른바 범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국민들의 학습이 축적돼 왔다. 당장 채널A 검언유착 사건 또한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폰에 대한 수사가 미진했다는 지적이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고발 사주' 의혹에도 등장하는 한 검사장의 휴대폰을 지금이라도 재수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진위와는 별개로 검찰 출신 김웅 의원이 운운한 '공익제보' 주장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조 전 장관 딸 학생부 입수,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 제보,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 수사관의 청와대 사찰 의혹 제보 등 현 정부 들어 검찰과 관련된 사건들은 왜 모두 '공익제보'라는 외피를 쓰고 있을까.
▲ 국민의힘 법사위원 권성동(왼쪽부터), 윤한홍, 전주혜 의원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검찰 고발 사주 의혹 관련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다시 지난해 징계 건으로 돌아가 보자. 윤 전 총장과 그 일가족에 제기된 의혹들은 대부분 검찰권 남용 및 직권남용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추 전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사건들 대부분은 재판 등을 통해 실체가 구체화되는 중이다.
금번 고발 사주 의혹은 이를 뛰어넘어 정치검찰과 현직 검찰총장이 총선에 개입하려고 했던 정황이 드러난, 민주주의 파괴 행위에 다름 아니다. 윤 전 총장이 공작설로 역대응하며 시치미를 뗄 상황이 아니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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