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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속 완화된 거리두기... 베트남 총리, 왜 마음 바꿨을까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베트남 경제지표 악화가 주 원인인 듯

등록|2021.09.03 17:46 수정|2021.09.03 17:46

▲ 베트남 국기인 금성홍기. ⓒ 위키백과(퍼블릭 도메인)


베트남 팜민찐(Pham Minh Chinh) 총리는 지난 8월 29일 오전에 20개 시와 지방성 대표들과의 온라인 회의를 통하여 "코로나 바이러스를 통제하지 못하는 지역에 대해서는 원인과 책임을 명확하게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향후 각 지역별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과 대처 정도에 따라 각 지역 인민위원장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의미를 강하게 비췄습니다. 

이와 같은 회의 내용이 전해진 이후, 하노이시는 오는 6일에 종료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연장한다고 발표했으며, 호치민시 역시 오는 6일 종료 예정인 주야간 통행금지 기간이 연장될 수 있다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봉쇄를 영원히 유지할 순 없다" 

하지만, 베트남 독립기념일을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1일(수) 보건학자 약 70명이 참석한 실무진 회의 석상에서 "국민과 나라 경제의 어려움이 커지는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봉쇄를 영원히 유지할 수 없다"면서 기존의 입장에서 변화된 의견을 밝혔습니다.

또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코로나 바이러스를 물리쳐야 한다"고 발언하면서도 "정부의 목표는 코로나 확산을 막고, 질병에 안전하게 적응하는 방법을 찾고, 사망률을 낮추는 것"이라고 의견을 밝힘에 따라 사실상 현재의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리를 단계적으로 완화한다는 의견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8월 29일에서 9월 1일까지 3일만에 변화된 베트남 총리의 입장에 가장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은 29일 회의 이후 발표된 8월 베트남 경제지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8월 경제지표는 베트남이 2006년 12월 WTO에 가입한 이후 가장 최악의 경제 성적표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는 올해 경제지표들은 지난 해 코로나 바이러스 발병 직후의 부진한 경제지표와 비교하여 발표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눈높이를 낮추고 바라봐야 하는 기저효과(Base effect)가 있었다는 점에서 초라한 성적표의 수준은 더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 코로나 백신(자료사진) ⓒ 신영근


무엇이 베트남 총리 마음을 바꾸게 했나 

7월부터 시작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소매판매(Retail Sales)의 부진은 예상되었습니다. 특히 8월부터 9월까지 이어진 남부 호치민시의 락다운까지 더해지면서 소매판매의 기대감은 한참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발표된 수치는 예상을 밑돌았습니다.
   
8월 지표는 전월과 비교해서 10.5% 하락했고, 전년대비로도 33.7% 급락하는 수치였습니다. 이와 같은 소매판매 수치는 2002년 베트남 정부가 경제지표를 발표하기 시작한 이후 최악의 수준이기 때문에, 아마도 1986년 베트남 도이머이(Doi Moi) 개혁정책 이후로 보더라도 가장 낮을 수치로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 충격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경제 성적표는 산업생산(Industrial Production)이었습니다. 베트남 현지 언론(Vnexpress)에 따르면, 이번 코로나 4차 대 확산으로 하노이시에 위치한 제조업에 중 약 70%가 운영을 중단한 상태이며, 베트남 북부 하노이 부근의 삼성전자 모바일 공장과 남부 호치민시에 위치한 가전제품 공장 역시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인하여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입니다. 뿐만 아니라 베트남 로컬 수출 주력품목이었던 새우와 짜피쉬(Tra Fish) 등 수산물 기업들의 약 50%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입니다.

이와 같은 현상을 반영하여 산업생산 지표는 7월보다 4.24% 하락하고, 지난 해보다 7.4% 부진한 수치를 기록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무역수지는 5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여 연초 이후 39.2억 달러 누적 무역수지 적자를 보이고 있습니다. 베트남 월별 무역수지가 5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11년 경제위기 이후 처음이며, 이대로 가다간 4년 만에 다시 연간 기준으로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게 됩니다. 국가 경제를 책임지고 올해 4월에 취임한 총리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일 것입니다.
    
노동집약형 산업구조를 근간으로 경제를 부흥시키고 있던 베트남은 이번 4차 재 확산으로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제품 조립기지를 이전할 예정에 있었던 글로벌 IT 기업들이 생산기지 이전을 연기하거나 취소하였고, 의류와 신발의 주문 역시 베트남에서 다른 국가로 변경되는 모습을 지켜만 보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경제 지표로 인한 고통은 더욱 컸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변 국가인 태국과 인도네시아가 봉쇄조치를 조금씩 완화하는 모습을 보임에 따라 베트남 정부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9월 3일(금) 하노이시 인민위원회는 9월 6일(월) 이후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기존보다 조금 완화하는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기존과 같이 전 지역을 동일하게 적용하지 않고 위험 수준과 지리적 특성에 따라서 3개 구역으로 구분하여 사회적 거리두기를 달리 적용할 예정입니다.

호치민시는 다음 주 월요일(6일)까지 락다운이 진행 예정입니다. 그리고 전일(9/2일) 기준 호치민 확진자수는 5,963명으로 지난 최고치(7/27일, 6,318명)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으며, 사망자수는 아직도 비슷한 수준인 271명을 기록하였습니다.

지난 달 24일 새롭게 임명된 신임 Phan Van Mai 호치민인민위원장은 이번 총리의 발언과 경제지표를 어떻게 받아들였을까요? 신임 인민위원장은 과감하게 경제를 선택할지, 아니면 확실한 감소세를 확인하고 개방하는 안전을 선택할지 궁금해지는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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