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언론의 소수정당 활용법
[부산 지역언론 톺아보기] 언론중재법 반대 근거로 적극 인용, 지역권력 감시 행보는 외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두 후보 중 한 명을 뽑는 선거인가요?" 소수정당 홀대는 반복해서 지적되지만 바뀌지 않는 대표적인 선거 보도의 폐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선거시기이기에 그나마 소수정당에 지면이 할애되기도 한다. 일상적인 정치 이슈 속에서 소수정당의 목소리는 더욱더 쉽게 사라지거나, 거대 양당의 입장에 대한 반응 중 하나로 소개되기 때문이다.
정치 이슈에서 지역언론은 정당의 목소리를 얼마나 균형 있게 전달하고 있을까? 이번 8월 임시국회에서 가장 이슈가 됐던 '언론중재법'과 '종합부동산세법' 관련 뉴스에서 지역언론이 어떤 정당의 입장을 취사선택해 보도했는지 살펴봤다. 그리고 지역 정치 뉴스가 특정 정당 대권 주자들의 행보 소식으로만 채워지고 있는 가운데, 소수정당의 지역 권력 감시활동에 대한 보도도 살펴봤다.
정의당 반대 입장 취사선택한 지역신문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제공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 프로그램 '빅카인즈'에서 8월 한 달을 기간으로 설정해, 국제신문과 부산일보의 '언론중재법', '종합부동산세법' 관련 보도에서 정의당을 언급한 기사들을 살펴봤다.
8월 임시회의 뜨거운 감자였던 언론중재법에 대한 높은 관심은 지역신문 기사 건수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부산일보는 총 50건의 관련 기사를 냈고 이 중에는 사설 3건과 6건의 칼럼이 포함됐다. 국제신문은 17건의 관련 기사 중 사설 2건, 칼럼 1건이 있었다. 두 신문사 모두 종합부동산세법과 비교했을 때, 언론중재법 관련 기사 건수가 4~5배 높았다.
언론중재법과 종합부동산세법에 대한 세간의 관심 크기는 달랐지만, 정의당이 두 법안 모두에 대해 반대 입장을 견지했다는 점은 동일하다. 하지만 지역언론은 정의당의 반대 입장을 언론중재법 관련 기사에선 부각했고, 종합부동산세법 관련 기사에선 축약했다.
먼저, 언론중재법 기사에서 정의당 활용법이다. 부산일보는 50건의 기사 중 14건의 기사에서 정의당을 등장시켰다. 대개 "민주당의 개정안 강행처리 방침에 범진보 정당인 정의당도 반대하고 있다"(8/13)와 같이 진보 진영 내 의견 대립, 분열을 강조하는 모양새였는데, '정의당도', '정의당마저', '오죽하면 정의당조차'와 같은 표현을 통해 정의당을 진보적 가치의 최전방에 위치시키며 해당 사안의 반대 근거로 삼았다.
정의당의 이러한 진보적 가치는 종합부동산세법을 언급하는 부분에선 강조되지 않았다. 언론중재법과 종합부동산세법을 연달아 언급한 기사 <여당 한발 물러섰지만…독소저항 협의 여전히 험로>(부산일보, 9/1)에서 정의당 장혜영 의원의 언론중재법 반대 발언은 직접 인용으로 전했고,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반대 발언을 전하지 않으면서 여야가 '모처럼 밀린 숙제'를 했다고 전달했다.
그래서 위의 '표1' 종합부동산세법 부분에서 부산일보 기사 9건 중 정의당이 4번 등장해, 종합부동산세 사안에서 정의당 인용 비중이 언론중재법 인용 비중과 비슷하다고 착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한 건의 기사에서 종합부동산세와 정의당이 동시에 등장한 경우에,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정의당의 입장을 전달한 경우는 2건에 불과했다.
정의당의 입장이 언론중재법에선 강조되고 종합부동산세법에선 축소되거나 사라진 이유는 두 법안에 대한 지역신문의 입장이 달랐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역신문은 종합부동산세법과 관련해 언론중재법만큼의 관심을 보이지 않았을뿐더러, 종합부동산세법에 대해선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지도 않았다.
결과적으로 지역신문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정의당의 '반대 입장'을 활용했다고 할 수 있다. 언론중재법 관련 기사에서는 정의당의 '진보적 입지'를 적극적으로 강조하고, 종합부동산세법안 관련 기사에서는 정의당의 목소리를 축소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여론을 만들었다.
이주환 의원 사퇴 요구한 진보당, 지역언론 보도 '0건'
8월 23일 국민권익위원회는 국민의힘 의원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진행한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구체적인 의원 명단은 다음날 확인할 수 있었는데, 12명 중에는 지역언론에서도 여러 차례 보도해온 부동산 특혜 의혹 당사자인 이주환 연제구 의원과 지역언론사 사장 출신 국회의원, 안병길 서·동구 의원의 이름도 있었다.
이미 수영구 전봉민 의원에 대한 토착 비리 의혹이 불거진 터라, 지역구 국회의원의 부동산 특혜 의혹에 지역민의 관심이 모아졌지만, 지역언론 차원에서의 검증 보도는 전무했다. 23일 국민권익위 발표 이후 국민의힘 의원의 부동산 특혜 의혹을 전한 지역언론의 보도 목록은 아래 '표2'와 같다.
KBS부산은 25일 단신 기사가 처음이자 마지막 보도였는데, 부산지역 국회의원인 이주환과 안병길에 대한 당 차원의 조치만을 전달했다. 안병길 의원에 대해선 소명이 받아들여졌다고만 전해, 어떤 의혹이었고 이 의혹이 어떻게 소명됐는지 등에 대해선 전혀 정보가 없었다.
부산MBC도 단신 기사 한 건이 전부였다. 의원 본인뿐 아니라 가족까지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를 두고, '본인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의혹이 소명됐다'는 안병길 의원에 대한 당 차원의 판단을 그대로 전달했고, 탈당을 권유받은 이주환 의원에 대해선 "불법 행위가 없었다"라는 입장을 인용했다. 단신 기사에 의혹 제기와 소명, 반박까지 담은 셈인데, 단 한 건의 기사로 이 모든 내용이 충분히 담겼는지 의문이다.
KNN은 방송 3사 중 유일한 리포트로, 부산·경남지역 국회의원의 부동산 특혜 의혹을 전달했다. 토지보상법 위반(강기윤), 농지법 위반(이주환), 부동산 명의신탁(안병길)과 같이 각 의원에 해당하는 의혹을 전하고 이에 대한 의원의 입장을 담았다.
국제신문은 국민의힘의 부동산 특혜 의혹을 두고 '부동산 태풍'이 국민의힘 부산·경남 정치권을 강타하면서 내년 지방선거 구도도 급변할 것이라 전망했다. 현직 국회의원의 부동산 특혜 투기 의혹을 보도하면서도 가장 먼저 앞세워진 것이 내년 지방선거 구도였다는 점에서 지역민의 알권리를 외면한 기사였다.
25일 3면 기사에서도 "이주환(부산 연제) 의원이 당적을 잃게 되면 21대 총선에서 15명이던 부산 국민의힘 의석 수는 13석으로 줄게 돼 전력은 약화할 수밖에 없다."고 서술하면서 내년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대혼란을 예상했다.
부산일보는 이주환, 강기윤, 안병길 의원의 의혹과 함께 이들의 반박 입장을 비교적 자세히 전달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반박 입장에 대한 재반박이나 추가 취재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진보당은 25일 이주환 국회의원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를 요구했지만, 이를 보도한 지역언론은 단 한 곳도 없었다.
한편 안병길 의원의 의혹에 대한 후속보도는 경향신문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부동산 명의신탁' 의혹 안병길 의원 처남 "동생 돈 2~3억 들어갔다">, 9/2).
대권주자 행보 보도에 묻힌 진보당 지역권력 감시 보도
진보당 부산시당은 8월 23일,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 아파트 882세대를 전수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882세대 중 다주택자는 186세대에 달하고 이들의 평균 시세차익은 15억여 원이라 밝혔다. 또 무엇보다 다주택자 중 95명이 다른 지역에 부동산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이 소식은 KBS부산, KNN, 부산일보만 전했다. KNN은 단신으로, 부산일보는 10면 하단에 배치했다. KBS부산은 23일 <평균 시세차익 16억 원…엘시티 보유 전수조사>에서 진보당 부산시당의 조사 결과를 그래픽과 진보당 인터뷰를 통해 충실히 전달했다.
지난 8월 4일 부산경찰청 반부패 경제 범죄수사대의 엘시티 특혜분양 관련 수사 결과 발표를 주요면에 배치해 '실체없었다'라는 적극 해석까지 내놓은 지역언론이지만, 진보당의 이번 엘시티 등기부등본 전수조사 결과에 대한 관심은 미미했다. 부산시민의 공간에 들어선 마천루가 타지역 사람들의 투기 대상이 된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지역언론 마저 외면해선 안 될 것이다.
이외에도 진보당은 8월 25일 남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순세계잉여금 활용 방안에 대한 주민투표를 시작한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지역언론은 보도하지 않았다. 국제신문은 25일 온라인 기사 <"남은 예산, 주민 요구대로 쓰자" 순세계잉여금 주민 직접 목소리 낸다>가 유일했고, 부산일보는 <거꾸로 가는 풀뿌리 민주주의…부산 '주민참여예산' 매년 싹둑싹둑>(8/3, 3면)을 통해 진보당 부산시당의 최근 3년간 부산 16개 구·군 주민참여예산 분석 보고서 내용을 전달했다.
지역언론조차 주목하지 않았던 지역구 국회의원의 부동산 특혜 의혹을 지역사회에서 공론화하고 사퇴 기자회견까지 한 진보당에 주목한 언론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진보당의 지역권력 감시 소식은 보도되지 않거나 보도되더라도 단신으로, 10면 하단에 배치되는 동안 정치면은 거대양당 대권주자의 행보로 채워졌다. 소수정당의 목소리를 함부로 지우거나 언론사의 입맛에 맞게 활용하는 것에 대한 경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치 이슈에서 지역언론은 정당의 목소리를 얼마나 균형 있게 전달하고 있을까? 이번 8월 임시국회에서 가장 이슈가 됐던 '언론중재법'과 '종합부동산세법' 관련 뉴스에서 지역언론이 어떤 정당의 입장을 취사선택해 보도했는지 살펴봤다. 그리고 지역 정치 뉴스가 특정 정당 대권 주자들의 행보 소식으로만 채워지고 있는 가운데, 소수정당의 지역 권력 감시활동에 대한 보도도 살펴봤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제공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 프로그램 '빅카인즈'에서 8월 한 달을 기간으로 설정해, 국제신문과 부산일보의 '언론중재법', '종합부동산세법' 관련 보도에서 정의당을 언급한 기사들을 살펴봤다.
▲ <표 1> 언론중재법과 종합부동산세법에서 각 정당 언급한 건수(빅카인즈, 8/1~8/31, 국제신문, 부산일보) *법안, 정당 중복집계 ⓒ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8월 임시회의 뜨거운 감자였던 언론중재법에 대한 높은 관심은 지역신문 기사 건수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부산일보는 총 50건의 관련 기사를 냈고 이 중에는 사설 3건과 6건의 칼럼이 포함됐다. 국제신문은 17건의 관련 기사 중 사설 2건, 칼럼 1건이 있었다. 두 신문사 모두 종합부동산세법과 비교했을 때, 언론중재법 관련 기사 건수가 4~5배 높았다.
언론중재법과 종합부동산세법에 대한 세간의 관심 크기는 달랐지만, 정의당이 두 법안 모두에 대해 반대 입장을 견지했다는 점은 동일하다. 하지만 지역언론은 정의당의 반대 입장을 언론중재법 관련 기사에선 부각했고, 종합부동산세법 관련 기사에선 축약했다.
먼저, 언론중재법 기사에서 정의당 활용법이다. 부산일보는 50건의 기사 중 14건의 기사에서 정의당을 등장시켰다. 대개 "민주당의 개정안 강행처리 방침에 범진보 정당인 정의당도 반대하고 있다"(8/13)와 같이 진보 진영 내 의견 대립, 분열을 강조하는 모양새였는데, '정의당도', '정의당마저', '오죽하면 정의당조차'와 같은 표현을 통해 정의당을 진보적 가치의 최전방에 위치시키며 해당 사안의 반대 근거로 삼았다.
이러니 민주당과 함께 진보 진영으로 분류되는 정의당마저 "헌법에 보장된 표현 및 언론자유를 제한할 우려가 크다"며 언론중재법 개정에 반대하고 나선 게 아닌가.
- 국제신문, 8/13, [사설] '언론 자유 제한' 우려에도 언론중재법 강행하는 여당
범진보 정당인 정의당도 이날 '8월 임시국회 악법 처리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입법 독주를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 부산일보, 8/31, <상정이냐 숙의냐…여야 극한 대치 속 막판 협상 또 불발>
정의당의 이러한 진보적 가치는 종합부동산세법을 언급하는 부분에선 강조되지 않았다. 언론중재법과 종합부동산세법을 연달아 언급한 기사 <여당 한발 물러섰지만…독소저항 협의 여전히 험로>(부산일보, 9/1)에서 정의당 장혜영 의원의 언론중재법 반대 발언은 직접 인용으로 전했고,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반대 발언을 전하지 않으면서 여야가 '모처럼 밀린 숙제'를 했다고 전달했다.
그래서 위의 '표1' 종합부동산세법 부분에서 부산일보 기사 9건 중 정의당이 4번 등장해, 종합부동산세 사안에서 정의당 인용 비중이 언론중재법 인용 비중과 비슷하다고 착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한 건의 기사에서 종합부동산세와 정의당이 동시에 등장한 경우에,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정의당의 입장을 전달한 경우는 2건에 불과했다.
▲ 부산일보, 9/1, 5면 ⓒ 부산일보
정의당의 입장이 언론중재법에선 강조되고 종합부동산세법에선 축소되거나 사라진 이유는 두 법안에 대한 지역신문의 입장이 달랐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역신문은 종합부동산세법과 관련해 언론중재법만큼의 관심을 보이지 않았을뿐더러, 종합부동산세법에 대해선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지도 않았다.
결과적으로 지역신문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정의당의 '반대 입장'을 활용했다고 할 수 있다. 언론중재법 관련 기사에서는 정의당의 '진보적 입지'를 적극적으로 강조하고, 종합부동산세법안 관련 기사에서는 정의당의 목소리를 축소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여론을 만들었다.
이주환 의원 사퇴 요구한 진보당, 지역언론 보도 '0건'
8월 23일 국민권익위원회는 국민의힘 의원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진행한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구체적인 의원 명단은 다음날 확인할 수 있었는데, 12명 중에는 지역언론에서도 여러 차례 보도해온 부동산 특혜 의혹 당사자인 이주환 연제구 의원과 지역언론사 사장 출신 국회의원, 안병길 서·동구 의원의 이름도 있었다.
이미 수영구 전봉민 의원에 대한 토착 비리 의혹이 불거진 터라, 지역구 국회의원의 부동산 특혜 의혹에 지역민의 관심이 모아졌지만, 지역언론 차원에서의 검증 보도는 전무했다. 23일 국민권익위 발표 이후 국민의힘 의원의 부동산 특혜 의혹을 전한 지역언론의 보도 목록은 아래 '표2'와 같다.
▲ <표 2> 국민의힘 부동산 특혜 의혹 보도 목록 ⓒ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KBS부산은 25일 단신 기사가 처음이자 마지막 보도였는데, 부산지역 국회의원인 이주환과 안병길에 대한 당 차원의 조치만을 전달했다. 안병길 의원에 대해선 소명이 받아들여졌다고만 전해, 어떤 의혹이었고 이 의혹이 어떻게 소명됐는지 등에 대해선 전혀 정보가 없었다.
부산MBC도 단신 기사 한 건이 전부였다. 의원 본인뿐 아니라 가족까지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를 두고, '본인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의혹이 소명됐다'는 안병길 의원에 대한 당 차원의 판단을 그대로 전달했고, 탈당을 권유받은 이주환 의원에 대해선 "불법 행위가 없었다"라는 입장을 인용했다. 단신 기사에 의혹 제기와 소명, 반박까지 담은 셈인데, 단 한 건의 기사로 이 모든 내용이 충분히 담겼는지 의문이다.
KNN은 방송 3사 중 유일한 리포트로, 부산·경남지역 국회의원의 부동산 특혜 의혹을 전달했다. 토지보상법 위반(강기윤), 농지법 위반(이주환), 부동산 명의신탁(안병길)과 같이 각 의원에 해당하는 의혹을 전하고 이에 대한 의원의 입장을 담았다.
국제신문은 국민의힘의 부동산 특혜 의혹을 두고 '부동산 태풍'이 국민의힘 부산·경남 정치권을 강타하면서 내년 지방선거 구도도 급변할 것이라 전망했다. 현직 국회의원의 부동산 특혜 투기 의혹을 보도하면서도 가장 먼저 앞세워진 것이 내년 지방선거 구도였다는 점에서 지역민의 알권리를 외면한 기사였다.
25일 3면 기사에서도 "이주환(부산 연제) 의원이 당적을 잃게 되면 21대 총선에서 15명이던 부산 국민의힘 의석 수는 13석으로 줄게 돼 전력은 약화할 수밖에 없다."고 서술하면서 내년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대혼란을 예상했다.
부산일보는 이주환, 강기윤, 안병길 의원의 의혹과 함께 이들의 반박 입장을 비교적 자세히 전달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반박 입장에 대한 재반박이나 추가 취재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진보당은 25일 이주환 국회의원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를 요구했지만, 이를 보도한 지역언론은 단 한 곳도 없었다.
한편 안병길 의원의 의혹에 대한 후속보도는 경향신문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부동산 명의신탁' 의혹 안병길 의원 처남 "동생 돈 2~3억 들어갔다">, 9/2).
대권주자 행보 보도에 묻힌 진보당 지역권력 감시 보도
진보당 부산시당은 8월 23일,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 아파트 882세대를 전수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882세대 중 다주택자는 186세대에 달하고 이들의 평균 시세차익은 15억여 원이라 밝혔다. 또 무엇보다 다주택자 중 95명이 다른 지역에 부동산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이 소식은 KBS부산, KNN, 부산일보만 전했다. KNN은 단신으로, 부산일보는 10면 하단에 배치했다. KBS부산은 23일 <평균 시세차익 16억 원…엘시티 보유 전수조사>에서 진보당 부산시당의 조사 결과를 그래픽과 진보당 인터뷰를 통해 충실히 전달했다.
▲ KBS부산, 8월 23일 <평균 시세차익 16억 원…엘시티 보유 전수조사> 보도화면 갈무리 ⓒ KBS부산
지난 8월 4일 부산경찰청 반부패 경제 범죄수사대의 엘시티 특혜분양 관련 수사 결과 발표를 주요면에 배치해 '실체없었다'라는 적극 해석까지 내놓은 지역언론이지만, 진보당의 이번 엘시티 등기부등본 전수조사 결과에 대한 관심은 미미했다. 부산시민의 공간에 들어선 마천루가 타지역 사람들의 투기 대상이 된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지역언론 마저 외면해선 안 될 것이다.
이외에도 진보당은 8월 25일 남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순세계잉여금 활용 방안에 대한 주민투표를 시작한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지역언론은 보도하지 않았다. 국제신문은 25일 온라인 기사 <"남은 예산, 주민 요구대로 쓰자" 순세계잉여금 주민 직접 목소리 낸다>가 유일했고, 부산일보는 <거꾸로 가는 풀뿌리 민주주의…부산 '주민참여예산' 매년 싹둑싹둑>(8/3, 3면)을 통해 진보당 부산시당의 최근 3년간 부산 16개 구·군 주민참여예산 분석 보고서 내용을 전달했다.
지역언론조차 주목하지 않았던 지역구 국회의원의 부동산 특혜 의혹을 지역사회에서 공론화하고 사퇴 기자회견까지 한 진보당에 주목한 언론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진보당의 지역권력 감시 소식은 보도되지 않거나 보도되더라도 단신으로, 10면 하단에 배치되는 동안 정치면은 거대양당 대권주자의 행보로 채워졌다. 소수정당의 목소리를 함부로 지우거나 언론사의 입맛에 맞게 활용하는 것에 대한 경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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