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더비 부산과 요즈마 펀드로 드러난 업무협약 보도 문제
[부산 지역언론 톺아보기] 대규모 투자유치 협약, 확인없이 오류까지 그대로 부각
▲ KNN, 8월 23일 보도화면 캡처 ⓒ KNN
지난달 23일, 부산시는 (주)코리아소더비국제부동산, 소더비부산(주)과 '소더비부산'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소더비 부산'이 기장 오시리아관광단지에 테마파크를 조성하고 외자 유치 등으로 1조 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부산시는 세계적인 경매 회사인 소더비가 부산의 관광도시로서의 성장성을 높이 평가한 것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지역언론 5개사 모두 이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며칠 뒤 소더비 홍콩 법인은 부산시와 언론사에 보낸 내용증명을 통해, '소더비 부산'이 세계적 경매 브랜드 '소더비'가 아닌 다른 회사라고 밝혔다. '소더비국제부동산'은 경매사업을 하는 소더비그룹과 다른 법인이며, 일부 제한된 '소더비' 상표 사용 권한만을 가지고 있기에, 소더비는 부산시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없다는 내용이었다.
부산 해운대구 오시리아 관광단지에 세계적인 옥션(경매)브랜드 '소더비'가 진출한다. 소더비코리아가 외자 유치를 통해 1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실행하면 오시리아 관광단지에 새로운 랜드마크가 들어설 전망이다. 부산일보, 8/24
세계 최고의 경매업체인 소더비가 '소더비 부산'으로 부산 기장군 오시리아관광단지에 상륙한다. … 시는 오시리아관광단지 내 '소더비 부산'의 건립은 소더비가 부산과 오시리아관광단지의 성장성을 높이 평가한 데서 비롯됐다고 자평했다. 국제신문, 8/24
세계적인 경매회사인 소더비가 동부산 오시리아 관광단지에 1조원을 투자해 신기술이 접목된 테마파크를 조성합니다. 국제적인 경매행사 유치와 함께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여, 새로운 관광콘텐츠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KNN, 8/23
소더비 홍콩 법인의 내용 증명 이후, 지역언론의 보도를 살펴봤다. 눈에 띄는 특징은 '기사의 크기'와 '후속보도' 유무였다. KBS부산과 부산MBC는 MOU체결 소식은 단신으로 전한 반면, 업무협약 내용 중 잘못된 사실이 있다는 게 밝혀진 이후에는 리포팅 기사로 전했다.
KNN은 반대로 MOU업무협약은 리포팅으로, 사실을 바로 잡는 보도는 단신으로 했다. 국제신문과 부산일보는 MOU업무협약 소식을 나란히 8월 24일 자 신문 2면에 배치했지만, 이후 변경된 사안과 관련해선 보도하지 않았다.
▲ 부산시-소더비부산 업무협약 관련 지역언론 보도 목록 ⓒ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지역언론의 부산시 '대규모 투자유치 업무협약' 관련 보도는 유사한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취임 일주일 만에 체결한 부산시와 '요즈마그룹'의 업무협약 보도에도 이러한 문제점은 지적됐었다. 그때에도 세계적 벤처캐피털, 연간 운용액 약 4조 원, 1조 2천억 원 규모 자금 조성 등이 강조됐지만 이후 해당 그룹의 운용 능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소더비, 요즈마그룹과 같이 유명한 외국기업이라 할지라도 보도에 앞서 해당 기업의 기본정보에 대한 언론사의 추가취재는 필요하다. 특히 업무협약과 같이 법적 효력이 없어, 지자체의 치적 쌓기용으로 남용되는 경우엔 더욱 그러하다.
외국기업에 대한 검증이 쉽지 않다면, 적어도 부산시가 업무협약을 위해 기업의 투자유치 능력과 의지를 충분히 검토했는지 점검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 기업들이 부산에 진출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며, 그 방향이 부산시민의 삶에 미치게 될 영향도 보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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