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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하는 건 잘못"

[여성노동자회 후원의 밤 맞이 연속기고 ②] 연결 : 우리의 노동이 보편이 될 때까지

등록|2021.09.24 10:53 수정|2021.09.24 10:53
여성노동자회는 차별과 혐오가 만연한 일터와 삶터를 살아가며 평등과 존중에 대해 고민하는 수많은 후원회원, 지지자들과 함께 길을 만들어왔습니다. 오는 10월 13일 후원의 밤을 맞이하여, 여성노동자회는 우리가 어떻게 연결되어 왔고, 연결되기 위해 노력해왔는지를 풀어내고자 합니다. 여성노동자회는 더 많은 이들과 연결되어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기를 꿈꿉니다. [한국여성노동자회}[편집자말]
여성노동자회 온라인 후원의 밤, '연결 : 우리의 노동이 보편이 될 때까지' 참여하기 :  http://kwwnet.org/?p=14526

전북 여성노동자회에는 후원 영업왕이 있다! 2020년 한 해 동안 전북여노와 연결해 주신 후원자만 무려 10명! 지.포.사 운영자, 허영님은 어쩌다 전북 여노의 후원 영업왕이 되었을까? '전북 여노','지.포.사','성평등 노동' 세 가지 키워드와 함께 허영님의 이야기를 만나보아요!

[키워드 1] 전북 여노

- 사무국 전기 배선 공사도 해주시고, 문에 도어락 키도 설치해 주시고, 늘 긍정적인 눈으로 봐주시고, 전북여노가 어려울 때나 도움이 필요할 때 언제나 가장 먼저 달려와 주시는 분이시죠. 전북여노의 보물, 후원 영업왕 허영님 소개를 부탁드려요.
"전북 평화동 작지마을에서 살고 있고, '지.포.사'에서 일하고 있는 65세 허영입니다!"

- 허영님은 전북여성노동자회의 든든한 후원 회원이기도 하신데요, 전북여성노동자회는 어떻게 처음 알게 되셨나요?
"배우자와 연관된 일터이니 전북여성노동자회라는 곳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사실 정확하게는 몰랐어요. 그러다가 제가 임금이 체불된 적이 있었어요. 처음엔 혼자 노동부에도 가보고 했는데 처음 겪는 일이고 하다 보니 진행하기가 쉽지만은 않더라구요. 그때 배우자가 '전북여성노동자회에 한번 이야기를 해봐라'해서 처음 방문하게 되었는데, 너무 잘 도와주셔서 일 처리도 빨리 되었고, 체불된 임금도 다 받을 수 있었어요. 개인적으로도 너무 고마웠고 그래서 주변에도 이야기하기 시작했죠."

- 처음에 전북여노의 '후원 영업왕'이라고 소개를 드렸는데요. 2020년 한 해 동안 연결해 주신 후원자가 10명이나 되세요! 여노에도 너무 힘이 되고 든든한 후원자님이신데, 다른 분들께 여노를 어떻게 소개하면서 후원의 말을 전하실까요?
"'지.포.사'에서 연을 맺은 회원 분들께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 여성 노동자들 도와주는 곳이 있는데 후원 좀 해줘라'하면 해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차에 항상 후원 신청서를 넣고 다니면서 전달해요."

[키워드 2] 지.포.사

- '지.포.사'라는 이름은 줄임말인 것 같은데요, 허영님이 운영자로 계신 지.포.사는 어떤 곳일까요?
"지.포.사는 '지구를 포장하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로 제가 10년 전에 만든 밴드입니다. 운영은 저 혼자 하고 있고, 전북지역에서 도로를 포장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현재 200명 정도의 회원이 있어요. 연 2회 정도 정기 모임을 갖고 있지만, 회비도 없고 가입/탈퇴도 자유로워서 전부 회원의 자유 의사로 진행되고 있어요."

- '지구를 포장하는 사람들' 정말 멋진 이름이네요! 지.포.사를 만들기로 결심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도로포장을 하는 일은 뜨거운 아스팔트를 깔아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비가 오는 날이나 추운 겨울 3개월은 일을 할 수가 없죠.그래서 사업장에서 상시 근로자로 채용을 잘 안 해요. 일용직이나 공사기간동안 계약직으로 일하시는 분들의 비율이 훨씬 많죠.

그런데 공사 정보를 몰라서 못 나가는 경우도 있고, '기업 대 개인'이 계약하는 구조이다 보니 임금 체불이 되는 경우도 간혹 있어요. 저는 이렇게 일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거나, 일을 하고도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사회적 약자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런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서 힘을 써줄 수 있는 모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지.포.사라는 이름의 밴드를 만들어서 모임 회원을 모았죠."

- 어떻게 보면 일종의 노동 조합 같이 들리기도 하는데요!
"네, 그런데 노동조합을 운영하려면 사무실도 있어야 하고, 업무를 볼 사람도 필요하니 조합의 고정 수입이 있어야 하잖아요. 회비 같은 것도 받아야 하는데, 저희 일이 비 오는 날이나 겨울에는 일이 없어서 수입도 없는 일이거든요. 그러니까 회비 내는 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죠.

그리고 제가 지.포.사 밴드를 만든 지가 10년이 되었는데 모임을 같이 하는 분들이 거의 제 나이 또래다 보니 연령이 좀 있어요. 그런 분들에게는 조합 활동이 오히려 더 힘들 수 있겠더라구요.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하다가, 회비 안 걷고, 모든 공지를 밴드를 통해서 전달하고, 활동도 전부 자유의사로 이뤄지는 모임인 지.포.사를 만들게 되었어요."

- 정말 멋진 일을 하고 계시네요! 그럼 지.포.사에서 주로 하는 일은 어떻게 되시나요?
"도로 포장하는 일이 비오는 날은 쉬어야 하기 때문에 그 때 다른 회사에서 일하는 동료들을 많이 만나요. 그러면서 어떤 회사가 어떤 공사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회사가 노동자들에게 불이익한 대우를 했는지 등의 정보를 알게 되는 거죠. 제가 지.포.사를 만든 지 벌써 10년이 되었기 때문에 사업장들도 지.포.사를 알거든요. 구인 정보들을 밴드 공지에 올리면 일하고 싶은 회원들이 또 저에게 연락을 해요. 그렇게 일을 연결 해주는 거죠. 또, 임금 체불이 발생했다거나 하면 그 회사는 인력을 안 보낸다든지 하는 제재도 하구요. 그럼 또 사업장에서 바로 체불임금을 주기도 하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기사들 임금구조도 바로 잡았어요. 6시에 일이 끝나야 하는데 사업장에서 (일이) 조금 남았으니 마저 해 달라고 해서 무료로 더 해줘야 하는 경우가 예전엔 많았거든요. 그러다 보면 8시까지 일하게 되는 경우도 있어서 근로자들에겐 손해였죠. 그래서 1시간 연장될 때마다 연장 근무 수당을 1.5배로 받을 수 있도록 했어요. 그래서 지금은 회원들이 연장 근무하게 되더라도 정당한 대가를 받고 일을 하고 있어요."

- 지.포.사 회원 분들은 정말 든든하시겠어요! 지.포.사가 하는 일이 정말 많군요! 그런데 혼자 운영하시는 건 힘들지 않으세요?
"일이라고 생각하거나 대가를 바라면 못했을 것 같아요. 사명감 같은 것이 있어서라기 보다 원래 힘없고 약자인 사람들이 뭉쳐서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걸 연결해 줄 수 있는 다리의 역할을 제가 한 거 같아요. 누군가를 도와준다는 것이 재미있기도 하구요. 크게 힘들다고 생각되지 않고 재미있게 운영하다 보니 오랫동안 할 수 있는 것 같네요."

[키워드 3] 성평등 노동

- 아무래도 도로 포장일이라는 게 중장비를 가지고 해야 하는 일이잖아요? 지.포.사에는 혹시 여성분들도 계신가요? 
"여성 기사가 두 명 있어요. 두 분 다 경력이 10년 이상 된 베테랑 기사들이에요. 10년 전에 신호수로 들어왔다가 중간에 자격증 따서 지금은 롤러 운전하고 있죠. 일을 하는데 성별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특히, 장비 조종은 기술의 문제이기 때문에 임금이나 하는 일 모두 평등하게 하고 있어요. 오히려 남성 기자들보다 더 꼼꼼하게 일을 해요. 혹시 업체에서 여성이라고 차별하거나 하면 지.포.사에서 당장 항의를 하죠."

- 현장에서 일어나는 성차별이 있으면 같이 싸우기도 하시는 것 같아요! '성평등 노동'에 대한 허영님의 생각을 들을 수 있을까요? 
"사실 '성평등 노동'이라는 말은 잘 몰라요. 하고 있는 일도 남성들이 대부분인 일이고, 자라면서 그런 단어를 잘 들어보지도 못했고, 배우지도 않아서 생소해요. 하지만, 남성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당하는 건 확실히 잘못된 거라고 생각해요. 시대가 변했으니 더 성평등한 세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 정말 전북 여노의 보물 같은 분이십니다. 오랫동안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려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전북여노에 응원의 말씀을 한 마디 해주신다면?
"사회적 약자를 도와주는 일을 한다는 측면에서 같은 일을 한다고 생각해요. 여노를 만난 것도 인연인데 오랫동안 함께 해야죠. 항상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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