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선-박명수-홍진경-정준하의 '합방'이 한 방 때렸다
[리뷰] 제작비 1/4씩 부담하며 만난 웹 예능, 촬영 분량 몰아주기 퀴즈 대결
▲ 박명수-박미선-홍진경-정준하 등 고참 예능인이 각각 출연중인 4개 웹예능 채널이 최근 사상 초유 합방을 진행했다. ⓒ DIA TV, JTBC
최근 유튜브 웹예능은 독특한 시도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박미선의 <미선임파서블>, 박명수의 <할명수>, 홍진경의 <공부왕찐천재>, 정준하의 <정준하하하> 등 중견 예능인이 출연 중인 인기 웹 예능 4개 채널이 사상 초유의 합방(합동방송)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TV 예능에서도 한 자리에 모으는 게 쉽지 않은 인기 예능인들이 똑같은 소재를 놓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이끌었다. 모처럼 유튜브 속 공간은 색다른 웃음으로 가득 채워졌다.
일반적으로 '합방'은 2개 이상의 인터넷 개인 방송이 한 자리에 모여 방송을 송출하는 행태를 일컫는다. 잘 운영하면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기에 유튜브, 아프리카TV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소재로 활용되곤 한다.
고참 예능인 4인의 퀴즈 대결... 우승자 채널에 녹화 분량 몰아주기
▲ 박명수-박미선-홍진경-정준하 등 고참 예능인이 각각 출연중인 4개 웹예능 채널이 최근 사상 초유 합방을 진행했다. ⓒ JTBC, 카카오TV
그렇다면 이들 4개 웹예능 채널은 어떻게 의기투합하게 된 것일까? '사건의 발단'은 유튜브 댓글로부터 시작되었다. JTBC <할명수> 채널 측이 카카오TV <공부왕찐천재> 영상 댓글을 통해 지식 대결을 제안한 게 계기가 되었다. 여기에 DIA TV <미선임파서블>, 정준하의 개인 채널 <정준하하하> 등 평소 친분을 지닌 예능인들의 웹 예능까지 대상을 확대하면서 각자 1/4씩 제작비를 부담해 한자리에 모이게 됐다.
4개 채널이 다루는 내용은 바로 퀴즈. 초등학교 수준의 문제를 풀면서 1등을 한 사람에게 이날 녹화 분량 모두를 몰아주는 방식으로 촬영이 진행되었다. 즉, 본편 시작부터 엔딩까지의 내용은 우승자 채널에서만 공개된다. 나머지 3개 채널에선 초반 5개 문제까지의 촬영분만 활용이 가능하다는 사전 약속이 함께 이뤄졌다. 웃음 만큼은 자신있는 예능인들이었지만 지식 대결을 펼쳐야 한다는 점은 부담이었다.
촬영장을 제공한 <할명수> 측 JTBC 스튜디오로 모인 4인의 출연진은 레드카펫 등장부터 티격태격, 각자 기싸움을 펼치면서 재미 만들기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오프닝 토크만으로도 보는 이들의 혼을 쏙 빼놓을 만큼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웹예능 초유의 분량 몰아주기에 공력을 쏟아 부었다. <무한도전> <해피투게더> 등 그들이 출연했던 과거의 추억 어린 예능 분위기도 되살리면서 15분 안팎의 짧은 시간이 못내 아쉬울 정도였다.
같은 소재 vs. 전혀 다른 편집 기법
▲ 박명수-박미선-홍진경-정준하 등 고참 예능인이 각각 출연중인 4개 웹예능 채널이 최근 사상 초유 합방을 진행했다. ⓒ 카카오TV, JTBC
같은 촬영분이었지만 이날의 퀴즈 대결은 각각의 개성이 드러나는 편집 기법이 총 동원되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했다. <할명수>에선 퀴즈 대결보단 사전 준비 과정에 큰 비중을 할애한 내용이었다. 이를 두고 구독자들은 퀴즈 대결의 결과를 사실상 파악하면서 박명수와 제작진에게 재치 넘치는 댓글로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기존 TV 방송국이 만드는 예능답게 일반 프로그램 마냥 때깔 고운 화질과 재치 넘치는 자막으로 자신들만의 특징을 드러냈다.
2년 넘도록 합을 맞춰온 <미선임파서블> 역시 안정적인 내용 구성으로 볼거리를 선사한다. <할명수>와 다르게 오프닝 토크와 초반 몸풀기 퀴즈 대결 중심으로 편집됐다. 타 출연진들이 "(박)미선이 누나는 고학력자라서 유리하다"(?)라는 질투 어린 소리를 낼 만큼, 박미선은 안정적이면서 차분하게 분위기를 주도하며 예능 대모 다운 면모를 드러낸다.
반면 <공부왕찐천재>는 거친 질감의 화면과 음향을 고스란히 담아 날 것 그대로를 구독자들에게 생생히 전달해줬다. 본격 녹화에 들어가기 전 대기실과 복도 현장 토크 등에서 <찐천재> 측은 투박한 자막과 더불어 홍진경 특유의 예측 불허 입담을 아낌없이 담아내 볼거리를 선사했다.
<할명수>와 <찐천재>는 상당 부분 같은 공간에서 촬영이 이뤄졌지만 각기 다른 개성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면서 '합방'의 취지를 제대로 살려낸다. 그런데 4개 채널 녹화가 이뤄졌지만 한날 한시 방송 내용을 공개한 곳은 <정준하하하>를 제외한 단 3개 채널이었다. 그렇다면 이번 퀴즈 대결 우승자는?
돋보인 기획력 + 출연진의 웃음 내공
▲ 박명수-박미선-홍진경-정준하 등 고참 예능인이 각각 출연중인 4개 웹예능 채널이 최근 사상 초유 합방을 진행했다. ⓒ DIA TV, JTBC
방영 3주 전부터 일찌감치 각 채널 담당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치밀하게 논의해 성사시킨 결과물은 빼어난 완성도와 즐거움을 동시에 제공해줬다. "(바쁘다 보니) 방송에서 이렇게 만날 일도 없고. 잘 안 만나지고. 단가가 안 맞다"는 현실적인 답변을 내놓은 박미선의 지적처럼 요즘 TV 예능에선 좀처럼 성사되기 쉽지 않은 베테랑 예능인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었던 건 유튜브, 그리고 웹예능이라는 자유분방한 플랫폼의 힘에 기인한다. 시청률에 구애받지 않고 과감한 시도를 단행할 수 있는 여건은 '분량 몰아주기'같은 이색적인 결과물로 이어질 수 있었다.
"모든 채널을 보게 만드는 대단한 기획력", "찐천재 보고 할명수 보고 여기까지 왔다"라는 어느 구독자의 댓글처럼 이번 녹화물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제작한 웹예능을 전부 시청하게 만드는 나름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평균 연령 50세 고참 예능인들의 웃음 내공과 각 예능 특유의 개성이 녹아 있는 편집 기법 차이도 이번 기회를 통해서 새삼 깨닫게 하면서 웹예능계 블록버스터급 시도는 또 다른 합방을 기대하게끔 만들었다.
너도 나도 유튜브에서 예능을 만드는 '웹예능 홍수의 시대'지만 언제부터인가 새로움은 사라지고 기존 지상파 및 케이블 예능과 별 차이 없는 내용의 프로그램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익 확보를 위해 과도한 기업체 협찬 중심 예능 제작이 두드러지면서 이에 따른 비판도 적잖게 제기되는게 요즘의 풍경이었다. 그런 점에서 웹예능 4개 채널 합방은 참신하고 파격적인 시도로 칭찬받을 만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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