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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심판이냐 선수냐... 둘 중 하나만 집중해야"

[인터뷰] 이용우 민주당 의원의 진단... "플랫폼 문제, 이해상충이 핵심"

등록|2021.10.08 06:51 수정|2021.10.08 06:51

▲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 자신의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플랫폼 업체들의 과도한 수수료와 불공정 계약 관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유성호


"카카오가 이해상충 문제에 대해 인식을 명확히 해야 한다."

지난 9월 30일 국회에서 만난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심스럽지만 단호한 어조로 '카카오 사태'의 핵심을 '이해상충'이라고 짚었다. 시장에서 심판의 역할을 하고 있는 플랫폼 기업들이 수익 모델을 찾기 위해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플레이어(선수) 역할까지 넘보면서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장에서 지배적 위치를 가진 쇼핑몰 플랫폼이 직접 특정 제품을 만드는 제조업까지 영위하면서 자사 플랫폼을 통해 유통시킬 경우 다른 입점 업체들과 공정한 경쟁이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플랫폼은 왜 '선수'로 뛰게 된 것일까. 이 의원은 "네이버나 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들이 아직까지 마땅한 수익 모델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사업 초 수익을 남기지 않는 전략으로 빠르게 이용자를 확대하고 시장 지배력을 높였지만, 정작 수익을 제대로 내지 못하면서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것. 이 의원은 이 때문에 "카카오모빌리티의 수수료 인상이나 카카오의 골목시장 진출이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대안은 없을까. 이 의원은 '업종 구분'과 '공시'를 제안했다. 심판이 심판 역할만 맡고 있는지, 아니면 플레이어로서의 역할을 겸하는지 업종 구분으로 시장 참여자들에게 투명하게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또 시장이 플랫폼의 공정성을 직접 가늠해볼 수 있도록 계열사 간 내부 거래 현황을 공시에서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봤다. 최근 이 의원이 펴낸 <두 발로 선 경제>라는 제목의 책에도 플랫폼 생태계에 대한 이같은 인식과 진단이 담겨 있다.

이 의원은 카카오 계열사인 카카오뱅크 대표를 지냈다. 정치권에서 그만큼 카카오와 플랫폼 기업들의 생리를 잘 아는 정치인도 없다. 그 때문에 오히려 이 의원은 최근 카카오를 둘러싼 독과점, 골목상권 침탈 등 각종 논란에 대해 언급을 자제하면서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이날 인터뷰에서는 다소 조심스러운 태도로 '친정'인 카카오를 향해 여러 지적과 제안을 내놨다.

전직 카카오뱅크 대표가 바라본 카카오 논란
 

전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 지낸 이용우 의원이 바라본 카카오 논란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 자신의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플랫폼 업체들의 과도한 수수료와 불공정 계약 관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유성호


- 카카오뱅크 대표를 지냈다. 현재 불거지고 있는 카카오의 독과점과 '지네발' 확장에 따른 골목상권 침탈 논란 등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가장 중요하게 볼 건 이해상충 문제다. 백화점이 친인척을 제일 좋은 자리에 입점시켜주면 일감 몰아주기가 되는 것과 비슷하다. 또 플랫폼은 시장을 만들어주는 일종의 심판이다. 플레이어까지 겸하면 불공정성 이슈가 생길 수밖에 없다. 네이버도 마찬가지다. 네이버쇼핑에선 네이버페이를 쓸 수밖에 없게 해뒀다. 다른 결제 수단을 쓰지 않도록 해 타 경쟁업체를 배제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선 안 된다.

또 다른 예로, 얼마 전 쿠팡이 LG생활건강에 특정 조건을 내걸고 '이렇게 안 할 거면 쿠팡에 들어오지 말라'는 식으로 갑질을 했다는 논란이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이 LG생활건강을 상대로 우월적 지위를 남용했다고 봤다. 쿠팡은 '우린 LG생활건강보다 작은 기업인데 우월적 지위를 행사했다고 볼 수 있냐'며 의문을 제기한다. 하지만 핵심은 심판이자 플레이어인 쿠팡이 또다른 플레이어에게 특정 조건을 강요하는 행위 자체다."

- 카카오에도 이해상충 문제가 있다는 말로 들린다.

"카카오가 이해상충 문제에 대해 인식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해상충은 또다른 문제도 유발한다. 카카오는 상장돼 있는 회사다. 그런데 카카오페이는 상장이 안 돼 있다. 카카오의 주주와 카카오페이의 주주는 다르다. 만약 카카오가 카카오페이가 잘 되도록 어떤 우호적인 행위를 해준다면 주주에 대한 배임 이슈가 생긴다. 모회사와 자회사가 모두 상장돼 있다면 두 개 회사 주주들의 이해관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는 카카오만의 문제는 아니다."

- 독과점 이슈도 빼놓을 수 없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호출 시장을 장악한 후 수수료 인상에 나섰다. 그런데 그건 플랫폼의 사업 모델이기도 하다. 적자를 내더라도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차지한 뒤 수수료를 인상해 이익을 거둬들이는 일 말이다. 

"그래서 더욱 자신들이 집중할 영역을 선택하는 게 중요해질 것이다. 시장을 만드는 데 주력할지, 아니면 플레이어로 뛰어들지. 이 둘을 명확하게 구분해주고 섞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혹자는 '플산 분리'라고 한다. 플랫폼과 다른 산업은 분리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최소한 소비자들에게 심판인지 플레이어인지, 아니면 둘 다 하고 있는지 알려줘야 한다."

- 어떻게 해야 하나?

"공시와 공개를 통해서다.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단을 맡기는 것이다. 일례로 네이버로 '강남 음식점'을 검색하면 목록이 뜬다. 그런데 상위 목록엔 '광고'라고 적혀 있다. 광고를 받고 상위 노출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러면 소비자가 판단해서 선택할 수도, 아닐 수도 있다. 혹은 공시상 문제가 발견되면 소비자들이 소송을 걸 수도 있다. 그래서 미국에선 소송이 굉장히 활성화돼 있다."

- 알고리즘 공개와도 맞닿아 있는 이야기다.

"그것도 맞다. 현재 플랫폼들은 알고리즘을 공개하라고 하면 영업비밀이라고 한다. 그런데 구체적인 코딩값을 공개하라는 게 아니다. 알고리즘의 로직을 공개하라는 것이다. 어떤 요소들이 검색값에 영향을 미쳤는지 알려달라는 이야기다. 그렇게 하면 고객들이 직접 검증을 할 것 아닌가. 물론 플랫폼들은 곧 법에 의해 일정 부분을 공개하게 될 것이다."

- 플랫폼 기업들의 공시에 문제는 뭔가?

"본사가 계열사와 어떤 상품을 어떤 가격에 거래하고 있는지 관련해 미흡한 부분이 많다. 예를 들면, 카카오뱅크를 처음 오픈할 때 이모티콘을 무료로 나눠줬는데 그냥 준 게 아니다. 카카오에서 한 개당 얼마로 상표권을 주고 산 것이다. 그런 계약들이 공시에 나타나야 한다. 만약 개당 적정 가격으로 계약을 맺지 않았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공정위에서 조사를 나오면, 왜 단가가 그렇게 책정 됐는지 설명을 해주면 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 혜택을 주거나 부당이익을 취했다면 과징금을 받게 될 수도 있다."

플랫폼 기업이 골목시장까지 넘보는 이유
 

▲ 최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 경제가 선택해야 할 새로운 해법으로 공정과 혁신을 강조하기 위해 <두 발로 선 경제>라는 책을 냈다. ⓒ 유성호


- 최근엔 카카오의 골목상권 침탈 이슈도 부각됐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아마 정리는 될 것이다. 하지만 플랫폼은 항상 그런 유혹에 노출돼 있다. 네이버 역시 그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 왜 그런가?

"우선 플랫폼 사업 자체의 특성을 들여다 봐야 한다. 플랫폼은 이용료를 무료로 해 사람들을 모은다. 그 후 입점 업체가 들어오면 수수료를 내게 한다. 플랫폼이 사람을 모으는 건 고객을 돈 주고 샀다는 뜻과 같다. 때문에 이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돈을 벌 건지 고민해야 하는데 (플랫폼들이) 여기서 문제가 풀리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 최근에 발간한 책 <두 발로 선 경제>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와 있다.

"맞다. 플랫폼을 운영하기 위해선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 번째, 고객을 모으는 것. 그게 필요조건이다. 여기엔 돈이 들어간다. 두 번째가 바로 충분조건인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 두 가지가 존재해야 하는데, 국내 플랫폼들 중엔 아직 두 가지를 제대로 하는 곳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남이 하던 사업을 (자사 앱에) 갖다놓고 우월적인 수수료를 받게 되는 것이다. 카카오 모빌리티도 마찬가지다. 데이터를 처리하고 서버 용량을 늘리는 데 돈이 필요해 계속 적자를 내고 있다. 이렇다 보니 택시기사들에게 '우선 (배차)해줄 테니까 수수료를 더 내'라고 하는 것이다. 플랫폼이 가진 본질적인 고민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 국내 플랫폼들이 아직 비즈니스 모델을 찾지 못한 이유는?

"우리나라는 비즈니스 하기에 쉽지 않은 문화가 있다. 한 기업이 혁신 서비스를 내놓으면 고객이 이용료나 수수료를 내야 한다. 그런데 소비자들은 서비스 제공 대가를 내는 걸 싫어한다. 우리나라는 가전제품이 고장나서 AS를 불렀을 때도 대부분 출장비를 내지 않는다."

- 전 세계 플랫폼들의 벤치마크 모델은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어떻게 돈을 버나?

"아마존은 클라우드 서비스로 돈을 벌고 있다. 아마존은 원래 전국에 책을 공짜로 배달해주는 업체였다. 그런데 배송에는 돈이 들지 않나. 그래서 계속 적자였다. 하지만 사업 도중 플랫폼에겐 데이터의 처리가 핵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아마존은 다른 기업들에게 '우리가 데이터를 대신 관리해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비즈니스 모델을 찾았다."

- 처음부터 클라우드 사업을 시작할 생각은 없었다? 

"맞다. 플랫폼은 이용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돈을 번다. 사업 모델을 무엇으로 정할지는 그 이후의 문제다. 쿠팡도 재무제표상 계속 적자였다. 그동안 주주들이 돈을 댔다. 주주들은 왜 쿠팡에 투자했을까? 시장을 먼저 장악하고 나면, 수수료로 돈을 벌 방법을 언젠가 찾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베팅'한 것이다."

"혁신 기업이라고 모든 걸 허용해서는 안돼" 

- 카카오의 계열사 확장이 비판받고 있는데 한편에선 IT대기업들의 인수합병이 스타트업에겐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엑시트(Exit)', 즉 기업 매각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면 새로운 혁신에 나설 수 있으니 말이다.

"엑시트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스타트업도 혼자 클 수 있고, 자금을 조달할 방법도 많이 있다. 그런데 아예 기업을 사버린다면 해당 영역을 더 클 수 없도록 하는 셈이다. 또 공정성이 담보돼 있어야 새로운 혁신도 나온다. 도전을 했을 때 나한테 그 만큼의 보상이 있어야 한다. 만약 대기업이 계속 먹어버리고 기술을 탈취해가면, 그러니까 공정 질서가 없으면 새로운 도전을 할 유인이 사라진다. (기업결합을) 악용해 자회사만 밀어주면 작은 기업들은 크질 못하고 시장에서 사장돼 버리기도 한다. 결론적으론 공정한 질서를 만들어주는 게 혁신의 원천이다."

- 공정질서는 어떻게 만들까? 

"공시다. 흙수저로서 혁신에 도전을 하는데, 어느 기업은 '알음알음' 관계사라서 특별 대우를 받는다면 어떨까. 최소한 공시로서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 혁신이라고 모든 걸 허용해주면 안 된다."

- 지난달 금융당국은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앞으로 네이버, 카카오 등 핀테크 기업이 자사 플랫폼에 타사 금융상품을 추천할 때 이를 '광고 대행'이 아닌 '중개 행위'로 보겠다고 결론지었다. 이로 인해 두 기업의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금융당국의 이 같은 결론은 적절했다고 보나?

"잘 했다고 생각한다. 일례로 과거에 토스는 P2P금융 상품을 중개했다. 그런데 소비자는 과연 자신이 가입한 상품이 피플펀드나 8퍼센트(8PERCENT)가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까? 아니다. 그냥 토스에서 파니까 믿을 만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플랫폼 입장에선 '나는 중개만 했다'고 이야기하고 싶을 것이다. 과연 그럴까. 플랫폼들은 본인들이 중개할 상품을 고를 때 문제가 없는지 확인했어야 한다. 은행에서 펀드를 팔 때를 생각해보면 똑같다. 펀드에 대해 설명해주면서 본인들은 판매사임을 고지한다.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 하지만 핀테크 업계에서 나오는 반발도 만만치 않다. 

"그들의 주장에는 모순이 있다. 그들은 (금융위의 이번 결정으로) '돈이 들어 사업 못 하겠다'고 한다. 이는 그동안 금융소비자 보호를 안 해서 돈을 벌었다는 말이다.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려 하니 돈이 안 되네?'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다른 금융사에선 이미 다 하고 있던 절차다. 동일 행위엔 동일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

카카오에 전하는 제언
 

▲ 전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를 지낸 이용우 의원은 카카오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대해 “카카오에는 여러 사업들이 많이 있고 나름대로 하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고객에게 주는 게 뭔지 그에 따라 받은 대가가 정당한지 항상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 유성호


- 올해 초 공정거래위원회는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런데 이 의원은 저서에서 이 법이 본질을 꿰뚫지 못한 법안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어떤 요소가 보강돼야 한다고 보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공시에 대한 내용이 보강돼야 한다. 새롭게 업종 구분을 해줄 필요가 있다. 플랫폼 사업자와 플랫폼 입점 사업자간 분류를 나눠야 한다. 그러니까 페이스북이나 구글이 검색 서비스만 제공하는지, 아니면 그 안에서 '다른 짓'을 하고 있는지 소비자가 알 수 있게 해야 한다. 또 계열사로 묶여 있을 경우 우대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르니 이 또한 공시로 알릴 수 있게 해야 한다."

- 책에서 리나 칸 미 연방거래위원회 위원장의 이야기도 많이 인용했다. 

"현재 리나 칸은 플랫폼과 이커머스의 분리를 주장하고 있다. 기업 쪼개기다. 이해상충 요소가 있으니 이를 명확히 구분짓지 않으면 일감 몰아주기가 될 수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의 의견에 공감한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대로 먼저 업종을 구분하면 효과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후 상황을 보고 문제가 터져나오면 교정하는 방식으로 (기업 쪼개기와 같은) 제도를 도입할 수도 있다. 아마 국내에서도 궁극적으론 그런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 마지막으로 카카오에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

"카카오에는 여러 사업들이 많이 있는데 내가 고객에게 주는 게 뭔지 그에 따라 받는 대가가 정당한지 항상 고민할 필요가 있다. 비즈니스를 하면 이런 고민을 잘 하지 않는데 이제는 해야 할 때다. 공인중개사도 과거엔 단순 중개만 해 따로 책임은 묻지 않았다. 요즘엔 건물에 하자가 있는데 사전에 알려주지 않으면 책임을 묻게 돼 있다. 그래서 높은 중개비를 받는다. 플랫폼 역시 이 부분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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