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리유저블 컵보다 더 예쁜 '공짜'를 자랑합니다
[지구를 구하는 가계부] 불편한, 그래서 더 의미 있는 제로웨이스트 생활
텀블러에 뜨거운 물을 붓다 흠칫했다. 커피를 타는데 텀블러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뽕!"
유리병에 담긴 딸기잼 뚜껑을 열 때 들리는 바로 그 '뽕' 소리와 닮았다. 텀블러에서 웬 딸기잼 뚜껑 소리일까?
사실 이 뽕 소리를 들은 지 오래됐다. 내 텀블러는 꽤 낡았기 때문이다. 만 24개월째 쓰고 있어서 그런지 고작 커피의 뜨거움도 버티지 못한다. 물 온도로 텀블러 이음새에 기압 차가 생겨, 이음새 틈이 벌어져 버린다. 틈이 벌어지면 텀블러의 스테인리스 용기 부분이 빨간 플라스틱 몸체 위로 1mm 정도 솟는데, 그때 딸기잼 뚜껑 같은 뽕 소리를 내는 거다.
텀블러를 새로 살까 말까. 늘 고민만 한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조금만 더 써 볼까?'하는 마음이 앞섰다. 세상에 예쁘면서 저렴하고, 심지어 공짜인 텀블러들이 많은데도 새 텀블러를 들이지 못하고 있다.
9월 28일도 그랬다. 그날은 스타벅스에서 음료를 시키면 50주년 한정판 리유저블(다회용) 컵을 주었다. 갈까 말까.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가지 않았다. 몹시 탐나게 예쁜 공짜였지만 말이다.
기후위기 시대, 진짜 예쁜 공짜를 만났습니다
24개월짜리 낡은 텀블러도 선물 받은 예쁜 공짜였다. 이 텀블러를 처음 본건 2018년 10월 강릉커피축제에서였다.
2018년. 그해 4월은 쓰레기 대란의 봄이었다. 중국에서 폐자원 수입을 중지하면서, 우리나라 재활용 업체에서도 쓰레기를 수거해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쓰레기가 눈 앞에서 사라지면, 쓰레기 처리장에서 말끔히 처리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순진한 믿음이 깨졌다.
사람들이 쓰레기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면서 그 해 강릉커피축제에서도 1회용 컵 사용을 금지했다. 대신 개인적으로 텀블러를 챙겨오거나, 행사장에서 보증금 5000원을 내면 텀블러를 빌릴 수 있었다. 물론 보증금 5000원은 정해진 세척 장소에서 텀블러를 세척 후, 반납하면 돌려받을 수 있었다.
이 빨간 텀블러는, 2018년 강릉커피축제에서 대여했던 바로 그 텀블러였다. 나는 그때 보증금을 내고 텀블러를 썼고,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반납했었다.
그런데 정확히 1년 뒤, 이 텀블러를 다시 만난 거다. 2019년 10월 '제2회 강릉환경교육페스티벌'에서였다. 5살, 3살 두 아이랑 여러 부스를 돌며 몇 가지 환경 교육을 들으면 선물을 받을 수 있었다. 이 텀블러가 바로 그 선물이었다.
커피축제에 일회성으로 대여된 후 버려졌다면, 아무리 텀블러라도 다회용기가 아니라 1회용기였을 것이다. 하지만 환경교육 행사에서 재사용 됐다. 그해 축제 슬로건도 '쓰임 그 이상, 자원 순환'이었다. 물건은 세상에 한 번 태어나면, 마르고 닳도록 그 쓰임을 다 해야 하는 거라는 걸 그때 배웠다.
2019년 10월에 만났던 텀블러는 2021년 10월 즈음 되자 낡아 뽕 소리를 내며 솟아오른다. 손으로 지그시 눌러주는 정도의 불편함만 감수하면 된다.
누군가는 스타벅스에 가서 줄만 잘 서면 새 텀블러를 공짜로 받을 수 있는데, 참 딱하다 여길지도 모르겠다. 새롭고 예쁘며 편리한 것을 꺼리는 현대의 야만인일지도 모르지만, 쓰레기가 범람하는 시대에 이 정도 불편함은 필요하지 않을까. 이런 야만이라면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우연일까. 나는 이 텀블러를 만난 이후부터, 불편해도 오래 써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어쩌면 2018년 쓰레기 대란의 봄부터 물건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건지도 모른다. 불편해야 할 것 같은 위기감이 든다. 위기감의 정체는 과학이다. 느낌 말고 데이터다.
2050년,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많아지기 전에, 99%의 바닷새가 플라스틱을 먹이로 삼기 전에, 그리고 그 미세플라스틱이 섞인 물과 해산물과 채소, 고기를 우리가 먹고 마시기 전에. 차라리 지금 약간 불편한 게 낫다는 계산이 선다.
무분별하게 물건을 생산, 유통, 폐기하면서 생기는 탄소배출물로 지구의 기온이 높아질수록 태풍은 거세지고, 가뭄은 독해지며, 산불은 빈번해진다. 농산물의 작황은 나빠지고, 해수면의 상승으로 해안가 도시는 가라앉는다.
텀블러를 시작으로, 조금씩 불편하게 살아보고 있다. 투표권을 가진 시민과, 소비력을 갖춘 소비자가 먼저 목소리를 내야, 법과 정책이 바뀌고, 기업의 포장문화와 생산품목이 달라질 수 있다. 미래에도 하나뿐인 지구에서 건강하게 살고 싶은 마음으로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1. 면생리대
2년째, 면생리대를 쓰고 있다. 쓰기 전까지 고민했다. 한 달에 한 번, 생리를 하면 몸이 무겁고 쳐지는데, 면생리대까지 세탁하면 힘들지는 않을까? 외출했을 때 번거롭지는 않을까? 착용감이 불편하면 어떡하지?
기우였다. 과탄산소다에 불려놓으면 손세탁도 쉬웠고, 1회용 생리대를 챙겨 외출하는 정성 정도면 면생리대도 쓸 만했다. 착용감은 면 속옷을 입을 때만큼이나 보드라워 1회용에 비해 오히려 쾌적했다.
무엇보다 1회용 생리대를 쓰고 버릴 때의 죄책감이 더이상 들지 않아 마음이 편하다. 매달 지출하던 1회용 생리대 비용도 꽤 절약할 수 있고, 조금 더 저렴하면서도 질 좋은 1회용 생리대를 찾아 인터넷을 뒤지던 수고로움도 없다.
심지어 면생리대는 2년이 지나도 여전히 튼튼하다. 실밥 하나 튀어나오지 않았다. 마르고 닳도록 더 오래 쓸 수 있어 안심이다.
2. 빗자루
우리 부부는 맞벌이라 늦은 시간에 집 청소를 한다. 아파트에 살다 보니 밤에 청소기를 돌리기에는 아랫집에 폐가 될까봐 걱정돼서, 평일에는 빗자루로 비질을 한다. 신혼 때 사서 7년째 쓰고 있는 진공 유선 청소기가 있지만, 소음이 없어 빗자루를 더 잘 쓰고 있다.
이 빗자루의 별명은 '친환경 무선 무소음 청소기'. 조용하고, 전기 안 쓰고, 코드를 꽂았다 빼는 귀찮음도 없다. 59㎡ 작은 집에 사는 덕분에 크게 힘이 들지 않다. 더 큰 집에 살았더라면 엄두가 안 났겠지만, 네 식구 사는 작은 집에서는 비질도 어렵지 않다. 게다가 전기 에너지보다 몸을 쓸 수 있으면 몸을 쓰자는 마음을 일상적으로 새기는 데, 비질만 한 게 없다.
3. 플라스틱 배출기록 SNS에 공개하기 & 도시락 & 용기내
1주일에 한 번, 어린 두 아이와 함께 사는 우리 네 식구의 플라스틱 배출 기록을 점검한다. 깨끗이 씻어 말린 플라스틱, 스티로폼, 비닐을 모아 사진으로 찍고, SNS에 공유하는 거다. 우리 식구가 쓴 플라스틱을 볼 때마다 괴롭다. 잘 괴로웠다. 다음에는 조금 더 줄여보자는 의욕이 생긴다.
1주일에 한 번, 플라스틱 점검 후 쓰레기를 줄이자는 의욕이 솟으면 아이들과 바깥 나들이를 가는 주말에 도시락을 싼다. 식당에서 다회용기에 포장해 먹기도 한다. 물론 매번 도시락을 싸지는 못 하고, 매번 다회용기를 챙겨 식당에서 포장하지는 못 한다. 완벽하진 못 해도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게 낫지 않을까.
4. 기부
금전적으로도 조금 불편해지려 한다. 우리 부부는 한 달에 각각 용돈을 15만 원씩 받는다. 나는 그중 3만 원을 환경단체에 기부한다. 개인적으로 소소한 실천들을 하고 있긴 하지만, 정부와 기업에 직접적인 목소리를 내기에는 용기와 정성이 부족했다. 환경단체는 그 용기와 정성을 들여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함께 하지 못해 죄송하고, 대신 힘을 내줘서 감사한 마음이 든다. 돈으로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
올해 '최소한의 소비'에 관한 책을 출간했는데, 인세의 10%도 기부했다. 책의 종이 재질도 신경 썼다. 편집자님께서 도와주신 덕분에 그린라이트 100g 친환경 인증 용지로 인쇄할 수 있었다. 앞으로 인세가 들어오는 족족 10%를 기부하고, SNS에 공개 기록으로 남기려고 한다.
불편한 게 자랑인 세상이 되면 좋겠다. 자랑이 또 다른 자랑을 낳아, 검소한 생활이 보편이 되어야 쓰레기 범람과 기후 위기로부터 인류가 스스로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온갖 미디어가 스타벅스 50주년 공짜 리유저블 컵으로 도배되고, SNS에도 예쁜 공짜들이 전시되고 있다. 이때, 2018년에 처음 만난 '뽕' 소리 나는 이 텀블러도 미디어의 한 켠에서 환영받는 세상이길 꿈꾼다.
"뽕!"
사실 이 뽕 소리를 들은 지 오래됐다. 내 텀블러는 꽤 낡았기 때문이다. 만 24개월째 쓰고 있어서 그런지 고작 커피의 뜨거움도 버티지 못한다. 물 온도로 텀블러 이음새에 기압 차가 생겨, 이음새 틈이 벌어져 버린다. 틈이 벌어지면 텀블러의 스테인리스 용기 부분이 빨간 플라스틱 몸체 위로 1mm 정도 솟는데, 그때 딸기잼 뚜껑 같은 뽕 소리를 내는 거다.
텀블러를 새로 살까 말까. 늘 고민만 한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조금만 더 써 볼까?'하는 마음이 앞섰다. 세상에 예쁘면서 저렴하고, 심지어 공짜인 텀블러들이 많은데도 새 텀블러를 들이지 못하고 있다.
9월 28일도 그랬다. 그날은 스타벅스에서 음료를 시키면 50주년 한정판 리유저블(다회용) 컵을 주었다. 갈까 말까.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가지 않았다. 몹시 탐나게 예쁜 공짜였지만 말이다.
▲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28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스타벅스에서 음료를 포장 주문한 고객이 매장을 나서고 있다. 스타벅스는 코리아는 이날 하루 매장을 방문해 음료를 주문하면 글로벌 스타벅스 50주년 기념 특별 디자인이 적용된 그란데 사이즈의 다회용 컵에 음료를 제공하는 '리유저블 컵 데이' 행사를 진행한다. 2021.9.28 ⓒ 연합뉴스
기후위기 시대, 진짜 예쁜 공짜를 만났습니다
24개월짜리 낡은 텀블러도 선물 받은 예쁜 공짜였다. 이 텀블러를 처음 본건 2018년 10월 강릉커피축제에서였다.
2018년. 그해 4월은 쓰레기 대란의 봄이었다. 중국에서 폐자원 수입을 중지하면서, 우리나라 재활용 업체에서도 쓰레기를 수거해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쓰레기가 눈 앞에서 사라지면, 쓰레기 처리장에서 말끔히 처리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순진한 믿음이 깨졌다.
사람들이 쓰레기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면서 그 해 강릉커피축제에서도 1회용 컵 사용을 금지했다. 대신 개인적으로 텀블러를 챙겨오거나, 행사장에서 보증금 5000원을 내면 텀블러를 빌릴 수 있었다. 물론 보증금 5000원은 정해진 세척 장소에서 텀블러를 세척 후, 반납하면 돌려받을 수 있었다.
이 빨간 텀블러는, 2018년 강릉커피축제에서 대여했던 바로 그 텀블러였다. 나는 그때 보증금을 내고 텀블러를 썼고,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반납했었다.
▲ 2018 강릉커피축제에서 대여되었던 텀블러 ⓒ 강릉시청 블로그
그런데 정확히 1년 뒤, 이 텀블러를 다시 만난 거다. 2019년 10월 '제2회 강릉환경교육페스티벌'에서였다. 5살, 3살 두 아이랑 여러 부스를 돌며 몇 가지 환경 교육을 들으면 선물을 받을 수 있었다. 이 텀블러가 바로 그 선물이었다.
커피축제에 일회성으로 대여된 후 버려졌다면, 아무리 텀블러라도 다회용기가 아니라 1회용기였을 것이다. 하지만 환경교육 행사에서 재사용 됐다. 그해 축제 슬로건도 '쓰임 그 이상, 자원 순환'이었다. 물건은 세상에 한 번 태어나면, 마르고 닳도록 그 쓰임을 다 해야 하는 거라는 걸 그때 배웠다.
2019년 10월에 만났던 텀블러는 2021년 10월 즈음 되자 낡아 뽕 소리를 내며 솟아오른다. 손으로 지그시 눌러주는 정도의 불편함만 감수하면 된다.
누군가는 스타벅스에 가서 줄만 잘 서면 새 텀블러를 공짜로 받을 수 있는데, 참 딱하다 여길지도 모르겠다. 새롭고 예쁘며 편리한 것을 꺼리는 현대의 야만인일지도 모르지만, 쓰레기가 범람하는 시대에 이 정도 불편함은 필요하지 않을까. 이런 야만이라면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다.
▲ 기후위기 시대의 진짜 예쁜 공짜는 2018 강릉커피축제에서 만난 빨간 텀블러였습니다. ⓒ 최다혜
우연일까. 나는 이 텀블러를 만난 이후부터, 불편해도 오래 써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어쩌면 2018년 쓰레기 대란의 봄부터 물건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건지도 모른다. 불편해야 할 것 같은 위기감이 든다. 위기감의 정체는 과학이다. 느낌 말고 데이터다.
2050년,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많아지기 전에, 99%의 바닷새가 플라스틱을 먹이로 삼기 전에, 그리고 그 미세플라스틱이 섞인 물과 해산물과 채소, 고기를 우리가 먹고 마시기 전에. 차라리 지금 약간 불편한 게 낫다는 계산이 선다.
무분별하게 물건을 생산, 유통, 폐기하면서 생기는 탄소배출물로 지구의 기온이 높아질수록 태풍은 거세지고, 가뭄은 독해지며, 산불은 빈번해진다. 농산물의 작황은 나빠지고, 해수면의 상승으로 해안가 도시는 가라앉는다.
텀블러를 시작으로, 조금씩 불편하게 살아보고 있다. 투표권을 가진 시민과, 소비력을 갖춘 소비자가 먼저 목소리를 내야, 법과 정책이 바뀌고, 기업의 포장문화와 생산품목이 달라질 수 있다. 미래에도 하나뿐인 지구에서 건강하게 살고 싶은 마음으로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1. 면생리대
2년째, 면생리대를 쓰고 있다. 쓰기 전까지 고민했다. 한 달에 한 번, 생리를 하면 몸이 무겁고 쳐지는데, 면생리대까지 세탁하면 힘들지는 않을까? 외출했을 때 번거롭지는 않을까? 착용감이 불편하면 어떡하지?
기우였다. 과탄산소다에 불려놓으면 손세탁도 쉬웠고, 1회용 생리대를 챙겨 외출하는 정성 정도면 면생리대도 쓸 만했다. 착용감은 면 속옷을 입을 때만큼이나 보드라워 1회용에 비해 오히려 쾌적했다.
무엇보다 1회용 생리대를 쓰고 버릴 때의 죄책감이 더이상 들지 않아 마음이 편하다. 매달 지출하던 1회용 생리대 비용도 꽤 절약할 수 있고, 조금 더 저렴하면서도 질 좋은 1회용 생리대를 찾아 인터넷을 뒤지던 수고로움도 없다.
심지어 면생리대는 2년이 지나도 여전히 튼튼하다. 실밥 하나 튀어나오지 않았다. 마르고 닳도록 더 오래 쓸 수 있어 안심이다.
2. 빗자루
우리 부부는 맞벌이라 늦은 시간에 집 청소를 한다. 아파트에 살다 보니 밤에 청소기를 돌리기에는 아랫집에 폐가 될까봐 걱정돼서, 평일에는 빗자루로 비질을 한다. 신혼 때 사서 7년째 쓰고 있는 진공 유선 청소기가 있지만, 소음이 없어 빗자루를 더 잘 쓰고 있다.
이 빗자루의 별명은 '친환경 무선 무소음 청소기'. 조용하고, 전기 안 쓰고, 코드를 꽂았다 빼는 귀찮음도 없다. 59㎡ 작은 집에 사는 덕분에 크게 힘이 들지 않다. 더 큰 집에 살았더라면 엄두가 안 났겠지만, 네 식구 사는 작은 집에서는 비질도 어렵지 않다. 게다가 전기 에너지보다 몸을 쓸 수 있으면 몸을 쓰자는 마음을 일상적으로 새기는 데, 비질만 한 게 없다.
▲ 친환경 무선 무소음 청소기인 빗자루입니다. 볕 좋은 날, 과탄산소다에 불렸다가 따뜻한 물로 씻어 햇볕 아래 말립니다. ⓒ 최다혜
3. 플라스틱 배출기록 SNS에 공개하기 & 도시락 & 용기내
1주일에 한 번, 어린 두 아이와 함께 사는 우리 네 식구의 플라스틱 배출 기록을 점검한다. 깨끗이 씻어 말린 플라스틱, 스티로폼, 비닐을 모아 사진으로 찍고, SNS에 공유하는 거다. 우리 식구가 쓴 플라스틱을 볼 때마다 괴롭다. 잘 괴로웠다. 다음에는 조금 더 줄여보자는 의욕이 생긴다.
1주일에 한 번, 플라스틱 점검 후 쓰레기를 줄이자는 의욕이 솟으면 아이들과 바깥 나들이를 가는 주말에 도시락을 싼다. 식당에서 다회용기에 포장해 먹기도 한다. 물론 매번 도시락을 싸지는 못 하고, 매번 다회용기를 챙겨 식당에서 포장하지는 못 한다. 완벽하진 못 해도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게 낫지 않을까.
▲ 9월의 플라스틱 배출기록 ⓒ 최다혜
4. 기부
금전적으로도 조금 불편해지려 한다. 우리 부부는 한 달에 각각 용돈을 15만 원씩 받는다. 나는 그중 3만 원을 환경단체에 기부한다. 개인적으로 소소한 실천들을 하고 있긴 하지만, 정부와 기업에 직접적인 목소리를 내기에는 용기와 정성이 부족했다. 환경단체는 그 용기와 정성을 들여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함께 하지 못해 죄송하고, 대신 힘을 내줘서 감사한 마음이 든다. 돈으로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
올해 '최소한의 소비'에 관한 책을 출간했는데, 인세의 10%도 기부했다. 책의 종이 재질도 신경 썼다. 편집자님께서 도와주신 덕분에 그린라이트 100g 친환경 인증 용지로 인쇄할 수 있었다. 앞으로 인세가 들어오는 족족 10%를 기부하고, SNS에 공개 기록으로 남기려고 한다.
▲ 환경보호단체에 꾸준히 기부합니다. ⓒ 최다혜
불편한 게 자랑인 세상이 되면 좋겠다. 자랑이 또 다른 자랑을 낳아, 검소한 생활이 보편이 되어야 쓰레기 범람과 기후 위기로부터 인류가 스스로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온갖 미디어가 스타벅스 50주년 공짜 리유저블 컵으로 도배되고, SNS에도 예쁜 공짜들이 전시되고 있다. 이때, 2018년에 처음 만난 '뽕' 소리 나는 이 텀블러도 미디어의 한 켠에서 환영받는 세상이길 꿈꾼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