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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대선의 첫 전장 '기본소득'

[주장] '기본소득' 정책이 마주할 비판들에 대하여

등록|2021.10.05 09:43 수정|2021.10.05 09:47
1.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이후의 전장, '기본소득'

2021년 10월 2일.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자 경선(부산, 울산, 경남 )에서 이재명 후보가 다시 한번 과반의 승리를 가져갔다. 지금까지 더불어민주당 경선 누적 기록을 종합해보면 이재명 후보는 53.51%p, 이낙연 후보가 34.67%p, 추미애 후보가 10.58%p, 박용진 후보가 1.24%p를 기록하고 있다. 향후 경선 일정이 수도권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재명 후보의 최종 승리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2일 오후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BPEX)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서 이재명 후보가 정견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만약 이대로 이재명 후보가 더불어민주당의 후보로 확정 된다면 2022년 대선 본선 정국에서 큰 이슈가 될 지점은 '기본소득'이 될 것이다. 물론 경선과정에서 대장동, 지역주의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면서 사라진 점이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다른 후보들 뿐만 아니라 야당들의 후보들 역시 이렇다 할 핵심 정책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상대 후보가 누구로 확정 되든 이재명 후보가 전면에 내세울 '기본소득' 정책은 뜨거운 이슈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 기본소득이 마주한 비판의 세 가지 논리

기본소득 정책은 과거 민주당과 진보정당들이 추진해 온 공공부조, 무상급식, 보편복지와 같은 진보적 복지정책의 다음 단계로 볼 수 있다. 과거의 복지정책들이 마주해 온 비판들을 돌이켜 보면 기본소득 정책이 마주할 비판들을 미리 추론해볼 수 있다. 더 나아가 한국의 진보적 복지정책들이 마주해 온 비판들의 공통점을 종합해보면 몇 가지 동일한 유형의 비판이 존재함을 알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한 권의 책이 있다.
 

▲ 『보수는 어떻게 지배 하는가』, 허시먼, 앨버트 저, 이근영 옮김, 2010[1991], 웅진지식하우스 ⓒ 웅진지식하우스


이렇게 진보적 지향에 대해 비판하는 논리를 다룬 저서가 앨버트 허시먼의 <보수는 어떻게 지배 하는가>이다. 허시먼은 1789년 프랑스 혁명 이후 펼쳐졌던 진보적 정책들에 대해 가해졌던 보수의 비판 논리를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정리한다. 변화를 통해 만들어 내고자 했던 결과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만들 것이라는 역효과 명제, 변화가 만들어진다고 해도 기존의 체제가 변하지 않을 것이란 무용명제, 변화가 생긴다면 오히려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민주주의가 위태로워질 것이라는 주장이 그것들이다.

이는 한국에서 이루어져 왔던 다양한 진보적 복지정책들 역시 마주했던 비판들이었으며, 더불어민주당 경선 이후 '기본소득'이라는 핵심적 토론 주제에서도 진보 진영이 마주해야 할 비난들이며, 이와 관련한 토론들은 당장 대선 본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일어날 논쟁들에서 발견 될 것이다. 저자의 주장을 기본소득 정책에 적용해본다면 아래와 같은 비판이 가해질 수 있다는 예상을 해 볼 수 있다.
 
[역효과 명제: "오히려 정반대의 결과를 낳을 것이다."]
기본소득이 마주할 역효과 명제는 빈곤문제가 해결 되지 않고 오히려 전체적으로 빈곤문제가 심화될 것이라는 비판이다. 모두가 기본소득을 받게 됨에 따라 근로의욕이 줄어들고 최소한의 금액만으로 만족하게 되어 그 이상의 근로소득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란 비판이다.

[무용명제: "그래 봐야 기존의 체제가 바뀌지 않을 것이다."]
기본소득에 대한 비판은 냉소적 무용명제의 비판도 받게 될 것이다. 기본소득이라는 정책을 내걸어 봤자 사회적 저항을 맞아 실행될 수 없으며, 유사한 정책이 나온다고 해도 지금의 복지정책과 다를 바가 없기에 기본소득 정책은 선언에 불과할 것이라는 비판이 이에 해당한다.

[위험명제: "그렇게 하면 우리의 자유와 민주주의가 위태로워질 것이다."]
위험명제의 경우가 보수정치 진영에서 가하는 주된 비판이다. 기본소득 재원을 위해서 부유층과 부동산에 기반 한 과세가 강화 되면서 개인들의 재산권이라는 자유의 영역을 침범할 것이라는 비판이 그것이다. 또한 기본소득에 매몰 되어 무조건 기본소득을 지지함으로써 민주주의가 포퓰리즘에 파괴될 것이라는 비판도 그것이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전국 190개 지방정부에 기본소득 지방정부협의회 참여를 요청한 편지를 보낸 후 21개 지방정부가 새롭게 참가 의사를 밝혔다. ⓒ 경기도


3. 뒤집어 사용하는 보수주의의 수사학

위와 같은 세 가지 보수의 수사학을 통해 가해진 기본소득에 대한 비판은 아래와 같은 문장으로 요약해볼 수 있다.
 
"기본소득은 빈곤문제를 해결하지 못 할 뿐 아니라 근로의지를 저하시켜 오히려 빈곤문제가 더 광범위해질 것이다(역효과 명제). 게다가 기본소득을 한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할 수도 없는 정책이기 때문에 기본소득 정책 주장은 아무런 변화도 만들지 못할 것이다(무용명제). 무엇보다 기본소득은 열심히 살아가는 고소득층과 부동산 하나밖에 없는 성실한 시민들을 착취하는 정책이기 때문에 민주주의와 자유를 침해하는 정책이다(위험명제)."
 

그렇다면 이러한 보수주의적 비판에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이들은 어떤 대처를 할 수 있을까. 저자인 앨버트 허시먼은 보수주의적 수사학을 뒤집어 사용해볼 수도 있음을 제기한다. 이를 기본소득에 활용해본다면, 역효과 명제에 대해서는 계획된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비참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지금의 불평등 문제를 방치한다면 더 큰 비극이 다가올 것이라는 긍정적 미래를 제시해볼 수 있다.

위험명제에 대해서는, 지금의 복지제도나 세금제도는 분명 더 좋은 사회를 만들었지만 기본소득이라는 새로운 개혁은 이에 조응하여 더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안전한 미래를 제시할 수 있다. 무용명제에 대해서는 이미 우리가 경험해왔듯이 복지정책의 확대는 분명히 더 좋은 결과를 마주하게 만들었다. 기본소득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유용했던 역사의 사례를 제시해볼 수 있다.

다른 후보자들이 또다른 어젠다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기본소득은 2022년 대선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가 될 것이다. 결국 기본소득이라는 진보적 정책에 대한 보수주의적 비판은 당장에 마주해야 할 대선 정국의 다음 단계인 것이다. 이것에 대한 대응과 이것이 만든 결과물이 우리가 마주할 미래의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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