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에서 외친 공정, 대선주자 떠올라"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인 열풍이 불고 있다. <오징어 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여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 물이다.
사실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게임들은 컴퓨터가 보편화 되기 전 누구나 어릴 적 동네 골목에서 해볼 만한 지극히 한국적인 놀이다. 그런 한국적인 놀이가 세계인들을 어떻게 열광시켰을까? <오징어 게임> 열풍을 분석해 보고자 지난 1일 대중문화 평론가인 정덕현씨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정 평론가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한국 색깔 강한 작품들이 인기 끄는 이유는..."
- 전 세계에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열풍이 부는 것 같아요. 77개국에서 1위를 하고 있어요, 이 흐름 어떻게 보고 계세요?
"지금은 거의 86개국 중 85개국에서 1위를 하는 것 같아요. 굉장히 흥미로운 현상이죠. 왜냐하면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하게 전체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부분 특히 이 작품이 거의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에서 1위를 차지했고요. 넷플릭스 CEO분도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 콘텐츠 중에 가장 주목받고 성과를 내는 콘텐츠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얘기를 하고 있거든요.
실질적으로 그런 효과를 한국콘텐츠가 내고 있다는 지점은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이게 단지 한국인이라서 콘텐츠가 잘 되니까 좋다는 정도 차원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지금 콘텐츠들이 글로벌 시대에 들어가서 어떻게 경쟁을 하고 있고 그 경쟁 안에서 한국 콘텐츠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뭘까란 차원에서 이런 현상을 바라보고 있거든요."
- 그럼 이유는 뭐라고 보세요?
"일단 글로벌 시대 안에서 로컬 콘텐츠들이 굉장히 많이 주목을 받을 기회가 과거보다 굉장히 많아졌다는 거예요. 과거 로컬 콘텐츠가 해외에 나가려면 넘어야 할 산들이 되게 많았어요. 여기서 주목받으려면 일단 해외에서 관심을 보여야 되고 관심을 보이려면 예를 들어 시상식에서 상을 받거나 해야 주목을 받을 수 있죠. 그러나 해외 시상식장에서 수상했다고 대중적인 작품이 되기는 어려워서 대중적으로도 가려면 그 나라의 유통망을 뚫고 들어가야 되고 그렇게 올려졌을 때 그게 관객들한테 연결되는 이런 부분들인데 지금은 이런 단계를 다 없애 버린 상태에서 넷플릭스에 얹어지면 바로 반응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인 거죠.
그 환경이 기본적으로 <오징어 게임> 열풍의 기반을 만든 부분이 있고요. 한국 콘텐츠가 이렇게 잘 되는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제가 보는 관점은 최근에 한국에서 만들어진 콘텐츠들 특징들이 유사한 면이 많이 있는데 그게 한국의 색깔이 굉장히 강하면서 글로벌하게 사람들이 다 이해할 수 있는 장르 같은 것들을 잘 따른 작품들이 많단 거죠."
- 예를 들어 주신다면요.
"<킹덤> 같은 작품도 있고요. 그다음에 넷플릭스가 아니지만, 봉준호 감독님이 했던 <기생충>이라든가 <설국열차>이죠. <설국열차>는 논외지만 <기생충>이든 <오징어 게임>이든 <킹덤>이든 대부분 로컬 색깔이 확실하다는 거죠. 한국 사람들이 가진 문화의 색깔이 확 드러나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어요. <오징어 게임>도 보면 이 안에 다양하게 한국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어린 시절 했던 놀이들 요소들이 들어가 있어요. 현실에서 실패를 많이 경험한 이들이 절실한 상황에서 이 게임에 들어가게 되는데 현실적인 부분들은 한국 사람들이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로컬 색깔이 확실히 들어가 있다는 거죠."
- <오징어 게임>이 영화 <기생충>의 구조와 비슷하다는 의견도 있던데.
"저도 그렇게 보고 있어요. 이 작품은 데스서바이벌 장르라고는 얘기를 하지만 저는 그거보다는 <기생충>이 하는 약간 사회고발 같은 거죠. 예를 들어 자본주의의 계급 구조를 고발하는 이야기라고 저는 보거든요. 그래서 이런 작품들이 대부분 해외에서 많이 성공한 거죠. 아까 제가 몇 개 작품들을 얘기했지만, 그 작품들이 다 계급 구조를 비판하는 작품들이거든요. <오징어 게임>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는 거죠.
근데 하필이면 한국에서 만드는 이런 콘텐츠들이 다 계급구조에 대한 것들을 다뤄서 해외에서도 성공한 게 우연인가란 질문을 던질 수가 있는데 제가 생각하기에는 특별히 이걸 의도했다기보다는 한국 사회가 그만큼 경쟁적인 사회라는 거죠. 전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봐도 가장 경쟁적인 사회라는 게 당연한 거 같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이 콘텐츠에 자연스럽게 동일한 문제의식으로 들어가서 많이 만들어졌을 거라고 보이고요.
그렇게 만든 작품들이 해외에도 없는 건 아니지만 굉장히 한국의 콘텐츠들은 훨씬 더 직설적으로 많이 다룬단 거예요. 직설적으로 다룰 수밖에 없는 이유는 경쟁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더 치열하기 때문에 훨씬 더 자세하게 들여다보고 바로바로 얘기하는 형태로 작품이 구현된다는 거죠."
<오징어 게임>이 던진 메시지
- <오징어 게임>에선 공정을 강조하잖아요. 그러나 한편으로 이게 공정한가라는 의문이 들게 하는 것이 마치 우리 사회와 비슷한 것 같아요.
"맞아요. 그 안에서 공정 얘기를 하지만 사실은 우리가 피라미드구조라고 하는 경쟁시스템 안에 일단 들어가면 공정이라는 말이 그 안에서 실질적으로 현실적으로 일어나기가 쉽지 않다는 거죠. 근데 그 안에서 공정을 외치는 장면들을 보고 전 뭘 떠올렸냐면 대선 때만 되면 대선주자들이 다 공정한 사회를 떠들고 얘기하잖아요. 뭔가 가치를 어젠다처럼 던져서 본인의 정책이나 정강이 거기 있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실질적으로 그게 기능을 하는가죠. 그렇게 얘기를 한다고 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자체를 고치지 않으면 바뀌기 어려운 것이 아닌가란 것들을 <오징어 게임>을 보며 많이 느꼈어요"
- 공정은 불가능할까요?
"최소한 저는 경쟁 사회 안에서는 공정이 쉽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대부분 룰을 다루는 규칙을 정하면 그 규칙 안에서 공정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누군가 그 규칙을 정할 때 그 사람의 욕망이 들어간다거나 뭐 하면 그게 과연 공정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기본적으로 하거든요. 굉장히 이상적인 얘기고요. 현실적으로는 그 안에서도 우리가 공정을 계속 요구하면서 조금씩 나아지는 사회를 요구하는 게 맞는 것이겠죠."
- 드라마로 얘기하자면 거기서 게임 참가자들이 공정한 사회를 요구하는 게 불가능하지 않나요?
"불가능하죠. 왜냐면 그 공정한 룰이라는 게 결국은 생존하고 관련이 있는 분들 때문에 그 안에 룰을 깰 수 있는 틈들이 계속 생긴다는 거죠. 실제로 그 안에서 그 룰을 운영하는 자들도 제대로 작동시키지 않고 본인들의 욕망을 투여해서 돈을 벌려고 장기를 판매한다거나 이런 식의 뭔가 다른 행위들을 하고 있기 때문에 틈새들이 끊임없이 많이 생긴다는 거죠. 인간의 욕망이 저마다 다 다르고 이 안에 저마다의 갈증을 갖고 들어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하나의 룰을 가지고 공정을 유지한다는 건 상당히 어렵다고 할 수 있겠죠."
- <오징어 게임>에 성기훈(이정재 분)과 조상우(박해수 분)가 나오잖아요. 성기훈은 자동차 회사에 다니다 해고된 하층민이고 조상우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잘 나가던 펀드 매니저였는데 결국 똑같이 오징어 게임에 참가하잖아요. 그것도 의미하는 바가 있을 것 같아요.
"결국 어느 위치에 있거나 이 룰 안에서는 비슷하게 다 뭔가 비극적인 결말을 향해서 달려갈 수밖에 없는 구조고 승자나 승패가 나눠지긴 하지만 사실 이 <오징어 게임>은 바람직한 희망이라든가 아니면 이 틀 안에서도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바람직한 상을 제시하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굉장히 냉소적인 작품처럼 느껴지는데 심지어는 주인공인 성기훈이 끝까지 살아남는 이유도 잘 들여다보면 뭔가 본인이 가진 어떤 능력이나 자질이나 태도 때문에 선택됐다기보다는 운에 의해 좌우된 부분이 크고 그 운은 누가 부여하냐면 이 게임을 처음에 만들었던 일남이라는 할아버지가 사실 상당 부분 조력한 게 있다는 거죠.
그래서 그런 것들이 전반적으로 <오징어 게임>은 물론 우리 현실에서 보면 서울대를 나온 것과 그다음에 보통 대학을 나온 거 아니면 대학을 못 나온 것과 이런 것들이 다 계급화 돼서 그 안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어떤 사람들은 아예 정해진 대로 잘 살아갈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서울대를 나와도 결과적으로 나중에 그 사람 역시 오징어 게임 안에서 게임을 하는 사람일 수밖에 없죠. 그 사람이 게임을 설계 한 사람이 아니라면요. 그래서 대부분의 우리는 이 경쟁구조 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거를 그 틀 안에서 많이 보여 주는 것 같아요.
그리고 결국 우승자가 생기지만 우승하면 그다음에 또 뭐냐는 거죠. 우승하면 굉장히 행복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나와 가지고 돈을 쓸 수 없더라는 거죠. 왜냐면 그 돈의 의미가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값 같은 거잖아요. 그런 과정들이 전반적으로 그 계급구조 안에서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경쟁의 틀을 잘 표현한 거 같아요."
- 게임에 참가한 사람 중엔 새터민도 있고 이주 노동자도 있잖아요. 이게 의미하는 건 뭘까요?
"감독이 직접 한 얘기를 들어보면 굉장히 한국 사회에서 약자들을 대부분 다 이 게임 안으로 집어넣으려고 했다고 하더라고요. 이 게임이 다른 데스 서바이벌 게임하고 다른 게 데스 서바이벌에서 대부분 인물은 본인이 왜 그 게임에 들어왔는지를 인지하지 못하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오징어 게임>은 선택을 아예 줘버려요. 그래서 대부분 여기 들어오는 인물들이 아주 자발적으로 들어옵니다. 자발적으로 들어오는 이유는 밖의 세상이 더 지옥 같아서 들어오는 거죠. 그 각각이 가진 갈증들이 다 다른 거죠.
그리고 그 갈증들을 대변할 수 있는 건 인물들이 가진 캐릭터라고 볼 수 있는데 그 인물들이 사실은 한국 사회의 굉장히 소외된 약자들 중심으로 돼 있다는 것이죠. 약자들이기 때문에 더 많은 갈증을 갖고 게임에 참여하게 되는 부분들이 있죠. 그 안에서 인물마다 하나씩 에피소드들이 그려지는데 그 이야기도 이게 게임 안의 얘기를 계속 다루고 있지만, 게임 바깥세상을 우리가 유추할 수 있는 단서를 많이 제공할 수 있는 그런 틀이라는 것이죠. 그런 방식으로 인물들이 구성됐을 거로 생각해요."
- 마지막 부분에서 성기훈은 미국에 가려던 계획을 바꿔 오징어 게임에 참가하겠다고 하잖아요. 왜 나왔을까요?
"글쎄요. 그거는 제가 모르겠어요. 시즌 2가 나와야죠. 왜냐면 뒤에 남은 미스터리와 떡밥이 되게 많아요. 성기훈이 그런 선택을 했다는 게 여러 의미가 있겠죠. 예를 들어 '결국은 우리는 뭘 벗어나려고 해도 미국 갔다고 해서 이게 달라지지 않는 거야. 결국은 이 게임 안에 우리는 계속 있을 거야'라는 생각을 드러내기 위해서 그런 선택을 보여줬다면 그렇게 보여줄 수도 있는 거죠. 하지만 이런 답은 정답이 아닐 가능성이 높아요. 왜냐면 시즌 2나 뒤에 이어질 얘기에 따라 맥락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어떤 면에서 그런 선택이 열려 있다고 봐야 되겠죠."
- <오징어 게임>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뭘까요?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떤 모양인가를 보라는 정도인 거 같아요. '이런 세상이기 때문에 어떻게 살아라' 까지는 얘기하지 않고 사실은 '당신들이 사는 이 경쟁 구조가 당연한 것처럼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고 아주 전쟁처럼 회사에서 일하다가 파김치가 되어서 집에 돌아와 자고 다음 날 또 일어나서 가는 일상적인 흐름이 우린 별 비판 없이 그냥 살고 있지. 누군가에 의해서 만들어진 시스템이고 그 시스템 안에서 우리는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 경쟁하다가 결국은 누군가의 즐거움을 위해서 내가 희생되는 하나의 말일 수 있다'는 걸 보여 주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겠죠. 그 인식을 깨닫는 부분들 아니면 그런 폭로가 주는 카타르시스가 이 작품의 핵심적인 메시지라고 봐요."
- <오징어 게임>의 열풍은 얼마나 갈까요?
"당분간 지속 되겠죠. 특히 핼러윈 시즌을 맞아서 미국에서는 <오징어 게임>에 관리자들이 입던 의상이 이미 출시가 돼서 열풍 조짐을 보여요. 콘텐츠가 오래 갈 수 있는 이유는 콘텐츠 소비로 끝나는 게 아니라 약간 놀이문화처럼 실생활에 영향을 미쳤을 때 훨씬 더 길게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요. <오징어 게임>은 그런 측면에서는 더 오래 열풍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죠.
물론 조금 지나고 나면 또 새로운 콘텐츠가 또 올라올 거예요. 이게 마치 이런 구조가 <오징어 게임> 구조와 같은 겁니다. 넷플릭스가 엄청나게 많은 콘텐츠를 다 갖고 있잖아요. 거기에 참가자들이 있는 거고 각자 몸값이 좀 다르겠죠. 누군 200억이고 누군 더 많은 돈을 갖고 있지만, 그 틀 안에서 경쟁 붙이고 우리는 매일 매일 플릭스 페트롤 들어가서 누구는 1등이고 누군 2등이고 이걸 보면서 수치를 세지만 어느 순간 지나 보면 다른 누군가가 거기에 성기훈 위치처럼 1위로 올라가 있는 부분들이 또 생길 거예요. 그게 무한 반복되는 게임이 될 수 있는 거죠.
<오징어 게임>의 우리는 한국 사람으로서 굉장히 반가운 부분들이 있지만, 구조적으로 보면 넷플릭스라는 거대한 틀 안에서 우리가 전 세계 콘텐츠들이 다들 오징어 게임을 하는 상황이라는 걸 인지하게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사실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게임들은 컴퓨터가 보편화 되기 전 누구나 어릴 적 동네 골목에서 해볼 만한 지극히 한국적인 놀이다. 그런 한국적인 놀이가 세계인들을 어떻게 열광시켰을까? <오징어 게임> 열풍을 분석해 보고자 지난 1일 대중문화 평론가인 정덕현씨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정 평론가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 ⓒ 정덕현 제공
- 전 세계에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열풍이 부는 것 같아요. 77개국에서 1위를 하고 있어요, 이 흐름 어떻게 보고 계세요?
"지금은 거의 86개국 중 85개국에서 1위를 하는 것 같아요. 굉장히 흥미로운 현상이죠. 왜냐하면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하게 전체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부분 특히 이 작품이 거의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에서 1위를 차지했고요. 넷플릭스 CEO분도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 콘텐츠 중에 가장 주목받고 성과를 내는 콘텐츠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얘기를 하고 있거든요.
실질적으로 그런 효과를 한국콘텐츠가 내고 있다는 지점은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이게 단지 한국인이라서 콘텐츠가 잘 되니까 좋다는 정도 차원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지금 콘텐츠들이 글로벌 시대에 들어가서 어떻게 경쟁을 하고 있고 그 경쟁 안에서 한국 콘텐츠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뭘까란 차원에서 이런 현상을 바라보고 있거든요."
- 그럼 이유는 뭐라고 보세요?
"일단 글로벌 시대 안에서 로컬 콘텐츠들이 굉장히 많이 주목을 받을 기회가 과거보다 굉장히 많아졌다는 거예요. 과거 로컬 콘텐츠가 해외에 나가려면 넘어야 할 산들이 되게 많았어요. 여기서 주목받으려면 일단 해외에서 관심을 보여야 되고 관심을 보이려면 예를 들어 시상식에서 상을 받거나 해야 주목을 받을 수 있죠. 그러나 해외 시상식장에서 수상했다고 대중적인 작품이 되기는 어려워서 대중적으로도 가려면 그 나라의 유통망을 뚫고 들어가야 되고 그렇게 올려졌을 때 그게 관객들한테 연결되는 이런 부분들인데 지금은 이런 단계를 다 없애 버린 상태에서 넷플릭스에 얹어지면 바로 반응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인 거죠.
그 환경이 기본적으로 <오징어 게임> 열풍의 기반을 만든 부분이 있고요. 한국 콘텐츠가 이렇게 잘 되는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제가 보는 관점은 최근에 한국에서 만들어진 콘텐츠들 특징들이 유사한 면이 많이 있는데 그게 한국의 색깔이 굉장히 강하면서 글로벌하게 사람들이 다 이해할 수 있는 장르 같은 것들을 잘 따른 작품들이 많단 거죠."
- 예를 들어 주신다면요.
"<킹덤> 같은 작품도 있고요. 그다음에 넷플릭스가 아니지만, 봉준호 감독님이 했던 <기생충>이라든가 <설국열차>이죠. <설국열차>는 논외지만 <기생충>이든 <오징어 게임>이든 <킹덤>이든 대부분 로컬 색깔이 확실하다는 거죠. 한국 사람들이 가진 문화의 색깔이 확 드러나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어요. <오징어 게임>도 보면 이 안에 다양하게 한국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어린 시절 했던 놀이들 요소들이 들어가 있어요. 현실에서 실패를 많이 경험한 이들이 절실한 상황에서 이 게임에 들어가게 되는데 현실적인 부분들은 한국 사람들이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로컬 색깔이 확실히 들어가 있다는 거죠."
- <오징어 게임>이 영화 <기생충>의 구조와 비슷하다는 의견도 있던데.
"저도 그렇게 보고 있어요. 이 작품은 데스서바이벌 장르라고는 얘기를 하지만 저는 그거보다는 <기생충>이 하는 약간 사회고발 같은 거죠. 예를 들어 자본주의의 계급 구조를 고발하는 이야기라고 저는 보거든요. 그래서 이런 작품들이 대부분 해외에서 많이 성공한 거죠. 아까 제가 몇 개 작품들을 얘기했지만, 그 작품들이 다 계급 구조를 비판하는 작품들이거든요. <오징어 게임>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는 거죠.
근데 하필이면 한국에서 만드는 이런 콘텐츠들이 다 계급구조에 대한 것들을 다뤄서 해외에서도 성공한 게 우연인가란 질문을 던질 수가 있는데 제가 생각하기에는 특별히 이걸 의도했다기보다는 한국 사회가 그만큼 경쟁적인 사회라는 거죠. 전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봐도 가장 경쟁적인 사회라는 게 당연한 거 같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이 콘텐츠에 자연스럽게 동일한 문제의식으로 들어가서 많이 만들어졌을 거라고 보이고요.
그렇게 만든 작품들이 해외에도 없는 건 아니지만 굉장히 한국의 콘텐츠들은 훨씬 더 직설적으로 많이 다룬단 거예요. 직설적으로 다룰 수밖에 없는 이유는 경쟁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더 치열하기 때문에 훨씬 더 자세하게 들여다보고 바로바로 얘기하는 형태로 작품이 구현된다는 거죠."
<오징어 게임>이 던진 메시지
▲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 넷플릭스
- <오징어 게임>에선 공정을 강조하잖아요. 그러나 한편으로 이게 공정한가라는 의문이 들게 하는 것이 마치 우리 사회와 비슷한 것 같아요.
"맞아요. 그 안에서 공정 얘기를 하지만 사실은 우리가 피라미드구조라고 하는 경쟁시스템 안에 일단 들어가면 공정이라는 말이 그 안에서 실질적으로 현실적으로 일어나기가 쉽지 않다는 거죠. 근데 그 안에서 공정을 외치는 장면들을 보고 전 뭘 떠올렸냐면 대선 때만 되면 대선주자들이 다 공정한 사회를 떠들고 얘기하잖아요. 뭔가 가치를 어젠다처럼 던져서 본인의 정책이나 정강이 거기 있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실질적으로 그게 기능을 하는가죠. 그렇게 얘기를 한다고 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자체를 고치지 않으면 바뀌기 어려운 것이 아닌가란 것들을 <오징어 게임>을 보며 많이 느꼈어요"
- 공정은 불가능할까요?
"최소한 저는 경쟁 사회 안에서는 공정이 쉽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대부분 룰을 다루는 규칙을 정하면 그 규칙 안에서 공정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누군가 그 규칙을 정할 때 그 사람의 욕망이 들어간다거나 뭐 하면 그게 과연 공정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기본적으로 하거든요. 굉장히 이상적인 얘기고요. 현실적으로는 그 안에서도 우리가 공정을 계속 요구하면서 조금씩 나아지는 사회를 요구하는 게 맞는 것이겠죠."
- 드라마로 얘기하자면 거기서 게임 참가자들이 공정한 사회를 요구하는 게 불가능하지 않나요?
"불가능하죠. 왜냐면 그 공정한 룰이라는 게 결국은 생존하고 관련이 있는 분들 때문에 그 안에 룰을 깰 수 있는 틈들이 계속 생긴다는 거죠. 실제로 그 안에서 그 룰을 운영하는 자들도 제대로 작동시키지 않고 본인들의 욕망을 투여해서 돈을 벌려고 장기를 판매한다거나 이런 식의 뭔가 다른 행위들을 하고 있기 때문에 틈새들이 끊임없이 많이 생긴다는 거죠. 인간의 욕망이 저마다 다 다르고 이 안에 저마다의 갈증을 갖고 들어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하나의 룰을 가지고 공정을 유지한다는 건 상당히 어렵다고 할 수 있겠죠."
- <오징어 게임>에 성기훈(이정재 분)과 조상우(박해수 분)가 나오잖아요. 성기훈은 자동차 회사에 다니다 해고된 하층민이고 조상우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잘 나가던 펀드 매니저였는데 결국 똑같이 오징어 게임에 참가하잖아요. 그것도 의미하는 바가 있을 것 같아요.
"결국 어느 위치에 있거나 이 룰 안에서는 비슷하게 다 뭔가 비극적인 결말을 향해서 달려갈 수밖에 없는 구조고 승자나 승패가 나눠지긴 하지만 사실 이 <오징어 게임>은 바람직한 희망이라든가 아니면 이 틀 안에서도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바람직한 상을 제시하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굉장히 냉소적인 작품처럼 느껴지는데 심지어는 주인공인 성기훈이 끝까지 살아남는 이유도 잘 들여다보면 뭔가 본인이 가진 어떤 능력이나 자질이나 태도 때문에 선택됐다기보다는 운에 의해 좌우된 부분이 크고 그 운은 누가 부여하냐면 이 게임을 처음에 만들었던 일남이라는 할아버지가 사실 상당 부분 조력한 게 있다는 거죠.
그래서 그런 것들이 전반적으로 <오징어 게임>은 물론 우리 현실에서 보면 서울대를 나온 것과 그다음에 보통 대학을 나온 거 아니면 대학을 못 나온 것과 이런 것들이 다 계급화 돼서 그 안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어떤 사람들은 아예 정해진 대로 잘 살아갈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서울대를 나와도 결과적으로 나중에 그 사람 역시 오징어 게임 안에서 게임을 하는 사람일 수밖에 없죠. 그 사람이 게임을 설계 한 사람이 아니라면요. 그래서 대부분의 우리는 이 경쟁구조 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거를 그 틀 안에서 많이 보여 주는 것 같아요.
그리고 결국 우승자가 생기지만 우승하면 그다음에 또 뭐냐는 거죠. 우승하면 굉장히 행복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나와 가지고 돈을 쓸 수 없더라는 거죠. 왜냐면 그 돈의 의미가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값 같은 거잖아요. 그런 과정들이 전반적으로 그 계급구조 안에서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경쟁의 틀을 잘 표현한 거 같아요."
▲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중 구슬 게임 장면 ⓒ 넷플릭스
- 게임에 참가한 사람 중엔 새터민도 있고 이주 노동자도 있잖아요. 이게 의미하는 건 뭘까요?
"감독이 직접 한 얘기를 들어보면 굉장히 한국 사회에서 약자들을 대부분 다 이 게임 안으로 집어넣으려고 했다고 하더라고요. 이 게임이 다른 데스 서바이벌 게임하고 다른 게 데스 서바이벌에서 대부분 인물은 본인이 왜 그 게임에 들어왔는지를 인지하지 못하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오징어 게임>은 선택을 아예 줘버려요. 그래서 대부분 여기 들어오는 인물들이 아주 자발적으로 들어옵니다. 자발적으로 들어오는 이유는 밖의 세상이 더 지옥 같아서 들어오는 거죠. 그 각각이 가진 갈증들이 다 다른 거죠.
그리고 그 갈증들을 대변할 수 있는 건 인물들이 가진 캐릭터라고 볼 수 있는데 그 인물들이 사실은 한국 사회의 굉장히 소외된 약자들 중심으로 돼 있다는 것이죠. 약자들이기 때문에 더 많은 갈증을 갖고 게임에 참여하게 되는 부분들이 있죠. 그 안에서 인물마다 하나씩 에피소드들이 그려지는데 그 이야기도 이게 게임 안의 얘기를 계속 다루고 있지만, 게임 바깥세상을 우리가 유추할 수 있는 단서를 많이 제공할 수 있는 그런 틀이라는 것이죠. 그런 방식으로 인물들이 구성됐을 거로 생각해요."
- 마지막 부분에서 성기훈은 미국에 가려던 계획을 바꿔 오징어 게임에 참가하겠다고 하잖아요. 왜 나왔을까요?
"글쎄요. 그거는 제가 모르겠어요. 시즌 2가 나와야죠. 왜냐면 뒤에 남은 미스터리와 떡밥이 되게 많아요. 성기훈이 그런 선택을 했다는 게 여러 의미가 있겠죠. 예를 들어 '결국은 우리는 뭘 벗어나려고 해도 미국 갔다고 해서 이게 달라지지 않는 거야. 결국은 이 게임 안에 우리는 계속 있을 거야'라는 생각을 드러내기 위해서 그런 선택을 보여줬다면 그렇게 보여줄 수도 있는 거죠. 하지만 이런 답은 정답이 아닐 가능성이 높아요. 왜냐면 시즌 2나 뒤에 이어질 얘기에 따라 맥락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어떤 면에서 그런 선택이 열려 있다고 봐야 되겠죠."
- <오징어 게임>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뭘까요?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떤 모양인가를 보라는 정도인 거 같아요. '이런 세상이기 때문에 어떻게 살아라' 까지는 얘기하지 않고 사실은 '당신들이 사는 이 경쟁 구조가 당연한 것처럼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고 아주 전쟁처럼 회사에서 일하다가 파김치가 되어서 집에 돌아와 자고 다음 날 또 일어나서 가는 일상적인 흐름이 우린 별 비판 없이 그냥 살고 있지. 누군가에 의해서 만들어진 시스템이고 그 시스템 안에서 우리는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 경쟁하다가 결국은 누군가의 즐거움을 위해서 내가 희생되는 하나의 말일 수 있다'는 걸 보여 주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겠죠. 그 인식을 깨닫는 부분들 아니면 그런 폭로가 주는 카타르시스가 이 작품의 핵심적인 메시지라고 봐요."
- <오징어 게임>의 열풍은 얼마나 갈까요?
"당분간 지속 되겠죠. 특히 핼러윈 시즌을 맞아서 미국에서는 <오징어 게임>에 관리자들이 입던 의상이 이미 출시가 돼서 열풍 조짐을 보여요. 콘텐츠가 오래 갈 수 있는 이유는 콘텐츠 소비로 끝나는 게 아니라 약간 놀이문화처럼 실생활에 영향을 미쳤을 때 훨씬 더 길게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요. <오징어 게임>은 그런 측면에서는 더 오래 열풍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죠.
물론 조금 지나고 나면 또 새로운 콘텐츠가 또 올라올 거예요. 이게 마치 이런 구조가 <오징어 게임> 구조와 같은 겁니다. 넷플릭스가 엄청나게 많은 콘텐츠를 다 갖고 있잖아요. 거기에 참가자들이 있는 거고 각자 몸값이 좀 다르겠죠. 누군 200억이고 누군 더 많은 돈을 갖고 있지만, 그 틀 안에서 경쟁 붙이고 우리는 매일 매일 플릭스 페트롤 들어가서 누구는 1등이고 누군 2등이고 이걸 보면서 수치를 세지만 어느 순간 지나 보면 다른 누군가가 거기에 성기훈 위치처럼 1위로 올라가 있는 부분들이 또 생길 거예요. 그게 무한 반복되는 게임이 될 수 있는 거죠.
<오징어 게임>의 우리는 한국 사람으로서 굉장히 반가운 부분들이 있지만, 구조적으로 보면 넷플릭스라는 거대한 틀 안에서 우리가 전 세계 콘텐츠들이 다들 오징어 게임을 하는 상황이라는 걸 인지하게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WBC 복지TV 전북방송에도 중복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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