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노사갈등 실형 판결 너무 억울, 대법원 파기 환송해야"

허권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 등 3명 대법원 상고... 양대노총 지도부 비판 입장 밝혀

등록|2021.10.05 09:49 수정|2021.10.05 09:53
 

▲ 노사 갈등으로 2심 재판에서서 징역형을 받은 금융노조위원장 출신인 허권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좌에서 두번째), 조직부위원장 출신인 문병일 한국노총 서울지역본부 수석상임부의장(좌에서 세 번째), 정책부위원장 출신인 정덕봉 국민은행 부지점장(좌에서 네번째) 등이 1일 오후 기자에게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 김철관


"불법으로 산별 금융노조를 해체시킨 정부와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는 온데간데없고 오로지 노조간부들에게만 책임을 묻는 1심에 이은 재심의 똑같은 실형 판결을 도저히 받아드릴 수 없다."

지난 9월 10일 서울 고등법원으로부터 징역형(징역 4월 집행유예 1년) 선고를 받은 당사자인 전 금융노조위원장인 허권 현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이 1일 밝힌 말이다. 이후 곧바로 변호사를 통해 대법원에 상고를 했다. 죄목은 업무방해와 공동주거침입 등이다. 이 판결에 대해 양대노총 지도부도 강하게 반발했다.

이 사건은 2016년 당시 한국노총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지도부가 박근혜 정부의 성과연봉제 도입 저지를 위한 싸우면서 시작됐다.

특히 당시 지도부였던 금융노조위원장 허권 현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NH농협지부), 조직 부위원장 문병일 현 한국노총 서울지역본부 수석상임부의장(우리은행지부), 정책 부위원장인 정덕봉 현 국민은행 부지점장 등이 투쟁을 주도했다. 이들 세 사람을 1일 오후 3시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실에서 만나 사건에 대한 전반적인 과정을 들어봤다.

이들은 2016년 박근혜 정부 성과연봉제 저지 투쟁에 앞장섰고,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 와해된 산별교섭(사용자단체) 복원을 위해 노력한 과정에서 사건이 발생했다. 박근혜 정부 금융위원회와 사용자단체는 회원사를 탈퇴시키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했다. 당시 1개사를 빼고 35개사를 모두 탈퇴를 시켜 사용자 교섭 당사자가 없어졌다. 당시 허권 금융노조위원장 지도부는 사용자단체 대표와 미리 면담 약속을 하고 산별 복원을 위해 찾아갔지만, 사용자단체 대표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이런 과정에서 허권 위원장, 문병일 부위원장, 정덕봉 부위원장 등 당시 금융노조 지도부는 사용자단체 관계자들과 충돌이 있었고, 사용자단체는 업무방해와 공동주거침입 등을 이유로 세 사람을 경찰에 고발했다. 노조도 사용자 회원 탈퇴 등을 종용한 사용자단체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노동청에 고발을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금융노조 사용자단체가 복원됐고 노사화합과 상생 차원에서 양측은 고소와 고발을 취하했다. 특히 사용자단체는 1심 법원과 2심 법원에 선처를 호소하는 진정서까지 내기도 했다. 하지만  2심 법원은 이를 받아드리지 않았고 1심 그대로 지난 9월 10일 징역형을 확정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9월 15일 13만 조합원을 둔 한국노총 전국금융산업노조(금융노조, 위원장 박홍배)는 성명을 내고 비정상적 재판을 비판했다.

"산별교섭 복원 투쟁에 대해 중형 판결을 내린 재판부와 사용자를 강력 규탄한다. 대법원은 사건을 파기 환송해 법의 정의와 원칙을 바로 세우고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

지난 9월 23일 20만 명의 조합원을 둔 한국노총 서울지역본부(의장 김기철)도 비판 성명을 내며 강하게 반발했다.

"사건의 본질은 2016년 박근혜 정부와 금융위원회의 성과연봉제 강제에 금융노동자들이 총파업투쟁에 맞섰고, 산별교섭 사측인 사용자협의회는 회원들을 탈퇴시켰다. 2017년 문재인 정부의 성과연봉제 폐지로 사용자협의회 복귀와 산별요청 과정에서 일방적 교섭거부와 회피에서 발생된 물리적 충돌이다. 노사 간 자율이 존중되고 정의로운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대법원은 본 사건을 파기 환송해야 한다."

두 성명은 지난 9월 10일 서울고법 형사8부는 산별교섭 복원과정에서 사용자단체 관계자들과 물리적 충돌을 빚은 허권 전 금융노조위원장 등 3명에 대해 항소를 기각하고 1심대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이라는 징역형을 선고한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특히 여당과 정부와의 정책연대를 하고 있는 한국노총 금융노조, 한국노총 서울지역본부가 강하게 반발한 것은 당연했다.

한국노총은 현재 여당(더불어민주당)과 분기별 정책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렇기에 노동존중사회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 재판부에서 일어난 노사 갈등에 대한 징역형 선고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한국노총, 민주노총 양 지도부도 이를 인식해 강한 유감을 피력했다.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은 1일 오후 "한국노총은 과거 문재인 대선후보와 정책협약을 맺었고,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정책연합을 통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과거 박근혜 정부에서 금융노조 와해 책동인 산별 복원과정에서 일어난 일이고, 이후 금융노조 노사가 서로 합의를 통해 고소 고발을 취하했는데도 노동자 대표들에게만 징역형을 선고한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상고를 한 대법원에서 원심파기를 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노총 김은형 부위원장도 "박근혜 정부가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해 금융 산별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해 혈안이었고, 이를 반대하다가 사용자단체와 충돌이 있었지만, 노사 간 원만히 합의를 통해 양측의 고소 고발을 취하한 상태였다"며 "재판 과정에서도 몇 차례 사용자측이 선처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내기도 했음에도 불구하고, 노사가 자유롭게 상생의 길을 걷고자 하는데 찬물을 끼얹고, 노사갈등을 부추기는 행위여서 상고한 대법원에서 반드시 원심 파기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심에서 징역형을 받은 금융노조 조직 부위원장 출신인 문병일 한국노총 서울지역본부 수석상임부의장은 "금번 저에게 내려진 징역형 판결은 노사 상호 고소 취하와 불처벌 요구서 그리고 이해당사자의 탄원이 있었다"며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사회적약자인 노동자들의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에 대해 사회적 제도인 법이 보호하지 않으면 향후 노동자들은 대한민국에서 노동조합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당시 금융노조 정책 부위원장이었던 정덕봉 국민은행 부지점장은 당시 사건을 회고하며 "사건이후 불면증에 시달렸고, 교섭을 하지 못한 노조의 존재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중압감이 들었다"며 "2017년 노동존중을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음에도 금융사용자협의회 대표가 노조 간부를 우롱해 일어난 우발적 사건에 대해 다시 대법원이 현명한 판단을 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위원장 박홍배)는 지난 9월 27일 금융노조지부대표자회의를 열어 '징역형을 받은 3명의 금융노조 전 노조간부'들에 대해 대법원에 제출할 조합원의 서명 작업을 결의한 상태이다. 2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아 지난 9월 16일 대법원에 상고를 한 세 사람은 청와대, 국가인권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등에도 억울함을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