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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재용, 2008년 특검 때 조세도피처에 페이퍼 컴퍼니"

<뉴스타파>, ICIJ '판도라 페이퍼스' 자료 분석... 해외 비자금 의혹

등록|2021.10.08 13:43 수정|2021.10.08 13:45

▲ 배처리 파이낸스 코퍼레이션'의 주식증서. 이 부회장의 이름과 함께 서울 한남동 주소도 기재돼 있다. ⓒ 뉴스타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008년 조세도피처로 알려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사실이 드러났다. 버진아일랜드는 그동안 세계 유력 정치인과 재계인사들이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돈을 빼돌려 이른바 유령회사를 설립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탐사전문매체 <뉴스타파>가 지난 7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이 부회장은 지난 2008년 3월 7일 영국령버진아일랜드(BVI)에 서류상 회사인 '배처리 파이낸스 코퍼레이션'(Bachury Finance Corp.)을 취득한 것으로나타났다.

이 회사는 자본금 5만달러, 1달러짜리 주식 5만주를 발행한 것으로 돼 있고, 주주는 이 부회장이 유일하다.

이재용 부회장의 조세피난처 페이퍼 컴퍼니 설립... 왜?

또 이 회사의 주식증서에는 이 부회장의 이름과 함께 서울 한남동 주소도 씌여져 있다. 해당 증서가 발급된 날은 2008년 5월 2일로 돼 있다. <뉴스타파>는 "이 부회장이 실제로 이날 이 회사 주식을 취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 부회장 관련 파일에서 배처리 파이낸스의 설립 비용으로 이 부회장에게 1700달러가 청구된 문서도 공개됐다. 해당 문서에는 이 부회장이 실제 수익 소유자(Beneficial Owner) 로 게재돼 있다.

이 부회장이 이곳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때는 2008년 3월에서 5월 사이다. 당시는 김용철 전 삼성범무팀 변호사가 비자금 의혹을 폭로한 이후, 조준웅 특별검사팀이 수사를 벌이던 시기와 겹친다. 삼성특검은 2008년 1월부터 4월까지 수사를 벌였고, 삼성이 4조5000억원에 달하는 이건희 회장의 비자금을 그룹 임직원 등의 이름을 빌려 관리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김 변호사가 당시 폭로한 삼성 해외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조준웅 특검은 사실상 수사가 불가능해 제대로 된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뉴스타파>는 "당시는 삼성그룹과 이건희 회장에게 최대위기였던 시기였다"면서 "그룹 총수 후계자인 이재용은 조세도피처에 은밀하게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삼성 쪽은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8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뉴스타파 보도에 대해 회사 차원에서 별도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또 삼성의 해외비자금 의혹에 대해서도, 그는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어렵다"면서 구체적인 언급을 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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