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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돌봄전담사의 호소 "고무줄 노동 그만하고 싶다"

학교비정규직노조 경남지부 '실태조사' 발표... "상시전일제 전환" 등 제시

등록|2021.10.12 14:46 수정|2021.10.12 14:46

▲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는 12일 경남도교육연수원 과학관에서 “2021년 초등돌봄교실 운영 실태조사와 초등돌봄전담사 근무환경 실태조사 결과발표, 개선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 윤성효


"고무줄 노동 그만 하고 싶다."
"우리 아이들이 메뚜기인가?"

초등돌봄전담사들이 '좋은 돌봄'을 하자며 이같이 호소했다. 12일 경남도교육연수원 과학관에서 열린 '2021년 초등돌봄교실 운영 실태조사와 초등돌봄전담사 근무환경 실태조사 결과발표,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돌봄전담사들이 다양한 현장발언을 쏟아낸 것이다.

이날 토론회는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경남지부(지부장 강선영)가 마련했다. 강윤정 돌봄전담사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세상도, 국가도, 학교도 멈췄을 때 학교 안 돌봄교실은 최후의 보루로 남아 운영됐고, 돌봄전담사가 맡은 필수노동자로서의 그 역할과 중요성은 증대됐다"고 말했다.

그는 "말로만 필수노동자였지 19여 년간 아무런 법적 근거조차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해온 학교라는 공공기관에서의 돌봄전담사인 우리에겐 참으로 오르지 못하는 벽이 많다는 생각에 무너질 때가 너무나 많았다"고 했다.

현재 경남에서는 하루 6시간과 4.5시간제 전담사 9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는 것. 강 돌봄전담사는 "근로계약서에 근무시간이 명시돼 있지만, 학기 중 다르고 방학 중 다르다"며 "학교의 학사일정 변경에 따라 늘 근무시간이 줄었다 늘었다 하는 고무줄 노동자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새 학기 적응과 함께 낯선 학교에서 갑자기 시작된 코로나19 재난 상황으로 학기 중이라도 초과근무로 8시간 운영을 하면서 아침 교실 문을 열기도 전 문 앞에 대기하고 있는 아이 손을 이끌고 들어가 퇴근할 때까지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 우리가 최우선으로 여기는 의무였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긴급돌봄 때는 하루 8시간 운영하면서 한창 활동량이 많은 아이들을 데리고 오전-오후 2회 발열체크, 2번의 간식을 준비해야 했으며 도시락업체 선정 등 중식지원과 급식지도까지 잔반처리, 교구-교실 방역소독 등은 오롯이 돌봄전담사의 몫이었다"고 말했다.

강 돌봄전담사는 "단 1분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를 돌보며 거리 두기 마스크 쓰기를 수도 없이 지도하며 엄중하고 살벌했던 그 시기에 가중된 업무와 8시간의 돌봄 운영시간은 상상을 초월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비용 절감의 값싼 시간제 노동을 철폐해 돌봄교실의 안정적 운영 체계를 마련해주시길 정부, 교육부, 교육청은 지금이라도 귀를 열고 제도개선과 처우개선이 시행되도록 온전한 공적 돌봄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현미 돌봄전담사는 현장발언을 통해 '주15시간 미만 시간제돌봄전담'에 대해 "무기계약직 전환자 미대상이며 근속수당이나 경력도 인정받지 못하고 어떤 복지혜택도 없고 퇴직금도 없는 아르바이트보다 못한 자리"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에게 양질의 돌봄서비스 제공을 위해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채용했고 단독으로 돌봄교실을 운영하며 관리와 책임을 지고 그에 따른 업무와 아동 관리 및 학부모 상담을 도맡아 해 왔다"고 했다.

그는 "이제는 시간제를 탈피하고 전일제 근무로 학교, 학생, 학부모, 돌봄전담사 모두가 만족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행정업무시간과 관련해 그는 "돌봄운영시간에 업무를 할 수 밖에 없다보니 아이들에게 집중을 할 수도, 업무에 집중을 할 수 도 없어 잦은 실수를 하게 되고 업무의 효율성도 떨어지고 또 아이들 정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 이럴수도 저럴 수도 없는 상황이 마음 아프다"고 했다.

변 돌봄전담사는 "오후 5시 퇴근인데 마지막 하교하는 학생이 4시 50분에 가면 남은 10분으로 교실 청소와 방역·소독을 해야 했고 10분으로는 어려운 상황이라 매일 초과근무 수당도 받지 못하고 퇴근시간 이후에도 남아서 일을 해야 했다"며 "그것도 다하지 못하여 활동준비는 집에서 해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근무시간이 짧은 4.5돌봄이 퇴근 후 6시간반으로 이동해야하는 메뚜기 같은 신세에 아이들의 정서는 어떤 영향을 미치겠느냐"며 "학기중, 방학 중 하교 후 학부모님의 귀가 연락이 오면 다시 학교로 연락해야 하고, 학부모로부터 근무시간이 아닌 아침 저녁으로 결석, 귀가변경 등 연락은 시도때도 없이 문의가 온다"고 했다.

그는 "'4.5시간', '6시간제'로 구분돼 한 학교에서 같은 일을 하는 사람으로 학부모님도 우리 아이들이 왜 교실을 옮겨 다녀야 하느냐 묻는다"며 "차별을 조장하고 서열화하여 갈등을 유발하는 시간제를 폐지하고 우리 아이들이 평등하게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시길 당부드린다"고 했다.

"돌봄전담사 상시전일제 전환" 등 제시

돌봄전담사의 근무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한 박은영 조직2국장은 "현재 공적 돌봄 서비스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초등돌봄교실이지만 운영시간을 오후 5시까지로 대부분 한정하다 보니 5시부터 보호자가 퇴근하는 시간까지 돌봄 공백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돌봄교실 이용 가정 형태에 대한 문항으로 맞벌이가 82.4%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다음으로 한부모 가정과 다문화 가정의 순으로 나타났다"며 "돌봄교실 만족도 질문에는 매우 만족 67.3%, 만족 29.5% 비중으로 만족한다는 답변이 전체의 96.8%에 해당하여 매년 학부모 만족도 조사에서 나오는 수치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만족도는 높다는 것. 그는 "돌봄교실의 좋은 점에는 교내에서 운영돼 안전이 보장되고, 일과 양육을 병행할 수 있어서 도움을 준다는 답변이 순서대로 높게 나타난 것으로 보아 돌봄교실의 취지와 목표에 맞춰서 부모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보여진다"고 했다.

적당한 돌봄 운영시간에 대해, 그는 "기존 오후 1~5시까지 답변한 비율이 65.2%로 가장 많지만 6시까지가 26.3%, 7시까지가 6.8%로 현재의 운영시간보다 학부모의 실질적인 퇴근시간을 고려해서 돌봄교실의 시간 연장이 필요하다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방학 중 돌봄교실 종료 시간에 대해, 그는 "학기 중 퇴실 시간이 오후 5시인 것처럼 방학 중 운영시간 또한 5시가 54.2%로 부모님들의 퇴근 시간을 고려해 종일 돌봄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또 박 국장은 "학부모들은 교육청 직영의 초등돌봄교실의 운영을 원하는 답변이 91.3%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그 이유로 안전성과 접근성, 교내 활용 시설들이 다양해서라는 점을 시사 해 준다"고 했다.

이어 "돌봄 정책 중 초등돌봄교실의 대상 확대가 69.8%, 재난 상황에서도 정상적인 돌봄 운영을 47.1% 비율로 학교라는 공간이 이제 단순히 교수 학습의 장을 넘어 다양한 기능을 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덧붙였다.

돌봄교실 과제에 대해 그는 "돌봄전담사 상시전일제 전환", "돌봄교실의 법적인 근거 마련"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그는 "여전히 초등돌봄교실은 시간제 비정규직 노동자가 일하는 열악한 일자리로서 뜨거운 감자 놀이를 진행 중이다"며 "말로만 필수노동이 아니라 필수노동에 맞는 질적 제고를 위한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영아 '교육희망' 창원학부모회 회원은 "돌봄교실 법제화가 필요하다"며 "아이들이 안전하고 친숙한 준비된 공간인 학교에서 친구들과 더 행복하게 오후를, 그리고 방학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조용한 진보당 경남도당 정책국장은 "'좋은 돌봄'을 위한 사회적 대전환이 필요하고, '돌봄정책기본법'과 '돌봄노동자기본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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