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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9일 일상회복? 의료대응체계 전혀 준비 안돼" 감염내과 교수의 우려

[단계적 일상회복을 위한 조건 - 특집 인터뷰②]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등록|2021.10.14 13:47 수정|2021.10.14 18:20

▲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8일 오후 경기도 성남 분당서울대병원 자신의 연구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정부는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 시행을 앞두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의견을 내비쳤다. ⓒ 유성호


"11월 9일을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는 D-day처럼 생각하면 안 된다."

10월 말 코로나19 백신 접종완료 70%에 이은, '단계적 일상회복'으로의 방역체계 전환에 대한 여론의 기대감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심지어 질병관리청 국정감사를 통해 '11월 9일'이 단계적 일상회복의 시점처럼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성급한 기대를 경계했다.

김 교수는 지난 1년 9개월동안 코로나 대응에 가장 앞장 선 전문가 중 한 명이다.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코로나 환자 치료에 힘썼고, 정부의 거리두기 정책 등을 자문하는 생활방역위원회 1·2기 위원으로 활동해왔다. 코로나 초기에 <오마이뉴스>와 여러차례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의 특징과 필요한 방역적 조치들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지난 8일 오후 경기도 성남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만난 김 교수는 위드 코로나는 단순히 거리두기 완화나 방역체계 변화가 아닌, 코로나 이후 영향을 받은 사회 전 분야의 변화가 함께 수반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의료대응체계에 대해 ▲ 코로나 치료를 맡는 의료기관의 확대 ▲ 재택치료에 대한 준비 및 사회적 인식 변화 ▲ 인력난 해소와 기존 코로나 의료진에 대한 예우와 휴식이 '위드 코로나'의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위드 코로나를 위한 전제조건 세 가지 
 

▲ 정부가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원회 첫 회의를 열면서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조치 논의가 시작된 13일 오후 서울 명동 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걸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 교수님께서 생각하는 위드 코로나는 무엇입니까?
"우리는 지난 1년 반 동안 코로나를 아예 없애고 다시 옛날로 돌아가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위드 코로나는 코로나와 함께하되, 사회 여러 부분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우리의 일상을 조금씩 회복하는 일을 '단계적으로' '차근차근' 준비하자고 이야기하는 거예요. 때문에 무엇보다 사회 전반의 변화가 준비돼야 합니다.

그런데 그 용어에 대해 생각하는 범위가 지금 각자 너무 다른 것 같아요. 일각에서는 '거리두기를 완화하고 살자' 정도 혹은 백신 접종 다 했으니까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신호로 받아들이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 정은경 청장의 국감 발언을 인용해 11월 9일이 위드 코로나의 시작점이라는 보도가 많이 나왔습니다. 외국의 '자유의 날'처럼 이날부터 극적인 변화가 있을 거라는 기대감도 존재합니다.
"칼로 자르듯이 '여기서부터 위드코로나'다 이렇게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갑자기 다른 세상이 되는 것도 아니고요. 어디까지나 코로나 대응의 연장선상에 있는 겁니다. 저도 언론을 통해 정은경 청장님이 대답하시는 장면을 봤는데, 정 청장님이 직접 말하신게 아니라 (국회의원이) 11월 9일에 가능하냐고 날짜를 자꾸 묻더라고요. 그래서 정 청장님은 그날부터 시작해볼 수 있겠다는 취지로 답변을 했는데, 언론에서는 그날을 마치 D-Day인양 보도를 했지요.

단계적인 일상회복의 첫 단추를 밟아나갈 수 있는 시점 정도인거예요. 사실 지금 점검해야 할 것은 위드 코로나를 위해 무엇이 준비되었냐는 겁니다. 왜 위드 코로나에 맞는 사회의 구조나 방향성을 합의를 통해 만들어가는 분위기가 아니라, 갑자기 '더 이상 못 참겠다 옛날처럼 살아가자'로 넘어가는 거죠? 그런걸(급격한 변화를) 누군가 부추기는듯한 분위기로 가는데, 이건 정확한 방향은 아니에요."

- 현장에서는 위드 코로나를 위한 준비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다고 보십니까. 
"지금 그 준비가 잘 안 되고 있는 것 같아요. 당장 환자를 보는 저희 병원 입장에서는 거리두기를 느슨하게 하면 환자가 많이 생길 거잖아요. 그 많은 환자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있는지 모르겠어요. 이를테면 병상 동원령을 내려서 병상을 더 확보한다고 해도, 코로나만 집중하다보면 다른 중증의 환자가 생기면 중환자실 자리가 없어요. 그러니까 단순히 병상 확보뿐만 아니라 의료 체계 전체의 문제일 수밖에 없고요."

"의료기관 10%만 코로나 환자 돌봐... 90% 활용법 찾아야"
 

▲ 김홍빈 교수는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 시행을 앞두고 의료대응체계에 대해 ▲ 코로나 치료를 맡는 의료기관의 확대 ▲ 재택치료에 대한 준비 및 사회적 인식 변화 ▲ 인력난 해소와 기존 코로나 의료진에 대한 예우와 휴식 필요가 전제조건이다고 강조했다. ⓒ 유성호


- 코로나 의료대응체계는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야 할까요? 
"우리나라 의료기관에 있는 의료인이 100이라고 하면 1년 9개월동안 코로나 환자를 봐온 의료기관과 의료인은 10에 불과하거든요. 이 병원 안에도 수많은 의사들이 있지만 감염내과나 호흡기 내과, 중환자를 보는 일부의 의사들이 치료에 매진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들이 지금 완전히 지쳐가고 있는 상황이고요.

만약 거리두기를 완화해서 환자가 늘어난다면 지금 코로나 전담병원이나 일부 의료진만으로는 아마 이걸 감당할 수 없을 거예요. 그래서 상당수의 의료기관이 환자를 진료하는데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머지 90의 의료진이나 의료기관에 있는 자원을 고르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나와야, 환자가 늘어나더라도 감당을 할 수 있어요. 이미 1년 9개월동안 지쳐있는 이들에게 환자가 증가하는 상황을 또 감당하라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상당수의 무증상이나 경증 환자들은 지역의 의원이나 병원에서 그 환자를 진료하거나 관리를 하고, 그중 상태가 나빠지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이라면 소위 2차 의료기관에 해당하는 병원이 그걸 담당하는 것이죠. 만약 여기에서도 감당하기 어려운 중증의 환자가 있을 경우에 비로소 상급종합병원이 담당하는 의료전달체계를 작동시켜야 하거든요.

그런데 아직 다수의 의료진이 코로나 환자를 경험해본 적이 없어요. 경험이 없는 분들에게 진료를 맡기려면, 이에 대한 교육이나 대응 매뉴얼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환자도 안전하고 환자를 담당하는 의료진이나 의료기관도 감당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한 달 후부터 의료대응체계를 바꾼다고 하면 그게 제대로 돌아갈지가 의문이에요.

개인적으로는 의료대응체계는 전혀 준비 안 됐다고 생각해요. 정책적으로 선언하는 것만으로는 어림없고요. 경기도의 경우 임승관 원장(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병원장) 주도로 재택치료를 서서히 늘려나갔는데, 처음에는 환자를 많이 보지 못했어요. 하물며 시군구에 있는 보건소의 경우에는 어떻겠어요. 경험을 있어야 인력이 어느정도 필요한지, 어떤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지 확인할 수 있을 거 아니에요. 이걸 11월 9일부터 갑자기 하겠다고 하면 불가능할 거고요.

그리고 정부가 재택치료 대상을 70세 미만으로 설정해놓았는데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싶어요. 경증이나 무증상이더라도 60대 이상의 고위험층이 포함되어 있거든요. 그들은 어느 순간 악화될 수가 있고요. 처음에는 정말 누가 봐도 안전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에서 시작을 해서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걸 담당할 의료진들도 부담을 좀 덜한 집단을 대상으로 시작하다가 차츰차츰 확대해 나가야죠. 최소의 범위에서 단계적으로 시행해보면서 시행착오를 통해 다듬어나가야 해요."

- 동네 병원에서도 코로나 환자를 돌봐야 한다고 보시나요? 
"지금은 생활치료센터나 코로나 전담병원 등 일부에만 집중되고 있으니까, 이걸 평상시 진료처럼 골고루 분담할 수 있게 해야죠. 일단 의원급이 재택진료를 볼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집에 있다가 몸 상태가 안 좋아지면 자연스럽게 내 주변에 있는 의료기관에서 코로나에 관한 진료를 받을 수 있어야겠죠.

그러려면 의료진이나 직원을 보호하면서 안전하게 진료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시설이 마련되어야 하고요. 문제는 일반 의원에는 음압시설도 없고 환기조차 안 되는 경우도 많잖아요. 이런 상황을 전반적으로 보완하기 위한 지원책이 있어야 합니다."

- 아직 국민들이 코로나에 대한 두려움이 큰 게 사실입니다. 
"인식의 문제도 있죠. 현재 내 앞 집, 내 아랫집에 코로나 환자가 있고, 재택치료할 수 있다는 걸 받아들이게 해야 재택치료가 가능하고요. 또 지금 상황에선 지역에 코로나 환자 진료하는 병원이 있다고 하면, 코로나 이외의 다른 환자들은 '겁이 나서' 안 가려고 할 거 아니에요. 정부나 전문가들이 국민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어떤 부분을 조심하면 크게 문제가 없다'는 걸 이야기 하고, 코로나와 공존하는 삶의 방식을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죠.

이를테면 예전에는 학교에 확진자 하나 나오면 학교 문을 다 닫았잖아요. 이제는 집단 유행이나 대규모 유행이 아니라면, 1~2명 감염되는 것으로 학교 문을 닫을 수 없다라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보여요. 하지만 이런 합의는 학생, 학부모, 교사, 관청 등이 모두 동의해야 가능해요. 막상 모두 대면 수업으로 변경했는데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한 반을 자가격리 시키고, 부모가 전부 직장을 못 나가게 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면 학교 문 열자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60대 이상 미접종자 100만 명 독려해야"  
 

▲ 사진은 어르신이 지난 4월 22일 서울 용산구 용산아트홀에 마련된 백신접종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화이자 백신을 접종 받고 있는 모습. ⓒ 유성호


- 결국 위드 코로나는 높은 백신 접종률을 기반으로 진행됩니다. 하지만 부스터샷이나 청소년 접종 등으로 계속 접종을 해야 되다보니, 백신 접종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진 것도 사실인데요. 접종률을 더 올릴 방법이 있을까요?
"부작용 없는 약이나 백신은 없죠. 하지만 이상반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이와 관련된 언론 보도가 많다보니까 과도하게 불안과 공포가 조장되는 측면이 있어요. 부작용은 확률적으로는 전혀 높지 않고요.

이제 예방접종은 '안 걸리게 한다'보다는 위중증이 되거나 사망할 확률을 줄여주는 것의 의미가 좀 더 커요. 갑옷 없이 화살을 맞는거와, 맨 몸으로 화살 맞는 것의 차이로 비유할 수 있겠죠. 특히 연령이 많거나 지병이 있는 고위험군 분들에게는 더 필요한 것이고요.

앞으로 청소년 접종이 이뤄질텐데, 10대는 사실 코로나를 앓더라도 가볍게 앓으니까 '무조건 맞아야 한다'는 아니고, 부작용 우려가 상대적으로 더 클 수 있죠. 다만 저는 청소년이라고 해서 안전성이 더 떨어진다고 보진 않아요. 주위에서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어보면 저는 맞아도 괜찮다고 말합니다.

사실 더 중요한 것은 고위험군과 60대 이상, 1차접종도 안 한 미접종자예요. 약 100만 명 정도 되거든요. 50대 이상까지 포함하면 더 많아지고요. 사실 국가 전체의 예방접종률이 70~80% 된다는 건 참 대단한 성과이긴 해요. 하지만 만족해서는 안 되요. 지금보다 거리두기가 느슨해지면 미접종자가 감염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크거든요. 그분들에 대한 예방접종을 독려하는게 현재 접종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봐요."

"의료진에게 '고맙습니다' 외에 지속가능한 환경 마련 필요" 
 

▲ 폭염특보가 내린 7월 22일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한 의료진이 비말 차단하는 페이스실드(얼굴 가리개)를 벗고 땀을 닦고 있는 모습. ⓒ 유성호


- 1년 9개월동안 코로나 최전선에 계셨습니다. 의료 현장에서 느끼는 가장 큰 문제점은 뭐라고 보시나요?  
"일단 인력 문제가 너무 커요. 의료진들이 소진되어 가잖아요. 평상시에 필요한 인력이 충분한 숫자만큼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 좋겠어요. 그래야만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에서 그 인력들이 각자의 업무를 큰 무리없이 수행할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 의료환경은 평시에도 부족한 인력으로 100% 이상의 성과를 내도록 강요하고 있기 때문에, 위기상황에서 잠깐은 버틸 수 있지만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지금까지 환자 돌보는 간호사들, 또 그들을 묵묵히 지원하는 감염관리팀이 정말 헌신해왔어요. 위험을 감수하고 진료를 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고맙습니다'라는 말 이외에 예우를 해줬으면 해요. 위험 수당도 특정 기간에 대해서만 지급됐거든요.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눈에 드러나는 적절한 조치가 있었으면 합니다. 그래야 유사한 상황이 왔을때 자발적으로 의료진들이 지원을 하죠.

그리고 탁상공론이 여전히 많아요. 공문 하나 보내고 시행한다고 해서 돌아가지 않거든요.  코로나 이후에도 우리나라의 정책이나 행정은 너무 일방향입니다. 현장의 의견이 수렴이 되고 그것이 정책에 반영되고, 효과를 측정하는 그런 노력이 부족한 것 같아요."

- 시민들은 위드 코로나 시대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지금까지 방역 정책에 잘 협조해 오셨기 때문에 환자 발생이나 사망자가 이렇게 낮게 유지한 거라고 봐요. 그래서 더욱더 지칠 수밖에 없지요. 그럼에도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조금 더 안전하게 가기 위해선 예방접종을 하지 않으신 분들은 접종하셨으면 좋겠고요.

그리고 11월 9일을 기점으로 예전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고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시행했던 많은 조치 중에 효과가 떨어지지만 우리 일상을 옥죄었던 그런 부분들을 하나씩 풀어가고, 효과가 입증된 부분들은 당분간 계속 유지하면서 단계적으로 바뀌는 과정으로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오랜 기간 견디느라 힘드셨겠지만, 동전 앞뒤 바뀌듯 달라지는게 아니라 단계적으로 하나씩 하나씩 완화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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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코로나와의 전면전 끝... 위드 코로나 핵심은 아프면 쉬는 것"   (http://omn.kr/1vg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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