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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격차,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포스트 코로나 상황에서 디지털 소외 계층에 주목하다

등록|2021.10.15 16:21 수정|2021.10.16 12:05
"지문 정보가 없습니다."

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주민센터를 방문한 어르신은 무인 민원발급기에 해당 문구가 표시되자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지난 7월, 서울 성동구에서 운영한 '여름방학 대학생 행정 체험단'으로 활동하며 이런 어려움에 처한 어르신들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주민센터의 무인 민원발급기는 지문 인식을 통해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을 수 있는 메커니즘으로 운영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무인 민원발급기를 사용해 서류를 발급받을 때와 대면 창구에서 서류를 발급받을 때 비용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무인 민원발급기는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지만 대면 창구를 이용할 때는 500원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따라서 무인 민원발급기에서 지문인식이 안되거나 기기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사회적 약자의 경우 대면 창구에서 비용을 지불하고 다시 서류 발급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디지털 격차가 차별을 초래하여 경제적인 부분에까지 영향을 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체감하고 있듯 디지털 격차와 소외는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격차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고령층이나 사회적 약자뿐만 아니라 우리들의 부모님 세대 역시 카페에 가서 음료 한 잔만 주문하려고 해도 키오스크를 이용해야 하는 어려움에 맞닥뜨린다.

패스트푸드점, 영화관 등 많은 업종에서 키오스크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요즘이지만 여전히 대면 주문이 편한 중장년층에게 비대면 시스템에 적응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비대면 기계를 활용한 주문이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의 수가 상당한 데도 젊은 층의 수요와 인건비 절감 등의 이유로 키오스크 도입이 늘고 있어 디지털 소외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박막례 할머니'의 유튜브 채널에서도 키오스크 등에서 비롯되는 디지털 격차의 심각성을 확인할 수 있다. 2019년 박막례 할머니는 키오스크 주문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패스트푸드 매장을 찾아 힘든 도전에 나섰다.
  

▲ 박막례 할머니가 키오스크로 주문에 도전하는 모습이다. ⓒ '박막례 할머니' 유튜브


박막례 할머니는 손녀 김유라씨와 함께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여러 가지 도전에 주저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낯선 것을 꺼려 하는 대부분의 고령층과 차별화된 캐릭터로 큰 인기를 얻었다. 그런 박막례 할머니도 키오스크 주문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졌다.

글씨가 작아 읽기조차 힘든 데다가 메뉴 이름과 선택 사항들까지 대부분이 영어인 '테이크아웃', '후렌치후라이'로 쓰여있어 선택을 하기도 어려웠다. 심지어 버튼이 손에 닿지 않아 누르기 쉽지 않았고 처음 보는 메뉴들과 글자들을 신중히 읽다 보면 시간이 초과되어 초기 화면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할머니는 결국 그림을 보고 어림짐작으로 메뉴를 선택한 후, 손녀의 도움을 받아 겨우 주문할 수 있었다. 주문 번호가 모니터에 뜨면 직접 가지러 가야 한다는 것도 알 수 없었으며 햄버거를 주문하는 일련의 과정 중 쉬운 것은 그 어떤 것도 없었다. 손녀가 있어 그나마 주문을 할 수 있었지만 혼자 방문했을 때 이러한 상황에 직면한다면 뒤로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결국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스마트폰 사용 자체가 어려운 노년층이 앱을 이용한 발권이나 제품 구매, 무인 기계 사용을 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노년층뿐만 아니라 기계에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지 않거나 높이가 맞지 않는 등 휠체어 장애인도 키오스크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 역시 키오스크 사용에 소외를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고 확산세가 누그러들지 않는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인건비 감소를 목적으로 키오스크를 도입하는 일이 늘었다. 이에 따라 노령층과 장애인 등 디지털 소외 계층이 소비생활에 겪는 어려움이 극심해지고 있다.                                                                                                                                   
디지털 격차로 약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키오스크 때문만이 아니다. 언제 어디서나 이체할 수 있는 모바일 은행 앱의 사용이 늘면서 ATM과 은행 지점의 수가 줄어든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디지털 금융이 보편화되면서 사람들은 주로 카드를 사용하는 경향을 보이게 되었다. 이에 따라 출금해야 하는 빈도가 줄었고 송금은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가능하기 때문에 간단 업무를 위해 은행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어 이러한 경향이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혁신적인 모바일 뱅킹을 통해 수수료 없는 송금과 계좌이체가 가능해짐에 따라 이러한 양상은 꾸준히 이어졌다.

금융감독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지방은행과 특수은행, 시중은행을 합친 점포 수는 총 6326개로 집계됐다. 은행 점포 수 총합이 7101개였던 2016년 말과 비교하면 5년 사이에 775개, 즉 10.9%가량이 폐쇄된 셈이다.

ATM의 경우 2016년 말에는 전국에 총 4만 3710대가 설치되어 있었던 반면, 지난 8월 말의 집계에서는 3만 2498대로 무려 25%에 해당하는 수치인 1만 1212대가 없어졌다. 은행 지점 수의 감소보다 더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자연스럽게 고령층이 은행을 방문하기 위해 소요되는 시간과 거리가 늘어나게 되었고, 이러한 상황에서 고령층을 포함한 디지털 약자가 소외 당하는 일이 벌어진다. 따라서 고령층을 전담으로 상담을 진행하는 창구를 운영하거나, 디지털 금융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는 등 정책의 마련이 절실해 보인다.

무인 기계를 활용하는 데에 소외를 줄이기 위해 주민센터에서는 저시력자를 위한 화면을 제공하기도 하고, 은행연합회는 2020년 한 해 동안 소외 계층 및 노년층을 대상으로 약 500여 차례에 걸쳐 맞춤형 금융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12일 국무회의에서 방송통신 위원회는 장애인 등 소외계층의 미디어 격차를 줄이기 위해 '소외계층을 위한 미디어 포용 종합 계획'을 발표했다.

이렇듯 여러 정책과 프로그램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근본적인 해결이 어려운 상황으로, 더 활발하고 적극적인 정책적 노력이 강구되어야 한다. 나아가 우리 주변에서 무인 주문 등 디지털 디바이스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보고 그저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나의 미래, 우리 가족이 겪을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조금 더 포용적인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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