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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처분에서 윤석열 징계 부당 판결?... 사실 아니다

2020년 12월 두 차례 집행정지 사건에서는 징계 정당성 판단 안 해

등록|2021.10.15 16:14 수정|2021.10.15 16:23

▲ 배기열 서울행정법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등법원, 서울행정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징계 처분 판결과 관련해 질의를 듣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미 두 차례의 가처분 재판에서 '법무부 징계는 절차나 내용이 부당하다'고 판결하였음에도, 1심 재판부가 이를 뒤집은 것은 구경하기 어려운 판결로서 납득할 수 없습니다."

14일 국민의힘 대선예비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 법률팀 입장문 첫머리다. 같은 날 서울행정법원이 '추미애 법무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가 정당하다고 판결한 것을 반박하기 위한 것이었다. 윤석열 전 총장도 "황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윤석열 캠프의 입장문은 사실과 배치되는 것이다. 가처분 또는 집행정지와 같은 가구제는 본안(주된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에 잠정적인 권리구제를 도모하는 것으로서, 본안 내용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을 하는 자리가 아니다. 무엇보다 집행정지를 결정하는 기준은 본안 판단 기준과 다르다.

윤석열 캠프의 말처럼, 두 차례의 가처분 재판(집행정지 사건)에서 '법무부 징계는 절차나 내용이 부당하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결국 윤석열 캠프가 이를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결정문 살펴보니...

법원은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할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행정소송법 제23조에 따라 해당 처분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지, 집행정지가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경우인지 등을 판단한다.

다만, 법 규정에는 없지만 재판부는 본안 청구의 이유 없음이 명백하지 않는지도 판단한다. 이는 집행정지 신청인이 본안 소송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경우인지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본안에 대한 개별적이고 최종적인 판단을 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결정문을 봐도, 이 같은 내용이 담겨있다.

윤석열 캠프가 말하는 두 차례의 가처분 재판은 정확하게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신청한 집행정지 사건을 말한다. '추미애 법무부'는 2020년 11월과 12월 윤 총장 직무집행정지 처분을 하고 징계인 2개월의 정직처분을 내렸다. 윤 총장은 서울행정법원에 정직처분의 정당성을 다투는 행정소송을 제기함과 동시에 이들 처분의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서울행정법원은 2020년 12월 1일과 24일 각각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결정을 내렸다.

[12월 1일 직무집행정지처분 집행정지 결정문] 

12월 1일 결정문에는 집행정지 사건에서 본안을 판단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이 담겨있다.

'행정처분의 효력정지나 집행정지를 구하는 신청사건에서는 행정처분 자체의 적법 여부를 판단할 것이 아니고 그 행정처분의 효력이나 집행 등을 정지시킬 필요가 있는지의 여부, 즉 행정소송법 제23조 제2항 소정 요건의 존부만이 판단대상이 된다.

즉 본안은 본안 청구가 이유 없음이 명백하지 않아야 한다는 정도의 소극적 요건으로만 심리될 뿐이고, 집행정지 사건의 심리 및 판단에 있어서 본안에서 다루어져야 할 처분의 위법성까지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함은 적절하지 않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신청인은 직무 집행 정지 기간 동안 검찰총장 및 검사로서의 직무를 더 이상 수행할 수 없게 된다. (중략) 사후에 이 사건 처분의 취소소송에서 신청인이 승소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손해가 회복될 수 없다" 등의 이유로 윤 총장의 직무집행정지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결정문 말미에 "이 사건에서 징계사유의 존부(존재 여부)를 심리 및 판단함이 적절하지 아니함은 앞서 살핀 바와 같다"면서 재차 강조했다.

[12월 24일 정직처분 집행정지 결정문] 

12월 24일 결정문을 살펴보면, 재판부는 본안 청구의 이유 없음이 명백하지 않는지 여부에 중점을 두면서 본안의 주요 내용인 징계 절차·내용이 정당한지에 대해 일부 판단했다. 다만 앞선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의 취지대로, 구체적인 최종 판단을 내리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의 작성·배포'와 관련, "해당 문건이 악용될 위험성이 있다는 측면에서는 매우 부적절하고 차후 이와 같은 종류의 문건이 작성되어서는 안 된다"면서도 "징계 사유가 인정되는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의 구체적인 작성 방법과 경위에 대하여 본안에서 추가적인 심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라고 강조했다.

'채널A 사건 감찰·수사 방해'와 관련해, "수사 방해 징계사유는 소명이 부족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면서도 "본안재판에서 충분한 심리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라고 밝혔다. '정치적 중립에 관한 부적절한 언행 등 위신 손상'을 두고는, 피신청인(추미애 장관)의 주장 및 소명자료만으로는 징계사유는 인정되지 않지만 본안 재판에서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징계 절차와 관련해서는, 기피의결 정족수 충족 여부에 대해서는 윤석열 총장의 입장을 받아들였고, 기타 절차에 대해서는 '추미애 법무부'의 손을 들었다.

재판부는 앞선 판단을 종합해, "신청인(윤석열 총장)의 본안청구 승소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등을 인정하면서, 정직처분의 집행을 정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처럼, 두 차례의 집행정지 사건에서 '법무부 징계는 절차나 내용이 부당하다'는 판결은 없었다.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윤 총장 징계가 적법하다는 서울행정법원 1심 판결을 두고 여야 사이에 공방이 벌어졌다. 배기열 서울행정법원장은 "집행정지 심리 대상과 본안 심리 대상에 차이가 있다"면서 "집행정지 사건에서는 본안의 성패가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니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피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가 있는지가 핵심"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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