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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은 손해가 아닌 축복"... 초등학생들이 내놓은 통일 방안

[2021 충남 통일학교] 당진 석문초 교실의 3단계 통일교육 프로젝트

등록|2021.10.21 18:50 수정|2021.11.01 10:09
남북으로 분단된 지 70여 년이 지났습니다. 분단된 땅에서 태어나 살아 온 젊은 세대들은 통일을 꼭 해야 하냐고 묻습니다. 충남도교육청은 이 같은 물음에 답하고자 학교마다 평화통일 수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가 충남도교육청과 함께 평화통일 교실 안 풍경을 들여다보았습니다.[편집자말]

▲ 학생들이 기자로 변신해 각자 취재해온 북한의 현황을 실감 나게 소개(가상 리포터)하고 있다. ⓒ 석문초등학교


"객실 수 3000개로 높이 323m. 공사 시작 당시 세계 최고층 호텔이었다고 합니다."

한 기자가 학생들 앞에 서서 북한 류경호텔을 또박또박 설명하기 시작했다. 105층 높이의 호텔 사진도 보여줬다.

"자금난으로 공사가 중단됐다 최근 완공했는데, 외부에 조명을 설치해서 외벽에 영상을 재생한다고 합니다."

또 다른 기자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따른 미국의 반응을 선택해 국제뉴스로 전했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북한에 대한 외교적 접근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며 '일본과 한국 등 우리의 동맹국에 대한 우리의 약속은 한결같다'고 강조했습니다."
 
충남 당진 석문초(당진시 석문면, 교장 인치훈)  5학년 학생들이 기자로 변신해 각자 취재해온 북한의 현황을 실감 나게 '가상 리포팅'한 것이다.
 

▲ 석문초 학생들이 만든 '한반도 통일 여행' 말판. ⓒ 석문초등학교

 

▲ 석문초 학생들의 '왜 통일이 필요할까' 주제 토론회 ⓒ 석문초


그다음 통일 교실 시간에는 조를 나눠 '한반도 통일 여행' 말판을 만들었다. 말판에는 한라산, 경복궁, 백두산, 묘향산을 물론 석문초 인근에 있는 '왜목 마을'(해 뜨고 해지는 마을)도 들어 있다. 놀이를 통해 남북한의 지리를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했다.

다음 통일 교실에서는 '통일'을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정치, 경제, 사회로 영역을 나눠 스스로 답하는 방식이다. 학생들은 통일이 되면 '전쟁 위험이 줄어들고, 북한의 자원과 남한의 기술이 결합해 경제가 활성화되고 군사력이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경제적 편익'과 '사회적 동질성 회복'이라는 용어도 사용됐다.

이후 통일 교실에선 '남북한 언어 차이 알기', '우리가 통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 찾기'가 이어졌다. 학생들이 내놓은 방안은 '관심 갖기'(공감, 긍정, 존중), '배운 것 알려주기'(나눔, 공감, 노력), '북한에 관한 공부'(인내심, 노력, 존중)였다. 내년 대통령선거에 나선 일부 후보들의 통일 공약보다 명쾌하고 성숙해 보였다.

통일교육의 '모범답안'
 
이 학교는 '교실 속 통일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모범 답안' 같았다.

우선 5학년 학생으로 1년 통일 교육 프로젝트를 짰다. 인지(북한, 평화, 통일에 대한 이해) → 정서(북한, 평화, 통일에 대한 공감) → 행동(북한, 평화, 통일 알리기) 등 3단계로 진행된다. 교육 시간은 국어 과목, 사회과목, 미술 과목, 창제 과목, 도덕 과목 등을 교과과정에 맞게 통합·연계했다.

앞서 소개한 가상 리포터와 한반도 통일 여행 말판놀이, 남북한 언어 차이 알기 분단 현실 토론회는 '인지 단계' 프로그램이다. 교육 과정은 화해(북한 이해), 평화(분단 이해), 통합(통일 이해)의 주요 키워드에 맞춰져 있다.

오동현 석문초 교사는 "올 일 년간 통일 교육의 교육과정을 인지→ 정서→ 행동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프로그램으로 구성해 체계적인 교육을 하고 있다"며 "필요한 모든 자료와 정보는 학생들이 직접 계획, 검색, 제작했다"고 소개했다.
 

▲ 당진 석문초등학교에서는 2021년 5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1년 통일 교육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 ⓒ 석문초

 

▲ '분단된 우리 교실 역할극'은 분단 현실을 교실 내에서 실감 나게 표현했다. '분단선'을 사이에 두고 교실이 남과 북으로 단절됐다. ⓒ 석문초등학교


지난 6월과 7월에는 북한 이탈 주민과의 대화, 분단된 우리 교실 역할극, 통일 타임캡슐 만들기를 통해 통일 감수성(정서)을 키우는 데 주목했다.

특히 '분단된 우리 교실 역할극'은 분단 현실을 교실 내에서 실감 나게 표현했다. 교실 한복판에 노란 줄을 걸어 공간을 분리했다. 줄 한쪽에는 북한 인공기가, 다른 쪽에는 태극기가 걸렸다. '분단선'을 사이에 두고 교실이 남과 북으로 단절됐다.

서로가 오갈 수 없다. 서로 마주 보면서도 물건을, 음식을 나눌 수 없다. 한 학생이 출입국 관리직원 역할을 맡아 여권 심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출입국심의 대상국에 친구가 사는 북한은 없다. 만날 방법도 없다는 얘기다.

석문초 5학년 교실은 지금 '행동' 단계 통일 수업을 진행 중이다. '행동 단계'는 북한 알리기, 평화 감수성 나누기, 통일 전하기로 채워져 있다. 앎을 실천하는 단계인 셈이다.

지난 8월과 9월에는 동아리 활동과 봉사활동 시간을 연계해 북한을 소개하는 영화를 직접 제작했다. 학생들이 감독, 작가, 등장인물, 카메라맨, 조명팀, 소품팀, 분장팀으로 역할을 나눠 그동안 배우고 느낀 점을 짧은 영화에 담았다. 또 북한 인권선언문을 작성해 인권을 존중하고 함께 사는 '통일국가'의 지향점도 분명히 했다.

통일전도사를 맡아 우리말 사전 만들어 보급하는 등 통일을 전파하는 일은 연중 실천 활동에 속한다.

'통일은 손해가 아닌 축복이다'
 

▲ 학생들의 통일 캠페인. "함께 평화를 외쳐달라"고 권유하고 있다. ⓒ 석문초등학교


통일 교실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최근 학생들은 학교 내에서 '평화통일 캠페인'을 벌였다. 학생들이 직접 만든 캠페인 홍보물에는 한국전쟁의 원인, 전쟁의 아픔 등이 정리돼 있다. 학생들은 이어 다른 학생들에게 "전쟁 없는 사회를 위해 함께 평화를 외쳐 달라"고 권유했다.

5학년 최지영 학생은 지난 8월 통일부와 민족통일협의회에서 주최한 52회 한민족통일문화제전(글짓기 부분)에서 '통일은 손해가 아닌 축복이다'는 제목의 글로 충남도지사 표창을 받았다.

최만정 남북상생통일충남연대 상임대표는 "석문초의 통일 교육은 설득력 있는 통일을 해야 하는 이유와 북한 사회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게 해 남과 북의 같음과 다름을 함께 인식하게 했다"며 "여기에 '통일을 위해 해야 할 일'을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제시한 알찬 통일 교과과정으로 통일 교육의 귀감이 될 만하다"고 평했다.
 

▲ 석문초 일년 통일 교육 단계별 프로젝트를 기획해 지도하고 있는 오동현 교사 ⓒ 석문초


  학생들은 지난 6월 25일 오동현 교사의 지도로 '통일 타임 캡슐'을 교정에 묻었다. 캡슐 안에는 '북한 친구들에게', '10년 뒤 나에게', '통일을 위해, 통일되면 꼭 할 일' 등을 빼곡히 담았다. 이 타임캡슐에는 '캡슐 개방날짜, 통일 후 돌아오는 토요일'로 돼 있다.

석문초는 1924년 석문공립보통학교로 개교했고 졸업생은 94회 6405명이다. 현재 초등학교 7학급(110명), 병설 유치원 1학급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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