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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니 키, '놀토'의 열쇠... '받쓰 1타 강사'로 맹활약

솔로 가수로 1위 트로피 받고 눈물... 14년차 아이돌의 전성시대

등록|2021.10.24 11:33 수정|2021.10.24 11:36

▲ 지난 23일 방영된 tvN '놀라운 토요일'의 한 장면 ⓒ CJ ENM


그룹 샤이니 키(본명 김기범)는 tvN 예능 프로그램 <놀라운 토요일>(이하 '놀토')의 인기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원년 멤버로 프로그램에 합류하며 혜리와 티격태격 케미로 <놀토>의 잔재미를 이끌어낸 데 이어 군복무로 인한 공백기 이후엔 소속사 선배 태연(소녀시대)과 찐남매 같은 호흡을 맞추면서 매주 토요일을 유쾌하게 채워 넣는다.

​벌써 데뷔 14년차를 맞이한 키는 올해 그 누구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왔다. 소속 그룹 샤이니의 완전체 음반으로 상반기 부지런히 움직이는가 하면 새롭게 투입된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선 등장과 동시에 기존 출연진들과 좋은 합을 보여주며 마치 오래된 친구이자 동료 마냥 발빠르게 적응했다. 최근 발표한 솔로곡 'Bad Love'는 음악 방송 1위에 오르면서 그룹+솔로가수+예능인 등 3마리 토끼를 성공적으로 잡는 모범적 행보를 보여주기도 한다.

​특히 지난 23일 <놀토>는 키가 이 프로그램에서 없어선 안 되는 이유를 본인 스스로 증명해낸 방영분이었다. 일반적으로 <놀토>에서 큰 재미를 뽑아낼 땐 게스트가 기대 이상의 예능감을 선보이거나 기존 멤버들이 엄청난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2가지 사례가 목격이 되곤 한다. 이날 방송은 전자와 후자의 사례를 모두 포함시킨 방송이었다.

<놀토>의 핵심 증명해낸 '받쓰 1타 강사'
 

▲ 지난 23일 방영된 tvN '놀라운 토요일'의 한 장면 ⓒ CJ ENM


새 드라마 <크라임 퍼즐>을 홍보하기 위해 등장한 초대손님 윤계상X고아성은 예능 출연 경력이 그리 많지 않은 인물들이었다. 이럴 때 운영 방식에 따라선 많은 예능에선 재미가 급감하는 단점이 종종 부각되기도 한다. 그런데 <놀토>에선 이를 역이용해 큰 웃음으로 유도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예능이 부담스러운 윤계상에 대해선 학창시절 일명 '계상부인'으로 불리던 태연의 팬심을 적극 활용해 이를 희석시키는 역할을 맡겨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정답 확률 낮은 고정 멤버 한해가 넉살과 더불어 모처럼 받아쓰기 정답 1위로 떠오르자 즉흥적으로 '키컴'이란 이름하에 키가 답안 분석에 나서는 장면을 연출해 폭소를 자아냈다. 특히 이번 방송의 백미는 CL의 노래 '+HWA+'를 놓고 펼친 치열한 두뇌싸움이었다.

늘 정답률 최상위권 멤버로 <놀토>를 이끌어왔던 키에게 이날은 예능신을 넘어 "음악방송 신이 내려 왔다"는 표현이 나올 만큼 놀라운 분석력으로 멤버들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녹화 당일 신곡 홍보를 위한 음방 출연을 마치자 마자 합류한 키는 사전 곡정보를 비롯해서 가사 속 의식의 흐름, 단어의 사용을 논리적으로 설명해 동료들로부터 "넘사벽 인간이다, 받쓰 1타 강사다" 등의 찬사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상반기부터 합류한 <나 혼자 산다>... 발빠르게 안착​
 

▲ MBC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 ⓒ MBC


키의 예능 속 활약상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봄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나 혼자 산다> 역시 키의 색다른 면을 발견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어줬다. 늘 유쾌할 것만 같은 이미지와 다르게 그룹 활동, 동료의 부재 등 현실적인 고민도 털어 놓는 등 인간적인 면모를 하나 둘 씩 꺼내며 샤이니 키 이전에 존재하는 '인간 김기범'의 매력을 마음껏 예능을 통해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어 나갔다.

​최근 2주에 걸쳐 방영된 기안84와의 소소한 호흡 맞추기는 잔재미 뿐만 아니라 촬영 당시 솔로가수 활동 병행으로 인한 '번아웃' 직전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줘 한편으론 안쓰러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비록 프로그램 자체는 많은 시청자들로 부터 비판을 받고 있지만 키 만큼은 예외였다. '파 직접 키우는 인기 연예인'으로 <뉴스데스크>에 소개되기도 한 일상 생활을 비롯해서 전현무, 박나래, 기안84 등 오랫동안 터줏대감 마냥 자리 잡은 고정 멤버의 틈 속에서 발빠르게 안착하면서 프로그램의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담당해준다.

1위 트로피 받고 눈물 흘린 14년차 가수
 

▲ 지난 9일 방영된 MBC '쇼 음악중심'의 한 장면. 1위 수상을 전혀 예상 못했던 키는 끝내 눈물을 흘렸다. ⓒ MBC


지난 9일 키는 자신의 신곡 'Bad Love'로 MBC <생방송 쇼 음악중심> 1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이날 그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표정 속에 "왜요?"를 반문하면서 수상 소감을 이어갔고 끝내 눈물을 흘리고 만다. 생방송 종료 후 퇴근길 도중 차안에서 진행한 SNS 라이브에서도 키는 "불꽃은 내가 피웠고 폭죽은 내가 터트렸지만 축제는 사람들이 만들어 주는 것"이라는 말로 팬들에 대해 감사를 표하면서 다시 한번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언제나 각종 연말 시상식의 주인공이었던 키에게도 솔로 가수로서의 트로피가 주는 무게감은 남달랐던 모양이다. 각종 프로그램 속 장난끼 많은 행동으로 사랑 받아온 그를 생각해본다면 의외일 수 있겠지만 이것 또한 키가 지닌 하나의 모습이기도 한 것이다. 예능에선 거기에 맞는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무대에선 역시 그곳에 어울리는 형식을 갖추고 활동하는 프로의 자세 덕분에 현재의 키가 존재하는 건 아니었을까.

​앳된 얼굴의 10대 소년에서 30대가 된 지금까지 샤이니, 그리고 키는 언제나 한결 같았다. 14년이란 시간 속엔 기쁨, 슬픔 등 모든 희로애락이 전부 녹아 있었다. <놀토> 속 일명 '키어로'이자 화려한 조명 속 빛을 내는 인기 가수로 늘 우리 곁에 있어준 그에게 바라는 건 한결 같은 초심의 자세일 것이다. 물론 지금처럼 1위 트로피 하나에 눈물 짓는 키라면 쓸데없는 걱정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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